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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6.09.28 22:32

천왕봉 별바라기

조회 수 3512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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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산행일 - 2006. 9.22 08:20 ~9.23 10:00
o 어디로 - 백무동~칠선폭포~중봉북릉~천왕봉(1박)~제석봉~장터목~중산리
o 누구랑 - 슬기난 홀로

o 부산한 겨울준비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지난주 태풍 때문에
미루어진 벌초를 가는 길에 하루 일찍 출발하여 지리에 들렀다 가기로 하여
그야말로 옛날식으로 지리에 접근한다.

새벽 3시 남원역에 내리니 첫차시간이 넉넉하여 대합실에 머무른다.
역시 벌초 때문에 내린 몇 분의 이야기를 비몽사몽 잠결에 흘려듣는다.
먼 옛날 완행열차타고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산행을 다니던 때가
주마등처럼 떠오르고 훤히 밝아오는 대합실을 나서 택시로 버스터미널로 향한다.

인월행 첫차에는 나 혼자밖에 없어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역시 인월에서 백무동행 첫차에 탑승하니 평일이라 그런지 또 홀로 앉아
차창밖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 즈음 마천에서 학생들 몇 명이
조잘거리며 탑승한다.

초, 중학교 앞에서 모두 하차하고 난 텅 빈 버스는 숨 가쁘게 오르막
올라 한적한 백무동 주차장 한 귀퉁이로 숨어버리고 홀로 남겨진 쓸쓸함을
달래며 주차장 아래 입구를 찾아 나선다.

오늘은 정상 어름에서 비박을 할 계획인지라 시간이 넉넉함에 항상
쫓기듯 하던 산행에서 벗어나 마음에 여유를 한껏 부려본다.
주차장 아래 새로 짓는 집 사이 이슬 가득한 풀밭으로 무작정
올라 등로를 찾아 오르니 아침 해가 높이 솟아올랐음에도
숲속은 어두컴컴하다.

인민군 비트를 지나고 제법 경사진 능선을 치고  창암능선에
올라서서 무엇에 홀린 것처럼 우측으로 진행하여야 할 것을
북쪽 내리막으로 진행하다가 나침반을 꺼내보고 다시 뒤돌아선다.

칠선 갈림길에서 한참 아래쪽으로 치고 올라선 탓에 약 10분 이상
진행하여 바위아래 갈림길에서 배낭 내리고 잠시 숨을 돌린다.

지난 8월 오락가락하는 비속에 두지터로 내 달리던 기억이 새롭고
칠선골로 쉬엄쉬엄 발길을 옮기는데 너덜지대 이리저리 흩어진
발자국을 잘못 따라 가다보니 칠선 물소리가 잦아지며 능선으로
붙는 것 같아 길도 없는 파란 이끼 낀 너덜지대를 한동안 내려서다
다시 길을 찾아 내려선다.

시원한 물소리 들리는 계곡을 따라 잠시 진행하니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칠선폭포가 우렁차게 흘러내리고 있다.


칠선폭포

오직 물소리뿐 적막한 폭포 아래로 내려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잠시 진행하여 대륙폭포 갈림길에서 배낭 내리고 이른 점심을 한다.

흘린 땀과 계곡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으쓱함을 느끼지만 한가로이
여유 있게 점심을 마치고나서 어디서 비박을 할지 몰라 저녁,
내일 아침 식수까지 배낭에 챙기니 제법 묵직함으로 어깨를 압박한다.

폭포가는 길로 잠시 따르다가 능선 끝머리 바위를 피해 바위
왼쪽으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능선으로 진입하여 진행하니 자주
산행을 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다.

키 작은 산죽과 좁은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한사코 가지 말라
큰 배낭을 붙잡고 늘어지는 통에 힘겹게 오르막을 진행한다.
양쪽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지만 저 물소리가
끝이 나야 오늘의 고행도 끝이 나리라.




온통 숲속이라 전망도 없는 길을 이리저리 바위를 우회해가며
쉬는 시간이 늘어가고 무심코 오른 바위지대에서 내려갈 길이 없어
우회하기도 하며 한동안 오르다 보니 나무사이로 천왕봉쪽으로
울긋불긋 단풍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오름짓이 한꺼번에 보상을 받는 기분이다.
이제 저 앞에 보이는 1798m 암릉만 넘으면 중봉이 지척일터,
바로 아래에 난 사태지역을 왼쪽으로 오르니 수줍음에 물든
단풍나무가 반겨주고 있다.


사태지역 단풍

잠시 쉬며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며 땀을 식힌다.
굽이굽이 지리자락을 헤매다보면 언제 또 이 길을 올까하는 생각에
한동안 머릿속에 담고 길을 이으니 다시 사태지역을 만나 끝까지 치고 오른다.




하봉쪽으로




중봉 헬기장 전 오르막에는 단풍나무들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성큼 다가온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곧 다가올 매서운 추위를 대비하여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이지만
대자연 앞에 미약한 인간의 눈에는 아름답게만 보이니,,,,

오랜만에 올라본 중봉정상에는 아무도 없고 그저 눈앞에 펼쳐진
산그리매에 넋을 놓고 시간가는 줄 모른다.
천왕봉에는 서너 사람의 흔적이 보이고 천왕북사면에는 햇빛을
받은 단풍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빛난다.


써리봉 단풍


황금능선




천왕봉



중봉 안부 컨테이너는 치워지고 멋진 경치에 마음을 빼앗기며
천왕봉에 올라서니 몇 사람뿐, 아직 시간은 넉넉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걸음을 멈추기로 마음을 먹는다.

