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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예정지에 도착해 모 봉우리에 비박 준비를 끝내고,
청년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길을 내려서 그분의 토굴에 도착하니,..

토굴의 주인인 그분은 출타중 이시고, 영신대에서 두해의 겨울을 난,
**사님이라 불리는 또 다른 한분을 처음 대면하여 음식과 곡차를
나누며, 많은 이야기들 속에 화달짝 놀라며 청년이 한 말이었다.

“어,.. 너무 평범한 아저씨 같은데, 저의 막힌 가슴을 확 뚫어주는
말씀에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

청학연못 찾기에 힘을 쏟은 우리들은 2박 예정지인 영신대로
가지 못하고, 세석산장으로 접어들었다.

사실 시간도 늦었지만 세석에서 기다리는 두분의 낭자 때문에
우리들은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두 번째의 밤을 세석산장으로 정했다.

“자식 세석에서 잔다니깐 좋아하기는”  나는 청년에게 농을 걸기  
시작했지만,...어쩜 청년에게 잘한 일인지도 모른다.

청년은 다음날 영신대를 방문하면서, 도저히 느낌을 알 수 없는
음산함에 온몸이 이상하다고 했으니,...

영신대에는 무덤이 조성되어 있다.

어느해 어떤이가 반야봉 근처에서 한 시신의 뼈를 이장해
영신대 제당 바로 아래에 묻어 놓았다.

영신대 터를 자세히 관찰하면 높이는 얼마 높지 않은 직사각형의
무덤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하무튼 장터목에서 조우한 두 낭자중 한명이 청년과는 아주 오랜된
모임의 절친한 관계였으며, 세석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겠다는
그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이번 산행에 합류하려고 했던 A양도 극적으로
만나게 되었다. 우리와의 산행이 빗나가면서 선배와 노고단에서
시작한 산행이 세석에서 1박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쉬운 점은 청학연못을 찾느라 세석에 내려선 시간은 오후 7시40분경
A양은 그날밤 세석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바로 산장으로 들어가버려
다음날 아침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는 점이였다.

아쉬운 데로 모두 함께 아침을 나누고,아쉬운 작별을 하고난 후
청년과 나는 곧바로 영신대로 향했다.

“청년아 오늘부터는 지리산 최고의 수행처들중 몇곳을 둘러본후
한분이 은거해 사시는 모 봉우리에서 세 번째 밤을 맞을 것이다.“

“최고의 수행처 중 그 첫 번째가 바로 영신대이다. 알겠느냐?”

“예 허정님!,..
그런데 우리가 오늘 잘 곳의 그분은 어떻게 만나게 되습니까?”

청년의 물음앞에 세석 헬기장으로 오르며 흐르는 땀을 훔치며,..
나는 6년전 그분과의 인연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었다.

*****

그분을 처음 만난곳은 6년전 연하천 산장이였다.

지리산으로 무작정 들어와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
우연히 연하천 산장을 지나게 되었는데, 더부룩한 머리와 수염을
눈여겨본 산장 주인의 갑작스러운 산장지기 제의로 그분과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산장지기로 한 일주일 바쁘게 지내고 있을 무렵, 그분이 문득 나타나
진기한 약초를 내놓으며 양식을 부탁 하면서 였다.

“나는 이 산속에서 약초로 연명한 사람인데 이 약초을  받고
쌀과 된장을 좀 주시오”

보통사람들과 달리 그분의 눈빛에서 광채가 쏟아졌다.

약초들 앞에서 쌀과 된장만을 집어주기엔 그분이 가져온
여러 가지 것의 약초는 약초를 전혀 모르던 나에게 있어서도
너무나 훌륭하고 진기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그분을 대함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은
그분과 처음 벌였던 술자리 때였다.

보통사람들이 마시는 술의 한 스무배쯤,....
소주 댓병 2병째를 거의 혼자 비우시드니
맥주 한박스를 또다시 흐트러짐없이 비워가는 모습에 진정 놀라웠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힘껏 버티던 남들이 퍽퍽 쓰러질쯤 홀로 고요히
몸하나 흩트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머리카락이 방바닥
어디에 떨어짐을 감지하고 휴지로 쓸어 담고 있는 모습에서
경의로움이 일어났다.

눈에서 발산하는 광채도 그러하거니 하물며 술자리가 파한후
자신이 살고 있는 산속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그분의 모습에서
나는 예사로운 분이 아님을 직감했다.

어쩜 얼핏 지나가는 사람들이 본다면 술정뱅이로 오해 할수 있으리라.

기인으로 처음 다가온 그분과의 교분이 쌓여갈 쯤 산장 성수기때 였다.

