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미안함을 쌓아가는 일이 되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사람에게 미안한것은 오직 산에서만 용서 받는다
이젠 업보 때문에라도 산에 가지 않을 수 없다
방면 받는 심정으로 능선을 걷곤 한다
배문성 '등산'
언제 부턴가 도시에서의 삶에 지치면 위로받듯 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산은 날 침묵으로 인도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준 유일한 곳이 거든요.
그리운 사람들도 다 산에 있구요.
그래서 이런말이 있던가요?
산을 타는건 '절대적인 순수' 라구요.
오늘은 길 위에서 7시간을 보냈다.
치밭목에서 천왕봉을 지나 장터목 산장까지...
오로지, 오르고 내리는 것 만 강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텐데
가끔 바람이 이끄는 대로 몸도 한번 맡겨 봤다가, 바위에도 잠시 기대어 보니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워낙 한량처럼 걸었기에 다리는 별로 힘든지 모르겠는데
두 어깨가 지탱하고 있는 배낭의 무게때문에 등쪽이 뻐근했다.
장터목 산장에 들어서니 안면있는 산장지기
이젠 반가워 하는 기색도 없이 웃기만 한다.
처음 겨울 지리산을 찾았을때 저녁 9시에 산장에 들어서는 날
단단히 혼을 내야 하는데
내꼴이 너무나 불쌍해 보여 할 말을 잃었다는분.
그때 그분이 ' 얼굴은 벌겋지,눈썹엔 서리가 붙어 있는데
참, 대책없는 아가씨구만' 하면서 산을 왜 오느냐고 물었었다.
이제 그정도로 대책없어 보이지는 않는지...좀 여유있어 보이는 내 모습이
좋아 보인단다.
자리를 배정받고나니 서서히 허기가 몰려온다.
그러고 보니, 점심에 내가 무얼 먹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충 행동식으로 때운 것 같다.
우선 급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팥죽을 하나 먹었다.
그거라도 대충 때우고 나니 그제서야 오늘 내가 누울 자리가 보이고,
매트리스를 깔고 보니
눕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잠시만 얼었던 몸이라도 풀고 무얼 해도 해야 겠다는 생각에
발로 배낭을 귀찮듯 밀어 버리고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떠보니 시간은 새벽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또다시 잠을 청할 수 밖에.....
21일...
운해가 끼었다. 그 층이 조금 두꺼워 아쉬웠지만
반야봉을 선명하게 남겨두는 여유도 부렸다.
지리산을 오르면서 반야봉을 저리도 선명하게 본 적이 있었든가.
너무나 황홀했고, 너무나 감사했다.
아침빛이 들어와 반야봉 아래 깔려있는 운해를 황금빛으로 만들었다.
산에 오른후 처음으로 셔터 누르는 즐거움을 맘껏 느꼈다.
자연히 입가엔 미소가 번졌고, 내 손은 점점 빨라졌다.
오전을 그렇게 황홀하게 보내고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정도를 밥한번 구경을 못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미치니
밥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누룽지를 충분히 끓여 정신없이 먹어댔다.
누룽지 끓인 마지막 물로 커피한잔 타서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이 다 내것같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운해를 보면서 그리고 언제 사라질지 모를 반야봉을
눈에,맘에 자꾸자꾸 담았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다가 오후에 잠깐 제석봉에 올랐다가
어제 못 본 천왕봉도 한번 보고
그냥 그렇게 산책삼아 조금 걸어보는거 외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더이상 산을 산으로 보지 않고 마치 휴양지에 온 것처럼
게으름을 피웠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을 위해서 살아가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그 어떠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위화'살아간다는 것'
산장에서 빌린 소설책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직 살아가는 것을 위해 살아간다.
군더더기 없는 진실 아닌가...
저녁 어스름이 밀려왔고, 하늘엔 별이 하나둘 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몽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이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로 감긴다
오 행복행복 행복한 행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최승자'삼십세'
애절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빠르게 지나온 세월동안 얻은것보다 잃은게 더 많았다고 느껴지는건
내가 너무 비관적이라 그런가.
