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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에 앞서 <시드니>님 글 한토막,...

(심원마을까지 가는동안 차안에서)

<임우식>:대소골 가봤나?
우리들:....
<임우식>:대소골 상당히 깊어, 알고들 가라고.
우리들:...!
<임우식>:지금껏 대소골 계곡따라 의도한 대로 목적지에 닿은 사람 본 적 없어.
우리들:....!!
<임우식>:대소골로 노루목으로 가겠다고 해놓고 임걸령으로 빠지고,
임걸령으로 가겠다고 해놓고 노루목으로 빠지는 게 대소골이여.
오늘 단단히 각오해야 혀.
우리들:....!!!
<임우식>:지도는 있어?
<시드니>:네! 여기.
<임우식>:어엉? 그런 관광지도는 어디다 쓰게? 지형도가 있어야지.

순간 얼굴이 화끈달아오르며, 어찌나 창피했던지.
지금도 기억나는 예의 그 관광지도는 '한국의 200명산'에서
찢어온 지리산 등산지도였습니다.

전날 친교시간의 과음때문인지 얼굴도 붉그스름한 그 지리산 선배의
겁주는 솜씨가 어찌나 일품이었던지, 차에 함께 동승했던
<지리선녀>님은 결국 대소골산행을 포기하고 다른 조로
급거 이동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떠올려보니, 자대배치 받은 신병들을
말년병장이 짖궂게 놀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

*********

칠선계곡 등산로는 가로질러 우회하는 몇군데와 대륙폭포 이후
한 지점을 빼고는 대부분 계곡옆의 등산로로 진행된다.

이제부터는 계곡으로만 오른다. 선녀탕 이후 보조자일을 목에 걸자,
산행 계획중 한가지의 목표앞에 청년은 약간 걱정이 되는 눈빛이다.

비박 장비를 중심으로 약간의 식량 이라 분명히 말했는데
청년의 짐은 다소 무거웠다.

짐을 꾸리다 조금 나누어 지었던 과일과 야채가
계곡의 바위들을 오르는데 작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힘들게 올랐지만,
역시 계곡들을 속속들이 볼수 있는 이같은 산행방식을
모두에게 권하고 싶을 정도로 칠선의 숨겨진 모습에
나와 청년은 감탄하고 있었다.

한참을 오르자 우회지점이냐 아님 바위를 타야 하는가를
걱정해야 되는 애매한 곳이 나왔다.

첫 번째 관문이었지만 청년과 나는 서로를 의지하며
보조 자일을 적절히 사용하여 무사히 바위 등반에 성공했다.
바위 위에 올라서자 온몸에 땀이 흘렀다.

아무도 없는 자연 원시림에다 등산로와 떨어진곳
우리 둘은 크고 작은 아름다운 소를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옷을 벗자 청년도 옷가지를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달려들었다.
자연과 하나되는 순간이며 청년과 내가 원시인으로 만나는 최초의
조우였다.

도대체 무슨 말이 필요있을까?
이대로 멈추고 싶을 뿐이지,...

널널한 산행 시간과 풍요로운 햇살 그리고 맑고 깨끗한 물,
발가벗은 몸으로 바위 위에 드러눕자, 우리는 곧 신선이 되어 버렸다.

산행시간 한시간후, 알탕시간으로 30분가량의 휴식이 세 번쯤
반복되자 이제 겨우 칠선 폭포를 지나고 있었다.

계곡으로 와서만 그런지 위치 가늠이 잘 되지 않아 청년에게
“지도를 꺼내라” 지시를 하고 배낭을 살포시 내려 놓았다.

“ 앗,...”  그런데 청년이 꺼낸 것은 관광 지도였다.

“ 엉!  너 시드니 투니?”

“ 예?,..”

“ 야! 이놈아 지형도 말이다. 니가 나에게 선물한거 있잖아”

“ 그거요 제 방 벽에 유리 테입으로 떡하니 붙여 놓았는데요”

****

산행전에 있었던 일이다.

“청년아! 지도 내가 챙길까?”

“아뇨! 제가 챙기겠습니다.”

“알았다 고마워! 짐 덜어 주어서,..”

5만분1지형도 청년이 오래전 남원, 산청, 하동, 운봉 지형도
네장을 각각 2부씩 지도집과 함께 선물한 적이 있었다.

10분 정도 온갖 놀림과 구박을 받고 청년이 그랬다.

“허정님! 이거 비밀입니다.”

“왜?”

“쪽 팔리잖아요.”  “알았다 시드니 투”

청년은 대륙 폭포에 닿기까지 일명 시드니 투로 나에게 불리어졌다.

