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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2207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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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저 달처럼 차오르는데
네가 쌓은 돌담을 넘지 못하고
새벽마다 유산되는 꿈을 찾아서
집을 수 없는 손으로 너를 더듬고
말할 수 없는  혀로 너를 부른다
몰래 사랑을 키워온 밤이 깊어가는데
꿈의 페달을 밟고 너에게 갈 수 있다면
시시한 별들의 유혹은 뿌리쳐도 좋다.
                                       최영미'꿈의 페달을 밟고'

25일.
밤새 덜커덩 거리는 소리는 간간히 나를 잠에서 깨웠고,
심하게 부는 바람은 마치 장터목 산장을 한입에 삼켜 버릴 것 만 같았다.
산행 마지막으로 일출을 보고자 했던 바램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오전 내내 쏟아지는 눈보라로 우린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루만 더 있자.
내일이면 분명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눈꽃을 실컷 볼 수 있을꺼야.
오전 내내 고민 고민 하다 그렇게 결정하고 나니 맘이 편했다.
하루종일 발목이 묶인 우리는
간간히 방송을 통해서만 눈으로 인해 통제가 되고,풀리고를 반복한다는
소식을 들을 뿐 언제쯤 이 눈보라가 멈출지는 아무도 몰랐다.
답답하여 밖으로 나가는 용기를 내 보았다.
그 눈보라 어찌나 심한지 잠시도 서 있을 틈을 주지 않았다.
산장앞 낮게 하늘을 배회하는 새들도 날개를 펴는 용기를 내 보지만
바람을 이길 재간이 없나보다.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할뿐....
두사람은 낮잠을 청했고, 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는 하늘을 보면서
이번 산행을 생각 해 보았다.
길 위에서서 무얼 버렸고, 무얼 얻었는지...

'한번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애틋함이나 그리움은
  저 세상에 가는 날까지 가슴에 묻어두어야 한다.
  헤어진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거들랑 자기 혼자만의 풍경 속으로 가라
  진실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은 그 풍경 속의 가장 쓸쓸한 곳에
  가 있을 필요가 있다'  
  작가 신현림씨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쓸쓸한 곳에 가 있을 날 상상하니
  끔찍했다.
  이미 흘러가버린 사랑앞에서 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방황하며
  보냈었나, 사랑과 집착의 경계가 어디쯤일까를 놓고 마치 풀리지
  않은 매듭을 놓고, 꼭 풀어내야만 하는 특명을 띈 것처럼
  이십대를 보내 버리고 말았다.
  여전히 풀지 못한 수학문제처럼 뒤끝이 찜찜하지만
  이젠 그만 그 질긴끈을 놓고 싶다.
  어느날 그사람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본 순간부터
  모든걸 이제 그만 그 자리에 놓아 버리고 싶었다.
  
  얼마쯤 이곳에 버리고 가고 싶었다.
  한줌의 먼지도 남겨두지 않고 모두 날려버리겠다는 심산으로
  부는 바람에 내묵은 미련도,집착도,사랑까지도 다.
  다만 앞으로의 삶,
  얼마나 또 강한 바람이 내 여윈 가슴을 흔들어 놓을 지 모르겠지만
  그때마다 아주 꺾이지 않을 만큼만 불어줬음 하고 바래본다.
  스스로 선택한 길에 후회없이 곧바로 걸어갈 수 있는 용기를 달라며
  보여주지 않는 섬진강 줄기에 빌고 또 빌어봤다.

  26일.
  우리 눈앞에 펼쳐진 장관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늘은 끝없이 맑았고, 떠오른 태양은 우리에게 꿈꾸라 한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몫이라면서....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났다.
  우리네  삶이 단조롭고 건조한 이유는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맘이 착해진다.
  한없이...한없이....

  *** 8일간의 지리산행. 지루하기도 했을법한 이 가니긴,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을 따뜻하게 봐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분들 다 해피하시고, 언제쯤 지리산 능선 어디에서
  한번쯤 뵐 수 있는 인연이 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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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3.01.13 18:21
    덕분에 멋진 산행 마음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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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3.01.13 20:36
    멋진 산행기 잘 읽고, 함께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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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화유 2003.01.13 21:27
    落花有意 流水無情!!진정으로 가슴을 파고드는 아름다운 산행기..아름다운 산이 사람의 맘을 착하게 하듯..들꽃님의 산행기는 사람의 맘을 환하게 밝히는것 같습니다.특히 신현림 님의 글 부분도 많은 님들이 동감할수 있는 귀절인것 같구요...아름다운 산행 많이많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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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희 2003.01.13 21:48
    아름다운 풍경과 시, 산길 이야기에 즐거웠습니다. 뜻깊은 20대 보내세요. 30대를 맞이하는 기분도 나쁘지만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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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양지 2003.01.13 23:45
    아름다운 꿈. 현실에서 이루어지시길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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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가 2003.01.14 00:35
    '한번간 사랑은 그것으로 완성된 것이다. ' 산행기 맛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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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1.14 02:11
    들꽃님의 아름답고 포근한산행기.시.사진.20대 잘보았읍니다.꽃필때쯤 또한번 다녀오세요.대단히 수고하였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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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드리지 2003.01.14 07:46
    정감어린 가슴을 따스하게 데우는 서정시 같은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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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01.14 08:57
    멋진 산행에 더욱 멋진 산행기...감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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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阿逸行... 2003.01.14 10:22
    들꽃님 산행기 잘읽었네요...신현림님의 글 ..공감이가네요...같은 맘고생을 하고 있어서인지...산행기보고 울어보긴 처음이네요..바보같이...언젠가 지리능선에서 뵙게 될날이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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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진 언덕 2003.01.14 12:57
    감성어린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삶이란 어떤 식으로 살아 가든, 끝없는 물음표와 느낌표는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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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南人 2003.01.14 13:05
    서정시와 같고, 서사시와 같은 정감이 물씬 그득한 글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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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별 2003.01.14 16:25
    들꽃님. 산행기 고맙습니다. 제가 좀 섭섭해한다는 것도 알아두셔야 해요!!! 후후. 그럴 수만 있다면. 늘 건강하고 예쁜 삶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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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이 2003.01.16 14:08
    음 저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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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킹 2003.01.17 23:48
    22일 오후에 장터목에서 중산리 쪽으로 까만 비닐 봉지를 들고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휴지를 줍던 분 아닌가요???저는 그 때 도토리를 줍냐고 우문을 했던 사람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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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般若 2003.02.06 19:18
    바.람.한.점.구.름.한.점.없.어.도.세.상.은.아..름.답.지.않.다. '슬퍼하지 마라. 이 세상에 사랑하는 모든 것은 헤어지게 되어 있느니.....' 싯타르타의 말처럼 봄날이 가듯 그렇게 사랑도 보내야 겠지요. 슬픔의 끝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사랑을 만나러( the end of the srrow begining the love ). 반가웠습니다. 이제 산에서 사진찍기에 열중인 사람을 보면 님인가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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