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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점마을 -> 새재-국골 이정표 -> 하봉 -> 중봉 -> 하봉 -> 국골 회귀 1박 2일.
( 2001. 10. 13 - 10. 14  2인 등반)

몇 일전 P씨로부터 전화가 있어 금요일 저녁 배낭을  꾸리고 인터넷 사이트 몇 군데를 돌아본다 .  내일 모래 날씨 맑음. 최저 10도.  다행이다. 95-96년에 자주 찾았던 지리산이지만 오랜만에 가려고 하니 근래 산 사정을 알 수가 없어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든다.  지난 달 기백산 야간 산행에서 풀렸던 다리를 생각하니 평소 운동을 안한 것이 맘에 걸린다. 프린트한 동부능선을 머릿속에 익힌다. 동부 쪽은 길이 뚜렷하지 않을 것 같다란 생각에 몇 년간  사용하지 않던 나침반을 찾아보나 보이질 않는다.

- 광점마을 출발.
추성리 광점마을에서 산행 초입 길 민가에 양해를 얻어 주차하고,  1리터 패터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 산길을 접어든다. 12시 50분이다. 능선을 타니 아무래도 물이 충분해야 하리라. 내가 금붕어란 별명을 가지고 있지만  1리터면 충분하겠지. 평소 운동을 하지 않았으니 담배도 차에 두고 가기로 결정하였다.

- 능선으로 치고 가지 뭐
초입에 등산로가 보이질 않는다. P씨와 길을 찾다가 능선까지 무조건 오른쪽으로 치고 올라  붙기로 한다.  얼마 못 가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P씨가 송이버섯을 찾는다고 주위를 살핀다.   덩달아 찾는 시늉을 한다. 출발은 순조롭다.  

- 높은 곳 묘지 하나.
올라갈수록  P씨는 저만치 앞서 있다. 내 발걸음이 느리다 보니 할 수 없으리라.  내 페이스 유지에 안간힘을 쏟는다.  무리하지 말자. 갈 길이 멀다. 능선이 가까워 오면서 사람이 다녔던  길이  보인다. 전망 좋은 길목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간다. 양쪽으로 흐르는 능선 줄기도 덩달아 눈앞 가까이 펼쳐진다. 능선 가까이인 듯 싶은 곳에 묘가 보인다.  잔디를 보니 묘를 쓴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시계 시침을 태양으로 맞추어 대충 방향을 가늠하니 거의 정남방으로 난 묘로 보인다. P씨와 자리를 잡고 물을 마시면서 잠깐 휴식을 취한다.  어떻게 상여가 여길 올라왔나?   헬기로 올라 왔나?  

다시 길을 재촉한다.

- 날이 저문다.  

오른쪽 어깨 너머로 태양이 내일 보자 인사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화답한 후 길을 재촉한다. P씨는 얼마나 앞서 있을까?  능선이 코앞에 다가온 듯 한데, 이 앞이 숙밭재 정상인가?  그러나 아무리 나아가도 숙밭재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리본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서 일반 등산로로 올라온 것이 아닌가 보다.  7시 가까워 사방이 칠흑같이 어둡다.  멀리 초생달이 보였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헤드랜턴 빛에 의지해 길을 찾으나 자주 사라진다.  이제 P씨와 보조를 맞추어야 하리라. 바위 봉우리에 올라 P씨를 불러본다. 멀리서  P씨 목소리가 들린다. 랜턴으로 내 위치를 알려준다. 봉우리 2개 넘어 P씨의 랜턴이 보인다.  기다려라 하고는 길을 찾는다.  바위 봉우리 앞에서 등산로를 찾느라 좌우로 바삐 움직여 겨우 따라 잡으니 P씨는 춥다고 하소연한다.  난 초가을 옷 한 겹이지만 더워 죽것다.  