대륙 폭포에 닿으니 시계바늘은 오후 세시를 가르킨다.
아침9시에 두지터에서 출발했으니  장장 6시간이 걸렸다.

“청년아~ 천왕봉에서 잘까?, 제석당에서 잘까?”

“아무데서요”

“그럼 일단 마폭까지 가보자.”

대륙 폭포를 구경하고 바위 산행이 너무 힘들어 슬쩍 청년에게 물었다.

“등산로로 갈까?”  그러자 청년이 “아뇨 계곡으로요”

“징한놈,...”

청년은 계곡으로 바위를 타고 가는 것이 너무 좋다고 했다.
자기 스타일 이라나,..

바위를 오르다 선등을 하는 나는 날진 물통을 계곡 밑으로
두번이나 떨어뜨렸고, 청년은 두 번다 물통을 주우러
그 힘든 계곡을 우회해 내려갔다가 왔다.

마폭을 몇미터 남겨두고 최대의 고비를 맞았다.

“길이 있습니까?”  바위 위를 확보된 크랙으로 지탱해 가야만 할꺼같다.

“허정님 돌아갑시다!”

“아니 내가 먼저 선등, 다음 내 배낭, 그 다음은 니 배낭, 그리고
니가 온다 알았지”

우리는 계곡 산행 최대의 위기 앞에 힘겨운 사투를 벌렸다.

그리고 드디어 성공 하여 바위를 넘자 “윽 죽인다 죽여” 쫘 펼쳐진
무명폭포의 아름다움에 입을 쩍 벌리고 서고 말았다.

“이 폭포는 청년 폭포다 알았지”

“네 허정님!”

청년 폭포라 이름 지어진  곳에서 거친 긴 숨을 토하고
다시 배낭을 메고 우리는 앞으로 전진했다.

계곡을 치고 또 치고 나가니 드디어 마폭 옆 삼층 폭포 앞이다.

이젠 비탈을 치고 등산로로 붙어야 한다.
드디어 계곡 산행의 종착지에 다 다른 것이다.

비탈길을 치고 올라 마폭에 도착하니 오후 5시다.
그리고 마폭 옆 삼층폭포를 보자, 청년은 입을 쩍 벌린다.

“허정님 우리 여기서 자고 가요.”

삼층폭포 위 작은 소에서 신선 알탕을 하다 청년이 너무 좋은
비박자리와 황홀한 경치 앞에서 1박 제의를 해왔다.

그럼 내가 곰치랑 나물 뜯어 올테니 장비 풀어라
나는 비박지를 벗어나 마폭위로 올랐다.

곰치와 당귀가 널부러져 있다.

일단의 나물을 수거해 오니 밥상이 차려져 있고
우리는 행복한 저녁을 맞이했다.

그리고 곰치쌈에다  소주 한잔에 뻑 간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허정님 죽임니더^^"

꼭대 형님에게 전화를 했다.

“형님 멋진 누드 사진 한 열장 찍었는데 산행기에 올려도 되나요?”

“안된다”  “왜요?”

"지리99에 혼란 일어난다. 먼저 검열을 받아라”

꼭대 형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

형님이 더 늙기전에 원시인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계곡 곳곳에 "나 돌아 갈곳" 표지기가 나부끼게 하고 싶었다.

“청년아 우리 무조건 올린다.”

“안됩니다 절대 내 누드사진 만큼은~~~ ”

“아름답잖아 임마 이건 예술이야”

“그래도,... 빤야님에게나 주십시오.”

“뭐,.. 하하하하하”

우리들의 함박 웃음 소리가 칠선골을 타고 메아리 치기 시작했다.


****************

<칠선을 오르는데 말이 필요 합니까?>
계곡 사진입니다.































































































































































































































































  • ?
    아낙네 2005.07.04 13:18
    날진물통을 두번씩이나 떨어뜨린걸 보면 말년병장의 짓궃은 장난은
    청년만 모르게 다시금 재연이 된건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
    자연과의 조우후 그 이끌림에 저항없이 충실하셨을
    그 시간 훔쳐보는것만으로 두 볼에 붉어지니 .. 이를 어쩐다죠? ㅎㅎ


  • ?
    2005.07.05 12:10
    일부러 물통을 떨어뜨린 것 같은 이 느낌은 왜 드는 것일까요.
    칠선계곡산행중 목숨을 잃었다는 두 처자가 매일 쓸고 닦고 하는가 봅니다. 아니 그렇고서야 이렇듯 깨끗할 수가 있답디까?
  • ?
    2005.07.14 13:22
    배낭의 엄청나 보이는 부피의 원인이 이 사진속에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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