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2.01.21 11:34

징하다 지리산!!!

조회 수 3017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코스: 화음사-노고단-뱀사골-세석-천왕봉-중산리 방면**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중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여학생인데요

지난 1월 16일 아빠와 기차 막차(23시 50분)타고 서울역을 출발,

17일 새벽 5시 10분에 구례구역에 도착했습니다

6시 30분부터 아빠와 씩씩하게 화음사를 출발했습니다.

그때 같이 기차에서부터 만난 대근이라는 오빠와 함께

노고단까지 올라갔는데 습기때문에 안경에 김이 서리고

어쨌든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는 계단에 제일 약한데

뭔놈의 계단이 그렇게 많은지...끝이 없는데 짜증나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10시 30분에 노고단에 도착해서 떡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아빠가 노고단 올라오느라 힘들어서 대충대충 끓였더니

정말 맛없게 됐습니다..어쨌든 체력보충을 위해 꾸역꾸역 먹고

12시까지 푹 쉰 다음 오늘의 목표 코스인 뱀사골까니 열심히 갔습니다.

참, 그 노고단까지 같이 올라온 오빠는 먼저 출발하구요..하긴 그 오빠가

지리산 초보인 저때문에 자기 패이스로 못가고 손해를 많이 봤겠죠...

아이젠에 스페치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뱀사골을 향해 가는데,

노고단 올라가는 길에 비하면야 정말 천국이었습니다. 저는 지리산 올랐던

코스중에서는 그 코스가 가장 편하고 좋았는데요, 아빠랑 같이

눈쌓인 오솔길을 가는데 진짜 너무너무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아빠와 제가 지리산 갔을때는 날씨가 정말 축복받은 날씨라서

어렵지않게 잘 올라간것 같습니다...

어쨌든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반야봉을 거쳐 뱀사골에 도착했습니다.

반야봉은 모래시계 촬영했던 곳이라고도 하는데 사진작가처럼 보이는 분이

일몰을 찍으려고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아빠와 저는 해가지면 렌턴도 켜야하고

복잡해지므로 반야봉에서 사진한컷만 찍고 뱀사골로 왔지요.

이렇게 해서 지리산 첫째날은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지요.

뱀사골 어느아저씨께서 삼겹살도 주셔서 정말 꿀맛의 저녁을 먹었답니다.

참 산에서 만나는 분들은 모두 인정이 넉넉하세요.

뱀사골 산지기님도 마음이 좋으셔서 아빠와 저는 한 사람 가격으로

메트와 담요도 넉넉히 받았죠. 좁긴해도 따뜻하게 잠을 잘수 있었어요.

7시 45분 기상,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8시에 연하천을 향해 떠났습니다.

둘째날 우리의 목표는 세석산장까지인데, 벽소령에서 조식을 하기로하고

아침도 안먹고 바로 출발했습니다. 연하천에서는 물만 챙기고 벽소령으로

힘차게 걸었습니다. 뱀사골에서 출발할때 컨디션도 안좋은데 바로 뱀사골

계단을 오르느라 속이 울렁거리고 고비도 있었지요. 그런데 아빠가 이 상태로

가면 하룻밤을 지리산에서 더 묵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기가 질려 정말로

열심히 열심히 걸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거든요. 헤헤

드디어 벽소령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2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세석까지 가려면 아슬아슬하므로 밥을 끓이고 할 시간이 없없습니다.

그래서 햇반과 햄버거 스테이크, 육개장 사발면 2개를 사서 먹었는데

배도 부르고 시간도 절약되고 맛있기도 하고 딱좋았습니다.

해가 지기시작하면 골치가 아프므로 아빠와 저는 힘을내서 세석으로 열심히

향했습니다. 아빠가 세석까지 가는길이 제일 난코스라고 해서

긴장을 단단히 하고 갔습니다. 하도 긴장해서 그런지 오히려 생각보다

덜 힘들었습니다. 둘째날은 아예 아이젠을 안하고 갔는데 오히려 안하는게

더 난거 같더군요.  칠성봉에서 한컷 또 찍고 세석으로 가는데 그 길이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해도 서서히 지고 있어서 체온도 떨어지는데

그래도 여기서 죽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죽어라고 올라갔습니다.