연하천 산장에 밀려들던 등산객의 휴후증으로 잠자리를 잃어버리고
있을때,..그분은 나를 자신이 기거하는 모처로 정식 초대했다.

놀라웠다,.. 모처의 절묘한 비경도 그러하지만,..  
그 많은 술을 드시고 어두운 밤길을 걸어 이곳으로
올수 있었단 말인가?

그분의 이야기는 언제나 일정하고 변함이 없었다.

인생은 無며, 우리는 다른 행성으로 가기위해 잠시 지구에
머물고 있다고 했으며, 지구에 온 많은 인물중 유일하게 예수님과
부처님이 조금 마음에 든다며 “허허” 웃으며 말씀하시곤 했다.

나는 그분과의 교분이 깊어갈 쯤 또 다른 두분을 만나게 된다.

부부였다.

똑같은 길이의 생머리에, 겨울 한철 남자분은 노가다로
여자분은 식당일로 생필품을 구입할 돈을 벌은 후,

오로지 나머지 시간을 지리산속에 사시며 시간이 나는데로
허허롭게 지리산 곳곳을 천천히 왔다리 갔다리 걸어 다니시기만
한다는, 너무나 아름다운 자태의 소유자들로 ,...

主食은 오로지 생식가루와 녹차가 전부였다.

부부중 남편이신 분이 나에게 무심코 던진 말한마디가
나의 짧은 연하천 산장 생활과 함께 지리산 생활을 접게 만들었다.

“그기서 빨리 나와 자신을 찾아보세요.”

나는 곧바로 1년여의 지리산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하산을 준비했고
그것이 그분들과의 잠시 동안의 이별로 다가왔다.

무작정 지리산으로 사라진 후 1년여 만에 나타난 나를 보는 순간
부모님들과 아내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그리고 아내와 다시 도시에서 생활한지 3개월 남짓,..
나는 드디어 아내를 설득하여 아이들을 데리고 지리산 칠선골
두지터로 들어오게 되었다.

힘겨운 겨울를 두지터에서 보내고 6개월이 지날 쯤 우리 부부에게는
두지터에 사시는 노부부의 마을로의 이사로 인해 어엿한 집도 생기게
되었고, 남 부러울것이 없었다.

두지터에 정착하면서 그분은 몇 달에 한번씩 약초를 가지고
두지터로 내려 오셨고, 다시 인연이 조금씩 쌓여갈 쯤 아내와
나는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인해 사소한 말타툼을 벌이다
대판 싸우게 되는 일이 일어났으며,..

사소함에서 시작된 이일로 인해 해묵은 과거의 일들로 이어지며,
일은 급기야 처갓집의 간여로 이어지면서 돌이킬수 없는 상황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큰처남과 장모의 무서운 외압은, “아이들 교육은 우리가 책임질테니,  
산에 미친 너는 산에서 살아라“ 라는 말한마디가 전부였으며,
다신 이 미친 산골짜기로 사랑하는 딸과 여동생을 보낼수 없다는
결연한 통보앞에 놓이고 말았다.

아내와 아이들이 도시로 다시 돌아간후 나는 두지터에서 15일간
매일 술만 죽도록 마시고 살았다.
아침에 시린눈을 뜨고 술을 마시다 잠들고,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술을 마셨다.

곧 죽을 것 같은 육체의 한계와 정신이 극도의 좌절감에 빠져 있을쯤,
나에게 빛이 되어주신 스승님께서 홀연히 올라오셨다.

한쪽엔 몇권의 책 목록과 토굴의 위치가 적혀있는
작은 쪽지와 배낭이, 그리고 다른 한쪽엔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도시로 돌아갈 수 있는 여비를 놓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허정아!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갖고 싶으냐?”

“예,..스승님!”  나는 울먹이며 겨우 대답을 이어갔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 하나를 버려야 되지 않겠느냐?”

“지금 너 앞에는 두 가지의 길이 있느리라.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바로 너의 몫이니라“

스승님은 단지 이 세 마디의 말씀을 남기시고
당신께서 은거해 계시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삼일 후 나는 두지터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배낭을 짊어지고 지리산 모처의 토굴로 들어가면서
꼬박 1년여 생활을 통해 다시 그분과의 인연이 시작 되었다.

******

세석 헬기장에서 영신대로 내려오는 비탈길에서 우리둘의 발목을
감싸는 신비로운 음산함이 지리곳곳에 은둔해 사시는 많은 분들의
기이한 이야기를 계속 재촉하고 있었다.



세석에서 선배,A양,나,두 낭자, 청년



세석 헬기장쪽에서 바라본 영신대



기도 사진 왼쪽 옆, 무덤 보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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