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은 보름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에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꽂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 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마종기 '박꽃'
언제부터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무심으로 충만한 당신의
변화에서 육중한 종소리의 여운 같은 그런 울림을 듣게 됐을까요?
햋빛이 열정이고 무자비한 공명정대함이라면 당신의 빛은
그리움이고 연민이며 공감입니다.
당신이 숲에 들면 숲은 부드러움으로 충만하고 당신이 강물에
들면 강물은 깊어집니다.
해바라기처럼 크고 분명한 꽃이 햇빛의 현현이라면
박꽃처럼 희미한 꽃이 당신의 현현일 겁니다.
당신이 들면,
사랑을 하게 되고 꿈을 꾸게 됩니다.
햇빛의 사랑이 소유하고 쌓아 놓는 사랑이라면 당신의 사랑은...
글쎄요,
모든 것이 자기 자리를 찾아 가게 만드는 그런 사랑이라고 할까요.
이주향 '내 가슴에 달이 들어'
장작을 지펴 산장 안에는 온기가 가득하다.
직접 커피를 갈아서 타 드시는 아저씨..혼자 드시기 뭐해
내게도 한잔 건네면서 하시는 말씀..
'대게 여자 혼자 산을 타는건 다 이유가 있어, 실연을 당했거나, 만나던 남자와 헤어졌거나...'
피식 웃으니,
'그것도 아니라면 위험해~ 시집가긴 틀렸네'
웃을듯 말듯한 입매와 약간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
얘기 하실때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이 간간히 농담 한마디 툭 던지듯 하시는데..
참 재미있는 분이시구나.
치밭목 산장은 사람이 그리운 산장이었다.
아저씨는 커피한잔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오셨다가 길 아래 한번 쳐다보고,
하늘 한번 올려다 보시면서 그렇게 서성거리면서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 그리운 님이라도 오시나요?
저녁을 먹고 밖을 나가보니,
세상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고 오로지 달빛만이 휑한 하늘에 홀로 떠다니며
저에게 다 토해내라 한다.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들, 위태롭게 부여잡고 있는 그 질긴 끈들을
이제 그만 이곳에 다 내려놓고 새털처럼 가볍게 가라한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꺼낼 수 없었고,
가슴속 깊은곳에 돌처럼 박혀 있는 그 무엇을들 끄집어 내어 여기 내려두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달빛을 친구삼아 술한잔 들이키는 것 뿐.
바람불어 쓸쓸한 저녁
찬기운이 내 몸을 스쳐가고 어둠이 내린 세상엔
외로운만큼만 빛나는 달빛과 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뿐
그 외 어떤 소리든 다 땅으로 꺼져라.
이런날 마시는 술맛은 죽여주죠.
달빛에 홀려 렌턴도 켜지않고 써리봉을 지나 중봉으로 가고 싶은맘
간절 했지만 그립다고 내맘대로 다 그리 할 수 있는건 아니더라
난 달빛을 친구도 삼았다가, 안주도 삼았다가
술잔을 입술에 댄 뿐....
잠시 나한테 머물러 있어다오.
새벽5시, 서둘러 짐을챙겨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좀 더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어차피,어디까지 오르냐는 이번 산행계획에 애초부터 없었다.
일단 눈을 떳으니 잠은 더이상 올 것 같지가 않고
식수장에 가서 차가운 물도 한잔 마시고 덤으로 세수도 해야겠다.
나무들도 잠들어 있는 이시간,
내가 먼저 숲을 깨운다.
손은 깨질듯이 시려웠지만 정신은 맑았고, 몸속에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들어가니 하늘로 솟을것 같은 상쾌함이 지속된다.
'아~ 물 맛 참 좋다'
아침을 떡국으로 해결하고, 커피한잔 마시고, 중봉으로 향하는 발걸음 어제보다 가볍다
산장아저씨 ' 가다가 못가겠으면 내려오소'
대답대신 길이 어떠냐는 내 질문에' 묻지마소, 산에 오는 사람이 가면 되는거지 그건 왜 묻소?'
웃음으로 답하고 돌아선다.
오늘은 얼마나 이 능선 위에서 머물건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에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꽂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 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마종기 '박꽃'
언제부터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무심으로 충만한 당신의
변화에서 육중한 종소리의 여운 같은 그런 울림을 듣게 됐을까요?