- 여기가 어느 능선 어디쯤인고 ?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능선을 둘러본다.  앞에 시커먼 봉우리가 무슨 봉우리인지 모르겠다.  시간상으로는 두루봉이나 하봉이 가까울 터인데 알 길이 없다. 나침반이 아쉽다.  능선으로 계속  길을 찾는다.  등산로는 수시로 사라진다.  P씨는 왕성한 걸음걸이로 좌우로 길을 찾아 바삐 움직인다. 덕분에 뒤를 쫓는 나는 편하다. 가끔 나타났던 밧줄을 보아 능선을 낀 등산로가 맞을건데,  여긴 어느 능선 어디쯤인고 ?  걸음걸이 느린 나를 기다리느라 P씨는 속도를 내질 못하고 조금 앞서가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8시가 가까워 왼쪽에 큰 바위를 만났다. 비박하기 좋은 곳이다.  여기서 잘 것인가?  더 갈 것인가? P씨와 얘기를 나눈다.  내 컨디션을 살펴본다. 허벅지가 묵직하고 어깨도 약간 뻐근하다.  P씨는 더 가기를 원하지만, 여기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라면을 끓이려하나 물이 부족하다. 김밥으로 저녁을 해결한 후 P씨에게 여벌옷 하나를 건네어 주고 오리털 파카 내피를 입으니 따스하다. 낙엽 위에 판초의를 깔고 매트리스와 침낭을 펼쳐 몸을 누인 후 텐트 후라이를 덮으니 후끈하기까지 하다.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 새벽녘 길을 떠나다.
밤새 작은 산짐승소리에 잠시 깬 이후 아주 달콤하게 잔 듯 싶다. P씨는 내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고 불평이다. 이전에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였지만, 오늘 비로소 나도 피곤하면 코를 곤다는 걸 처음 알았다. 랜턴을 밝혀 짐을 정리하고 출발하니 4시 50분이다. 랜턴을 밝혀 길을 가다 보니 이내 날이 밝는다. 5시 50분경 되어 바위 봉우리에 다다라 동쪽을 바라보니 멀지 않아 일출이다. 앞에 봉우리가 하봉으로 보이는데 시간상 중봉까지 가기는 힘들 것 같아 여기서 일출을 보기로 한다. P씨는 캠코드로 녹화하느라 바쁘다. 멀리 능선에 걸린 낮은 구름이 더 아름답다.  저 능선이 덕유능선이고 뒤쪽이 기백산이다 등등 얘기 나누다 지리능선을 바라보니 천왕봉도 멀지 않아 보인다. 해돋이도 끝나고 다시 길을 간다.  

- 하봉에서 어디로 갈까?  
조금 더 가다 보니 7시쯤 이정표가 나온다. 왼쪽이 새재고 오른쪽이 국골이라...  그럼 우리가 잔 곳은 어디고? 모르겠다.  하봉으로 가자.  9시경 하봉 헬기장에 다다라 P씨와 얘기를 나눈다. 어제 조금 더 걸었으면 중봉 일출이나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다 말한다. 어구 난 지금도 다리가 무겁습니다. 살려주소.  배낭을 두고 P씨와 중봉까지 갔다가  칠선으로 가던 국골로 가던 차 있는 곳으로 회귀하자고 결정한다.  물이 부족해 걱정이다.  천왕샘에 물이 나올까? 중봉까지 갔다가 천왕봉 바로 아래까지 뛰어갔다 회귀해 돌아오는 P씨를 만났다.  천왕샘 물없음.  아침을 어떻게 하나? 계곡 상단으로 빠져야 것군. 하봉 헬기장으로 돌아와서 하산 길을 국골쪽으로 잡는다. 지나온 이정표까지 가서 내러가거나 아님 하봉을 지나 왼쪽 밑으로 치면 되리라.   하봉에서 하산 길을 결정하니 11시를 넘어가고 있다. 돌아가자 돌아가.

- 국골이 어디메고?
돌아가는 길에 하봉 정상에서 천왕봉을 돌아본다. 다음에 오마.  P씨는 빨리 하산해서 막걸리 한잔하고 차에서 눈을 붙인 후 술이 깨면 돌아가리라고 얘기한다. 국골을 3시간만에? 날 잡아 잡수소.  하봉을 지나 왼쪽 능선 길로 돌기로 했다.  지름길이 있음 바로 치고 내러 가리라.  하봉에서 몇 십분 가지 않아 올라오는 사람이 보인다. 인사를 건네고 어디서 오시는지 물으니 새재에서 초암 능선을 타고 오는 중인데 힘이 부친다는 얘기를 하신다. 어제 우리가 넘어왔던 길이 초암 능선인가 보다.   잘 가시라는 인사를 건네고 얼마가지 않으니  왼쪽으로 떨어지는 등산로가 보인다. 국골길이리라. 내리지르는 길을 십여 분 가자 밧줄 아래에 다른 일행이 보인다.  인사를 건네고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  국골로 통하는 능선 길이란다.  샘을 물어보자 능선에는 샘이 없다는 얘기를 들려준다.  올라가는 일행이 일어서는걸 보고 우리도 길을 재촉한다. 이내 국골 계곡으로 통하는 길이 오른쪽에 보인다.  굶주린 배여 조금만 기다려 다오.  물을 보자마자 마시고 패트병 채우고 머리 얼굴 발 가릴 것 없이 물을 축이기 바쁘다. 발을 담그고 오래 있기에는 물이 매우 차다.  시계는 12시를 막 넘어가고 있다. 밥을 하고 라면을 끓여 아침 겸 점심을 허겁지겁 해결한다. 시장이 반찬이라 산에선 무엇이던 맛있다. 식사 후 휴지로 코펠을 닦아내고 주위에 남겨진 흔적이 없는지 확인 후 길을 떠나니 1시 반경이다.

