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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목을 떠나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은 산의 높이가 급하게 오름을 실감케 한다.
제석까지의 계단은 왜이리 많고 높은지... 오래간만에 "파이팅" 이라고 외쳐댄다.
제석봉까지의 고사목은 늦가을의 정취와 어울리는 모습이 쓸쓸하다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이 지점에서 무슨 시를 한편 읆고 싶지만 도무지 생각이..........
지금 이 길을 걷고 있지만 초행길이나 다름이 없다. 지난 산행에서는 새벽의 무모한 산행이었기에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동안의 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과 힘을 가중시킨다.   제석봉 정상이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낭떠러지 아래로 저 멀리의 모든 물상과 오색의 향연은 붓과 도화지 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나게 한다. 스스로 미술가가 되어보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림과는 영....      왼쪽으로 돌아가는 길은 뭔가가 시커먼 물체가 앞을 가리는데 고개를 좀 올려야 할 것 같다. 나무의 흔적보다는 그저 시커먼 꼭 만화영화에 나오는 철인 28호와 같은 아주 당당한 자태로 구름을 머금고 있는 모습은 가히 대한민국의 기상이 발원되는 곳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지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 보고 싶은 곳. 바로 천왕봉이라는 느낌에는 어느 반론을 제기 할 수 없다.
천왕봉으로 향하는 길은 힘든 만큼 바위와 계곡의 조화가 나의 눈을 한층 더 휘둥글해지게
한다.  철계단을 내려와 그늘 진 계곡사이로 비추어지는 햇살 받은 둥그스레한 저 멀리 산
등선의 모습은 음!  어떻게 표현을 할까????(국어 공부 좀 열심히 할걸)
사진을 여러 컷 찍었다. 지금 그곳의 사진을 보지만 아마도 최고의 명작인 것 같다.
실물보다는 못하지만 사진만 보아도 그때의 그 모습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르고 내리다보니 통천문이다.
입구를 보려니 고개를 많이 제쳐야 한다. 해발 1800..뭐라고 씌여 있지만 자세히는....
통천문 입구를 돌아 전망대와 비슷한 곳에 오르니
참 ! 감탄 감탄  하 하 하  !!!!!!!!!
내가 지나온 길을 모두 한순간에 보는 것 같다. 거기다가 저멀리 한적한 시골마을과
굽이굽이 휘모는 하얀 은빛의 강줄기의 모습들이 가까이의 단풍이 보태어져 어울리는 모습들은 어찌 말로 표현을 할 수가 없다.
"역시 어렵게 오르면 뭔가가 더 좋은 모습이라니까"
시시각각 변하는 통천의 모습을 숨가쁘게 뒤로하고 얼마 남지 않은 천왕봉으로 향한다.
어렵게어렵게 기어서 오르니
캬!!!!!!!!
천왕봉이다.  크 하 하 하 .........
구름에 가려 비석 외에는 보이질 않지만 이곳에 발을 얹었다는 것으로 만족을 한다.
이곳에다 떨구고 가야 할 것들이 많기에 더 갈망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요즈음 나의 딸 아람이와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 순간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세태의 흐름을 존중하기로 마음을 먹고 화를 내지도 않겠고 가족에게는 화만 내는 아빠가 아닌 인자한 아빠가 되기로 굳게 마음을 먹는다. 아마도 이번 산행에서의 얻은 것 중 가장 커다란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봉신아!  마음을 비워라!" 하며 커다란 목소리로 "야호!" 대신 외쳤다.
천왕봉을 내려와 중산과 대원사 방향의 갈림길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대원사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화엄사에서 출발을 못한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받기 위해 일부러 먼길을 택했다.
배는 고프지만 점심은 치밭목에서 먹기로 하고 발을 바삐 움직인다.
대원사로 향하는 길은 너무도 낭만 적이다.
어찌나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던지...낙엽을 밟고 지나려니 눈을 가만히 둘 수가 없다.
꼭 무엇을 찾으려고 눈을 고정시키지 못하는 사람처럼 휘둥글해 가지고 발길을 옮긴다.
그러다.   --앗 --
낙엽에 싸인 웅덩이에 발을 헛딛어 그만 발을 심하게 삐고 말았다.
얼마나 아프던지..... 가지고 간 압박붕대와 스프레이 파스를 꺼내어 치료를 하고 잠시 쉬니 조금은 괜찮은 것 같다. 그 곳에 낙엽을 뒷사람을 위해 하나도 남김없이 걷어내고 다시 절룩거리며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은 철 계단도 많고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 꽤 있지만 그 또한 아름답다. 꼭 중국 무술영화에나 나옴직한 셋트장처럼 운치가 그런 대로 있다.
한참을 걸어 와서 뒤를 돌아보니 천왕봉의 웅장한 자태는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중봉을 거처 돌아 내려오는 길은 줄도 잡아야 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미끄럼을 타는 것처럼 조심을 해야 하는 곳도 가끔 있다. 하지만 늦가을의 복병이라면 내가 당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웅덩이에 낙엽이 쌓여 그 곳에 발을 디디면 푹 빠져 발을 다치기가 일쑤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려오다 보니 이제는 서서히 나무의 키가 커지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천왕봉과 능선의 모습은 나무에 가려 보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저 맥없이 내려온다.
어느 곳에 다다르니 저 멀리 치밭목 산장이 보인다. 발을 바삐 움직이려 하지만 삐긋한 다리는 더욱더 통증을 부른다. 한참을 어렵게 어렵게 내려왔다. 치밭목 산장이다.
얼마나 아늑하던지. 아마도 도시에 이런 집이 있다면 유령의 집? 정도로 낡은 집에 걸려 있는 간판의 모습은 늦가을의 정취를 더 한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아저씨 한 분은 카메라를 고치고 있다.