'가끔씩 흔들려 보는거야' 라며 살아낸 이십대.
그 끝에 선 지금 얻은건 뭔가.
이젠 더이상 흔들리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과
무너지면 더는 이제 혼자서 설 수 없을 것 같은 나약함만이 존재 할 뿐이다.
말 그대로 서러운 나이 서른...
22일. 일요일...
새벽부터 바빴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생각으로...
겨울이었지만 적지 않는 사람들 틈에 끼어 제석봉까지 올랐는데..
구름층이 어제보다 더 두껍게 깔린게 내 발목을 잡았다.
제석봉에서 잡아볼까.....
적당하다 생각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세워 둘 생각으로
펼쳐들었는데 삼각대가 바람을 이길 것 같지 않았다.
아직도 해가 떠 오를려면 삼심분 정도가 남은 듯 한데...
정면으로 부딪혀 오는 바람이라도 피할 요량으로 바위에 기대었다.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혼자라는 것에 강한 외로움을 느꼈다.
이럴때 누구라도 함께 했다면, 이렇게 춥지는 않을텐데...
홀로 산을 찾아 떠오르는 해를 보며 번잡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는
그런 차원 이라면 차라리 나을듯 싶은데
사진을 목적으로 홀로 이렇게 떨고 있다 생각하니 이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내가 선택한것을 누구에게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늘은 서서히 벌겋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단체로 야호 하고 천왕봉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제석봉까지 전해진다.
나또한 생각 할 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누워버린 희망이여, 다시 힘차게 솟아 올라라...
오늘은 이곳 장터목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다.
아침부터 가슴 설레인다.
설레이는 가슴 못지않게 허기가 몰려온다.
무슨 맛있는걸 가져 오라고 하지??
어쩌다가 이렇게 살게 되었을까
사람에게 미안한것은 오직 산에서만 용서 받는다
이젠 업보 때문에라도 산에 가지 않을 수 없다
방면 받는 심정으로 능선을 걷곤 한다
배문성 '등산'
언제 부턴가 도시에서의 삶에 지치면 위로받듯 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산은 날 침묵으로 인도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준 유일한 곳이 거든요.
그리운 사람들도 다 산에 있구요.
그래서 이런말이 있던가요?
산을 타는건 '절대적인 순수' 라구요.
오늘은 길 위에서 7시간을 보냈다.
치밭목에서 천왕봉을 지나 장터목 산장까지...
오로지, 오르고 내리는 것 만 강행했다면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텐데
가끔 바람이 이끄는 대로 몸도 한번 맡겨 봤다가, 바위에도 잠시 기대어 보니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워낙 한량처럼 걸었기에 다리는 별로 힘든지 모르겠는데
두 어깨가 지탱하고 있는 배낭의 무게때문에 등쪽이 뻐근했다.
장터목 산장에 들어서니 안면있는 산장지기
이젠 반가워 하는 기색도 없이 웃기만 한다.
처음 겨울 지리산을 찾았을때 저녁 9시에 산장에 들어서는 날
단단히 혼을 내야 하는데
내꼴이 너무나 불쌍해 보여 할 말을 잃었다는분.
그때 그분이 ' 얼굴은 벌겋지,눈썹엔 서리가 붙어 있는데
참, 대책없는 아가씨구만' 하면서 산을 왜 오느냐고 물었었다.
이제 그정도로 대책없어 보이지는 않는지...좀 여유있어 보이는 내 모습이
좋아 보인단다.
자리를 배정받고나니 서서히 허기가 몰려온다.
그러고 보니, 점심에 내가 무얼 먹었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대충 행동식으로 때운 것 같다.
우선 급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팥죽을 하나 먹었다.
그거라도 대충 때우고 나니 그제서야 오늘 내가 누울 자리가 보이고,
매트리스를 깔고 보니
눕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잠시만 얼었던 몸이라도 풀고 무얼 해도 해야 겠다는 생각에
발로 배낭을 귀찮듯 밀어 버리고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눈을 떠보니 시간은 새벽3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또다시 잠을 청할 수 밖에.....