- 계곡 등산로는 보물찾기보다 어렵다?
계곡 상단에서 20-30분 거리는 작은 폭포들로 이어지는 장관이다. P씨는 캠코드를  부지런히 돌린다.  96년쯤에 이 길을 혼자서 내러간 적이 있어 등산로를 찾기 쉬우리라 보았건만 예상과 전혀 다르다. 리본은  보이지 않고  사람이 출입한 흔적도 사라진 곳이 많아 길이 보이질 않는다. 사람 다닌 흔적을 쉽게 찾아내던 P씨도 길을 찾지 못해 난감해 한다.   계곡을 따라 내러가다 길이 끊어지면 옆 사면으로 붙고 다시 계곡으로 내러 서길 수시로 반복한다.  허벅지가 점차 무거워져 하산 속도를 줄였고  막걸리는 먼 나라 얘기가 되리란 생각을 한다.   5시 가까이 되어 등산로를 찾지 못해 한참 헤매기를 반복하다 P씨가 앞에 열매를 가르킨다.  다래다. 하나 입에 무니 그 다음부터 보이는 데로 입으로 가져간다. 한끼 식사를 쉽게 할 정도로 지천에 널려 있다. P씨는 봉지에 수북히 담아 아들에게 먹일 것이라고 자랑스레 얘기한다. 다래주를 담글만큼 다래를 챙기고 다시 길을 찾는다.

- 등산로야 너 반갑다.
5시 반이  가까워 오면서 등산로가 뚜렷이 보인다. 등산로야 너 반갑다. 조릿대가 수시로 나타나는 걸 보니 이제 속도를 내어도 되리라. 30-40분이면 마을이 나타나리라.  속도를 내기 시작하니 P씨는 산삼을 먹고 왔나? 라고 농을 건다. 하지만 30-40분을 가도 마을이 보이질 않는다.  P씨는 먼저 내러가고 천천히 길을 재촉한다. 해가 넘어가면서 길이 어두워진다. 속도를 줄이고 헤드랜턴을 준비한다.  곧 칠흑같은 어둠이 길을 덮으리라.  멀리 자동차 전조등과 마을 불빛이 보였다 사라지길 30여분 시멘트 도로가 앞을 가로막는다. 7시 10분이다. 오른쪽과 왼쪽에  민가 불빛이 보인다.  P씨는 어느 쪽으로 갔을까? 광점 마을은 어느 쪽이지?  가까운 왼쪽으로 내러오니 가게에 사람들이 있다.  P씨가 보이질 않아 망설이는데, 안에서 술 한잔하던 다른 일행이 들어 오라 손짓한다. 담배 한가치를 피워 물고 맥주 한잔 얻어 마시면서  P씨를 보았는지 물어본다. 차를 가지러 갔다고 일러준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있으니  P씨가 문을 열고 시간이 급하다 길을 재촉한다.


PS. 여기 표기한 시간은 메모가 아니라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별첨:  준비물.

출발 전 날씨 확인 ( 맑음, 최저 10도, 최고 26도.)
보행장비 - 등산화, 등산 양말, 비옷 상의, 헤드랜턴 및 여분 건전지, 배낭,
           모자.  1리터 패터병. 군복 바지 및 초가을 긴소매 남방 얇은 것,
           쉴 때 추우면  비옷 상의 및 모자 착용. 등반 시 얇은 긴소매 남방도
           더워 풀어 헤치고  올라갔음.
취사도구 - 코펠, 휘발유버너(기온이 높아 가스버너로 충분했음),
               두루마리 휴지(설거지용), 쓰레기처리용 봉투.  라면을 끓일 때
               양이 많지 않도록 주의할 것 ( 양이 많으면 라면 궁물로 인해
               가져가지도 못하고 억지로 먹어치워야 하는데 힘듭니다. ;-) )
먹을거리 - 김밥 4인 분, 라면 3개, 쌀 2인 분, 찌개거리 1회 분, 김치.
간식 - 찹쌀 초코파이 6개, 자유시간  6개, 사탕 1봉지,
비박 준비물 - 매트리스, 침낭, 판초의, 텐트 후라이. 오리털 파카 내피
                   및 여벌 상의.  수건.

별첨: 불편했던 것.
면장갑 ( 밧줄탈 때 )
필기도구 ( 도착, 출발 시간을 적지 않아 기록 남기기 어려움. )
1회용 밴드( 발에 물집이 잡힐 때 필요할 듯하나 이번에는 필요없었음.)
나침반 (시계 시침을 태양에 맞추어 대충 가늠했으나 있으면 편할 듯),
능선에는 물이 없으므로 부족하지 않도록 조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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