무사히 세석에 6시 30분 쯤 도착, 취사장에서 저녁을 맛있게 해먹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세석산장에서 잤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온풍기도 틀어주고 하더니 잘때 온풍기를 다 끄고 그래서 오히려 뱀사골보다

더 추웠습니다. 하긴, 산장에 5명밖에 자는사람이 없다고 해도

좀 야속했습니다. 자다가 자꾸 깨고 했는데 어쨌든 7시에 일어나서

어제 남은 밥을 끓여먹고 천왕봉을 향해 하이화이브를 하며 힘차게

등산을 했습니다.

세석에서 8시 30분쯤 출발하여 장터목에 10시 30분쯤 도착했습니다.

사진한컷 찍고 천왕봉으로 올라가는데 설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지리산 등반 중 셋째날 풍경이 가장 아름다웠는데 천왕봉을 오르면서

대학생 되면 지리산에 친구와 꼭 한번 다시 와야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힘들긴 해도 정말 아름다웠거든요,

힘들게 힘들게 천왕봉에 12시쯤 도착했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환희가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오르려고 내가 2박 3일의 등반을 했다는걸

생각하니 왠지 모르는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날씨도 너무 좋아서 천왕봉 여기저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아빠 말씀으로는 평소에는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이렇게 오래 머물수 없는데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은 거라고 하셨습니다. 천왕봉에서 아빠와 기도를 하고

아쉬움을 뒤로한채 12시 30분쯤 천왕봉을 떠났습니다.

중산리로 해서 내려가야 하는데 온통 바위계단이었습니다. 그래도

올라가는 사람은 오죽할까, 하며 열심히 내려왔지요.

2시간을 발아프게 걷고 잠시 쉬면서 아빠에게 빡세게 한시간 내려가면

중산리에 도착할수 있냐고 물었더니, 아빠는 진짜 빡세게 내려가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각오를 단단히 하고, 구호도 "빡"하면서

뛰다시피 내려왔습니다. 내려가는길은 계속 바위계단이기 때문에

발바닥도 아프고 짜증도 나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지리산을 오를때는

겨울이었는데 내려가니 봄의 소리가 들려서 반갑기도 했습니다.

중산리는 남쪽이어서 확실히 따뜻하고 계곡소리가 정겨웠습니다.

정말 열심히 빡세게 한시간을 내려왔는데 아직도 1.3km가 남았다고 하군요.

슬슬 짜증이 났습니다. 천왕봉에 있을때까지만 해도 꼭 다시 와야지 했는데

내려오면서 그 마음이 팍 사라졌습니다.

지리산을 다시 오나봐라, 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내려갔습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짜증이 나서 30분쯤 내려오다가 0.5km남기고 완전히

돌아버렸슴돠..^^ 가도가도 끝이 없는데, 그기분, 안내려온 사람은 모릅니다.

그래도 내려가면 짜장면 먹을생각에 참자, 하면서 내려왔지요.

그때는 빡세게고 뭐고 터벅터벅 내려왔습니다. 그래도 15분만에

중산리에 도착했죠. 너무 기뻤습니다. 근데 아빠왈,

여기서 버스 정거장까지 또 20분을 가야된다...

돌아버리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화낼 기운도 없어서 묵묵히 있었지요.

중산리 입구에서 지리산 등반 성공을 기념하는 사진을 한컷 찍고 내려가는데

어느 아저씨 두분이 우리를 불렀습니다. 저는 생각도 안나는데

천왕봉 오르면서 우리와 만났던 분들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아저씨께서 제가 아빠 부인이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렇지않아도

지리산 오르면서 계속 사람들의 눈초리가 약간 의심하는 투라서

기분이 상당히 안좋았는데 (중학생인줄 알아보고 격려해주는 사람은 없고

아빠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잖아요..ㅋㅋ 참, 안그래도 지리산 간다고 하니깐

할머니가 지리산 오르면서 계속 아빠,아빠 해야된다고 당부하셨거든요.^^)

아저씨가 저를 부인으로 의심하니깐 짜증이 또 팍 나더라구요.