21일...
운해가 끼었다. 그 층이 조금 두꺼워 아쉬웠지만
반야봉을 선명하게 남겨두는 여유도 부렸다.
지리산을 오르면서 반야봉을 저리도 선명하게 본 적이 있었든가.
너무나 황홀했고, 너무나 감사했다.
아침빛이 들어와 반야봉 아래 깔려있는 운해를 황금빛으로 만들었다.
산에 오른후 처음으로 셔터 누르는 즐거움을 맘껏 느꼈다.
자연히 입가엔 미소가 번졌고, 내 손은 점점 빨라졌다.
오전을 그렇게 황홀하게 보내고보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정도를 밥한번 구경을 못해봤구나 하는 생각이 미치니
밥이 너무나 그리워졌다.
누룽지를 충분히 끓여 정신없이 먹어댔다.
누룽지 끓인 마지막 물로 커피한잔 타서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이 다 내것같다.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운해를 보면서 그리고 언제 사라질지 모를 반야봉을
눈에,맘에 자꾸자꾸 담았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다가 오후에 잠깐 제석봉에 올랐다가
어제 못 본 천왕봉도 한번 보고
그냥 그렇게 산책삼아 조금 걸어보는거 외엔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더이상 산을 산으로 보지 않고 마치 휴양지에 온 것처럼
게으름을 피웠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을 위해서 살아가지,
살아가는 것 이외의 그 어떠한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위화'살아간다는 것'
산장에서 빌린 소설책으로 하루를 보냈다.
오직 살아가는 것을 위해 살아간다.
군더더기 없는 진실 아닌가...
저녁 어스름이 밀려왔고, 하늘엔 별이 하나둘 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몽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이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로 감긴다
오 행복행복 행복한 행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최승자'삼십세'
애절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하다.
빠르게 지나온 세월동안 얻은것보다 잃은게 더 많았다고 느껴지는건
내가 너무 비관적이라 그런가.
'가끔씩 흔들려 보는거야' 라며 살아낸 이십대.
그 끝에 선 지금 얻은건 뭔가.
이젠 더이상 흔들리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과
무너지면 더는 이제 혼자서 설 수 없을 것 같은 나약함만이 존재 할 뿐이다.
말 그대로 서러운 나이 서른...
22일. 일요일...
새벽부터 바빴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생각으로...
겨울이었지만 적지 않는 사람들 틈에 끼어 제석봉까지 올랐는데..
구름층이 어제보다 더 두껍게 깔린게 내 발목을 잡았다.
제석봉에서 잡아볼까.....
적당하다 생각되는 곳에 자리를 잡고, 삼각대를 세워 둘 생각으로
펼쳐들었는데 삼각대가 바람을 이길 것 같지 않았다.
아직도 해가 떠 오를려면 삼심분 정도가 남은 듯 한데...
정면으로 부딪혀 오는 바람이라도 피할 요량으로 바위에 기대었다.
산행을 시작하고 나서 처음 혼자라는 것에 강한 외로움을 느꼈다.
이럴때 누구라도 함께 했다면, 이렇게 춥지는 않을텐데...
홀로 산을 찾아 떠오르는 해를 보며 번잡스러운 생각들을 정리하는
그런 차원 이라면 차라리 나을듯 싶은데
사진을 목적으로 홀로 이렇게 떨고 있다 생각하니 이 무슨 짓인가
하는 생각이 먼저 스친다.
내가 선택한것을 누구에게 무어라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늘은 서서히 벌겋게 달아오르는가 싶더니 단체로 야호 하고 천왕봉에서
소리치는 소리가 제석봉까지 전해진다.
나또한 생각 할 틈 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누워버린 희망이여, 다시 힘차게 솟아 올라라...
오늘은 이곳 장터목에서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는 날이다.
아침부터 가슴 설레인다.
설레이는 가슴 못지않게 허기가 몰려온다.
무슨 맛있는걸 가져 오라고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