들어가며 "안녕하세요?"하며 인사를 하니 뚝뚝하게 "네"하며 인사를 받는다.
혹시 산장에 계신 분이 아닙니까하고 관심을 보이니 웃으시며 "맞습니다"하신다.
"민" 선생님이시지요? 하니 "예" 경상도 특유의 단답형 이다.
먼저 다치신 다리는 어떠십니까? 오래 전에 소식을 들었는데... 지금은 다 나아서 괜찮으시단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 안으로 들어가니 꼭 시골의 부엌처럼 아늑하기 그지없다.
라면을 꺼내려니 라면이 1개밖에 없다. 라면을 하나 더 사서 끓여 먹는데 별안간 후다닥 하며 닭이 회치는 소리가 들린다. 먹다말고 바깥으로 나아가니 --와--와--- 우박이 쏫아지는데 그 알갱이가 거짓말 조금 보태 포도 알만큼 크다. 맞으면 아플까봐 그냥 바라만 보고 있다. 감탄사를 연거푸 내뱄으며.... 그 장관을 보고 들어와 라면을 먹으려니 입맛이 뚝 떨어졌다. 얼마 남지 않은 라면을 먹고 짐을 챙겨 떠난다.
지금부터는 아마도 거의가 내리막길일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사진 한방을 찍고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난다.
대원사로의 내리막길은 중산으로의 길과는 사뭇 다르게 처음부터 물과의 만남이 쉽게 이루어진다.   개울에 걸터앉아 정말로 오랜만에 세수를 한다. 3일만에 그리고 양치질도.....
그저 물로만 하는 세수와 양치질이지만 어찌나 개운하던지.....
나의 모든 마음의 찌든 때와 고민,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의 고민을 모두 씻어버리려 애를 쓰지만 과연 씻어졌는지 ........얼마를 한참 있다가 내려오니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발길은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향한다. 가던 길 왼쪽으로 내려가니 -- 무세치기다. ---
가만가만 .......정신이 혼미해진다. 어찌 이런 곳에 이런 멋진 것이.. 하 하 하 하
하얀 우유빛을 내며 떨어지는 모습은 아름답기보다는 순수 그 자체다.
모습을 비유한다면 꼭 간난아이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젖을 물린 그 젖과 같은 순수 그 자체다.  둥근 바위로 떨어지는 하얀 우유는 과연 지리에서만의 특권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곳 폭포의 날카로운 모습과는 상반되는 푸근한 모습이다.
이 아름다움을 멀리하고 나오려니 너무나도 아쉽기 그지없다.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옮긴다. 내려올수록 물의 양은 넘쳐 물소리가 대단하다. 여름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냥 빠져들고 싶다.
그런데 대원사로 내려오는 길은 어찌나 먼지 지난 산행에서의 중산으로 향하는 길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물소리와 어우러저 절룩절룩 내려오며 노래를 불러본다. 발은 삐어서 아프지만 그래도 이번 산행의 만족감이 더욱더 강하기에 느긋하기만 하다. 한참을 어렵게 내려오니 길은 점점 좋아지고 계단의 모습도 점점 고급스러워지니 이제는 다 왔다는 것을 알 것 같다. 한참을 내려오니 밤털이가 끝난 후라 밤까시만  나뒹굴어져 있다. 혹시나 하고 지팡이로 뒤져보니 한톨 두톨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얼른 주어 주머니에 넣으니 어느새 한 주머니가 되었다. 산을 내려오며 입으로 생밤을 까서 퇘퇘 뱉어가며 먹는 그 맛은 하 하 하..........
어느새 대원사에 도착하였지만 삔 다리가 너무도 통증이 더하여 빨리 차 타는 곳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그곳의 구경은 다음으로 미룬다.  
어렵게 어렵게 주차장까지 와서 진주행 버스에 오른다.
그때 시각이 오후 5시 5분.......진주에서 밤 9시18분 열차를 타기 위해.............

이번 8일부터10일까지의 산행은 나에게 많은 것을 버리고 채우는 산행이었다.
친구와 동행을 하였지만 나 스스로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기 위해 노력을 하기도 하였다.
지난 4월에 건강의 심각함을 깨닿고 백수생활을 시작한지 어느새 6개월이 지난 지금
이제는 완쾌 되어서 뭔가를 하려니 가족과의 이견이 어렵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나는 지리에다 모든 이견과 반감들을 모두 버렸다.
딸아이와 세대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일이며 아내와의 성격차이 등등....
이제는 인자하고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기로 마음 먹으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지리를 떠난다.
마지막으로 주절없는 글을 끝까지 보아주신 여러 선후배님께 감사를 드리며
가지 못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브님, 부도옹님, 인천의 김선생님, 자유부인님, 솔메거사님 등 이 홈피의 터줏대감님들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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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1.10.16 23:34
    지난번 오리무중의 산행을 보상한 듯 합니다. 천왕봉에서의 결심들.... 내내 건강하시고 자주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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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희 2001.10.17 09:32
    산행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새로 하시는 일 잘 되시기를.. 그리고 가족의 건강과 행복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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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1.10.17 11:15
    [지리산행 연작시]를 보듯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되찾고 새로운 생활인의 의욕을 다지는 계기가 되셨다니 더욱 축하합니다. 가정일도 한결같이 행운이 함께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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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욱 2001.10.19 00:40
    지난 여름에 지리산을 갔던 기억이 나는군요~~^^ 다시가고 싶은 곳-지리산!! 언제한번 인연이 되면 그곳에서 만나요~많은 이야기도 나누면서..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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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계명 2002.01.23 16:31
    이렇게 좋은 글을 남기셨는데 이제서야 보고 문안인사 겸해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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