그래서 '아, 기분 더럽다' 하고 혼잣말을 했지요. 그러자 그 아저씨께서

멋쩍어 하시더군요. 헤헤

근데 알고보니 그 아저씨를 안만났더라면 우리는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고

또 40분간격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려야할 터였는데 그 아저씨께서 우리를

진주까지 태워주신다는 겁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연신 감사합니다, 하면서

차를 탔습니다. 차도 봉고차처럼 큰 차라서 편하게 진주터미널까지 갔습니다.

정말로 저는 운이 좋은 녀석입니다..ㅋㅋ

그 고마우신 아저씨들 덕분에 우리는 진주터미널까지 쉽게 도착하고

그 아저씨들과 헤어졌습니다. 강남고속터미널로 가는 고속버스표를 사고

아빠와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진짜 맛있었습니다.

아빠는 볶음밥을 드셨는데 볶음밥도 꿀맛이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대진고속도로로 3시간 50분만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저희집은 바로 고속터미널 앞이라서 내리면 곧장인데

지리산에서의 2박 3일을 회상하며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지요...


이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하구요, 겨울지리산 정말 아름답고 멋진데

지리산을 사랑하는 산악인들 가족들과 함께 가셔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합니다.. 저도 나중에 친구들과 꼭 다시 한번 가고 싶습니다.
(중산리 방면은 피해서^^)
  • ?
    moveon 2002.01.21 17:53
    열심히 산에 다녀 오고 또 글도 쓰느라 수고 했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
    바람 2002.01.25 06:52
    참 장하군요. 지리산의 딸님. 저도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 종주하고 왔어요.
  • ?
    성연아빠 2002.02.02 22:18
    너무 좋은 경험 한것 같군요 아빠한테 잘하세요
  • ?
    지리山의 아들 2002.04.10 20:45
    저는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이민수 인데요.그 누나 제 아이디하고 비슷하네요.숙제때문에 이사이트 들어왔는데 어쨌든 글 재밌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5
62 새처럼... 작은새 2002.02.07 1846
61 벽송사 빨치산루트에서 어름터까지 산사나이 2002.02.05 2221
60 지리 눈산행 산사나이 2002.01.28 3135
» 징하다 지리산!!! 4 지리山의 딸 2002.01.21 3017
58 또 다시 지리산... 2 옥돌 2002.01.16 3001
57 [re] 또 다시 지리산... 미숙아 2002.01.16 1707
56 (^^)(__) 잘다녀왔습니당. 1 바다의영 2002.01.08 2249
55 이번에도 새해 첫 해는 내게 보이지않았다 1 khan382 2002.01.07 2020
54 한해를 마무리하러 지리산엘.. 2 chs 2002.01.02 2064
53 지리산에서의 이틀 유재철 2001.12.31 2439
52 지리산에 눈꽃은 너무나도..아름답다.. 2 file 김기섭 2001.12.30 2676
51 지리산에서의 겨울하루.... 곤조 2001.12.26 2395
50 행복한 산행후기 chs 2001.12.20 2347
49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3(불무장등산행기) 3 이개호 2001.12.03 5697
48 월출산 3 하성목 2001.11.30 2666
47 산에서 만난 어머니와 아버지,그리고 누님 이개호 2001.11.16 2572
46 즐거운 추억 bright mountain 2001.11.18 1931
45 지리산 종주 ( 부산 - 화엄사 - 대원사, ) - 2/2 1 느림보 2001.11.16 3260
44 지리산 종주 ( 부산 - 화엄사 - 대원사, ) - 1/2 느림보 2001.11.16 3487
43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2(화엄사길산행기) 2 이개호 2001.11.07 249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