마침 몇 년 만에 지리에 들었다는 분이 있어 긴 밤 심심하지는
않게 되어 다행이고 스르륵 넘어가는 햇님과 아쉬운 이별을 한다.
사진 찍는 분이 삼각대 맡겨두고 마지막으로 내려가자  
고단한 몸 자리 펴고 누인다.


중봉


석양

초하루 달도 없는 밤하늘에는 어찌나 초롱초롱한 별들이 많은지
침낭 속에서 눈만 내놓고 무수한 별을 헤아린다.
얼마 만에 이런 별을 보았는지,,,

저 멀리 남해안 주변의 도시들이 내뿜는 불빛과 하늘의 별들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광경을 연출하고 초저녁 잠깐 눈을 붙이고 깨여
두런두런 이야기에 밤이 깊어간다.

가끔씩 부는 바람소리만 요란한 천왕봉에서의 꿈결 같은 시간은
흐르고 부지런한 산객들이 랜턴 켜고 천왕일출을 보기위해 오르는
소리에 잠이 깨지만 한동안 더 침낭 속에서 뭉기적거리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몇 번을 천왕일출을 기대했지만 번 번히 실패하여 기대를 버린
일출을 여러 사람들이 둘러서 있으니 혹시나 하고 정상에 올라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기다려본다.
구름이 끼어 몇 사람은 실망하여 내려 설 즈음 구름사이로
선명한 해가 불쑥 솟아오른다.



일출

많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한산해진 정상에서 잠시 머무르다
오늘 벌초를 위해 산을 내려선다.
통천문으로 내려서는데 제석봉이 알록달록 치장한 채 발길을
붙잡는 바람에 또 한동안 배낭 내리고 시간을 보낸다.
저 멀리 보이는 지리 주능선에 마음을 묻고,,,




제석봉 단풍


제석봉 너머로 주능선

제석봉 너머 옛길로 내려서 제석단에서  시원한 생명수와 간단하게
아침을 행동식으로 때우고 장터목으로 돌아 나오니 여러님들이 오고간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세석쪽으로 발길을 이어보겠으나 그냥 중산리로 부지런히
내려서 **식당에서 간단히 목축이고 깨끗이 몸 씻고 고향으로 발길을 옮긴다.


제석봉에서





덕천강 따라 고향 가는 길






      






  • ?
    오 해 봉 2006.09.28 23:12
    칠선폭포 중봉단풍 석양 일출 제석봉 유암폭포사진
    구경 잘 했습니다,
    무겁고 큰배낭 메고도 가볍게 걷던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어즈간하면 따라가서 덕산에서 웅석봉길로 가자고 졸랐을텐데
    조상님 산소에 벌초라니 어쩔수가 없었답니다.
  • ?
    부도옹 2006.09.29 00:57
    지존에서의 별 헤는 밤....
    한신지곡 다음으로 부럽습니다. ^^*
  • ?
    여태영 2006.09.29 08:58
    제석봉의 단풍이 자꾸만 마음을 설레이게 합니다.
    멋있는 사진 감사합니다.
  • ?
    군자봉 2006.09.29 20:27
    단풍이 벌써 시작되었군요.
    어서가 봐야지
    사진 정말 멋있어요.
  • ?
    웅재부 2006.09.30 06:58
    항상 형님이 가신 길 언제나 가보나 하는 부러움으로,
    언젠가는 함께 갈 수있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지리를 바라봅니다.
    여기 모든 분들 늘 건강하시고 풍성한 추석 맞이 하세요~
  • ?
    선경 2006.09.30 11:14
    추석엔 더욱 지리의 단풍이 짙어가겠죠
    정말 가슴이 찡해오는 아름다움입니다~~~
    슬기남님 고향으로 가는 하늘에 하이얀구름의 이야기가
    마냥 행복해보입니다~~~즐거운 추석명절 되세요~~~
  • ?
    능선샘 2006.09.30 13:04
    혼자 헤는 별은 얼마나 더 반짝일까요?
    곁눈으로 단풍보며 오르고 싶은데....
    平地만 느릿느릿 헤매어봅니다.

    행복한 추석 명절 되세요.^^*
  • ?
    군자봉 2006.10.01 20:44
    음악이 아주 쥑이네요.
    너무 좋은 키타소리에 나는 이 음악이 끝날때까지 마우스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 ?
    김현거사 2006.10.02 19:57
    슬기난님이 음악에 조예가 깊군요.
    기타소리 너무 좋다.
  • ?
    슬기난 2006.10.02 21:55
    오해봉님! 중봉능선이 큰 배낭메고는 그리 호락호락하는
    길은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날씨가 좋고 시간여유가 있어서,,,
    부도옹님! 언제 광교산이라도 함께 해보십시다^^*

    준족 여태영님! 님을 뵈면 회남재 아래 아늑한 악양마을이
    항상 눈에 선해 옵니다.
    군자봉님! 멋진 닉에 같은 취향을 가지셔서 더 반갑습니다.

    웅재부님! 약속한 능선,조만간 같이 한번 해보십시다.
    선경님! 먼이국이지만 즐거운 추석맞이하시기를 빕니다.
    능선샘님! 매번 옆으로 지나며 눈만 돌려 쳐다보며 지납니다.
    아늑한 곳에 들러 차 한잔 마실 여유가 있기를 고대해봅니다.

    김현거사님! 뵌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우연이라도 천년약수터에서 뵐 수있을까 두리번거려봅니다.


  • ?
    眞露 2006.10.09 14:53
    칠선...천왕비박...그리고 황홀한 기타소리 알알이 박힌 단풍
    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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