햋빛이 열정이고 무자비한 공명정대함이라면 당신의 빛은
그리움이고 연민이며 공감입니다.
당신이 숲에 들면 숲은 부드러움으로 충만하고 당신이 강물에
들면 강물은 깊어집니다.
해바라기처럼 크고 분명한 꽃이 햇빛의 현현이라면
박꽃처럼 희미한 꽃이 당신의 현현일 겁니다.
당신이 들면,
사랑을 하게 되고 꿈을 꾸게 됩니다.
햇빛의 사랑이 소유하고 쌓아 놓는 사랑이라면 당신의 사랑은...
글쎄요,
모든 것이 자기 자리를 찾아 가게 만드는 그런 사랑이라고 할까요.
이주향 '내 가슴에 달이 들어'
장작을 지펴 산장 안에는 온기가 가득하다.
직접 커피를 갈아서 타 드시는 아저씨..혼자 드시기 뭐해
내게도 한잔 건네면서 하시는 말씀..
'대게 여자 혼자 산을 타는건 다 이유가 있어, 실연을 당했거나, 만나던 남자와 헤어졌거나...'
피식 웃으니,
'그것도 아니라면 위험해~ 시집가긴 틀렸네'
웃을듯 말듯한 입매와 약간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
얘기 하실때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이 간간히 농담 한마디 툭 던지듯 하시는데..
참 재미있는 분이시구나.
치밭목 산장은 사람이 그리운 산장이었다.
아저씨는 커피한잔을 손에 들고 밖으로 나오셨다가 길 아래 한번 쳐다보고,
하늘 한번 올려다 보시면서 그렇게 서성거리면서 늘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셨다.
오늘 그리운 님이라도 오시나요?
저녁을 먹고 밖을 나가보니,
세상은 고요히 잠들어 있었고 오로지 달빛만이 휑한 하늘에 홀로 떠다니며
저에게 다 토해내라 한다.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것들, 위태롭게 부여잡고 있는 그 질긴 끈들을
이제 그만 이곳에 다 내려놓고 새털처럼 가볍게 가라한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꺼낼 수 없었고,
가슴속 깊은곳에 돌처럼 박혀 있는 그 무엇을들 끄집어 내어 여기 내려두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달빛을 친구삼아 술한잔 들이키는 것 뿐.
바람불어 쓸쓸한 저녁
찬기운이 내 몸을 스쳐가고 어둠이 내린 세상엔
외로운만큼만 빛나는 달빛과 잔에 술이 채워지는 소리뿐
그 외 어떤 소리든 다 땅으로 꺼져라.
이런날 마시는 술맛은 죽여주죠.
달빛에 홀려 렌턴도 켜지않고 써리봉을 지나 중봉으로 가고 싶은맘
간절 했지만 그립다고 내맘대로 다 그리 할 수 있는건 아니더라
난 달빛을 친구도 삼았다가, 안주도 삼았다가
술잔을 입술에 댄 뿐....
잠시 나한테 머물러 있어다오.
새벽5시, 서둘러 짐을챙겨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르게 좀 더 이곳에 머물고 싶었다.
어차피,어디까지 오르냐는 이번 산행계획에 애초부터 없었다.
일단 눈을 떳으니 잠은 더이상 올 것 같지가 않고
식수장에 가서 차가운 물도 한잔 마시고 덤으로 세수도 해야겠다.
나무들도 잠들어 있는 이시간,
내가 먼저 숲을 깨운다.
손은 깨질듯이 시려웠지만 정신은 맑았고, 몸속에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들어가니 하늘로 솟을것 같은 상쾌함이 지속된다.
'아~ 물 맛 참 좋다'
아침을 떡국으로 해결하고, 커피한잔 마시고, 중봉으로 향하는 발걸음 어제보다 가볍다
산장아저씨 ' 가다가 못가겠으면 내려오소'
대답대신 길이 어떠냐는 내 질문에' 묻지마소, 산에 오는 사람이 가면 되는거지 그건 왜 묻소?'
웃음으로 답하고 돌아선다.
오늘은 얼마나 이 능선 위에서 머물건지.. 스스로에게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