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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기 (2) - 남원에서 백무동으로

6월6일. 새벽 4시 25분.
잠이 덜깬 승객들이 하나같이 묵직한 배낭을 메고 기차에서 내린다. 산이 좋아 산으로 가려는 사람들이겠지. 이번엔 운 좋게 지리산으로...

"하늘 좀 봐... 저게...무슨 달이지?"
"밤새 놀음하다 뒤곁에 쉬이하러 나온 놀음꾼들이나 본다는 그믐달이지."
"아니야, 여긴 남원이니까 그믐달이 꼭 춘향이 눈썹 닮았나봐. 그러니까 저 달은 '춘향이 그믐달'이라고 해야 할거야."

화장실을 다녀 나오는 사이에  부산스럽던 시골 역사는 언제 그랬냐는듯 금새 단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평소보다 기차에서 내린 손님이 적었는지 손님이 모두 빠져 나갔는데도 주차장에는 빈차 등을 켠 택시들이 줄지어 졸고 있었다.
"백무동 가는 버스가 7시나 되어야 있다고 했지?"
"그래요. 7시에 첫차가 있으니 아직 2시간 반이나 남았어요. 우선 밥부터 먹지요."
"저기 식당 간판이 있다. 불이 환하게 켜진 것을 보니 영업 중인가봐."
"뭐야, 메뉴가 꼭  대포집같아요. 삼겹살, 감자탕... 음 '양평식 해장국'도 있네. 양평식...?"

길건너 식당을 향해 길을 건너려는데 택시 하나 가까이와서 차창을 내리고 묻는다.
"아저씨, 식사하시려구요?"
"네..."
"식사하고 어디로 가실 겁니까?"
"백무동이요. 남원 시외버스 터미널이 멀어요?"
"별로 멀지 않아요. 잘 해드릴테니 버스 기다리지 마시고 택시로 가세요."
"아녜요. 시외버스로 갈 건데요.... 그런데 백무동까지 택시 값은 얼마 나와요?"
"삼만 원 받아요. 미터를 꺾으면 더 나와요."
"얼마나 걸리는데요?"
"택시로 가면 한 삼십분이면 가요."
"아저씨, 우린 버스로 갈 거예요."

식당 안에는 주인 아저씨와 여 종업원이 TV를 보고 있었다.
"아저씨, 양평 해장국이 뭐예요?"
"아, 네... 선지 넣고 우거지도 넣고 그렇게 끓이는 해장국이죠."
"그거 두 개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그건 지금 안 되구요, 우거지 해장국은 되는데요."
"그럼 우거지 해장국으로 두개 주세요."

뒤따라 들어온 남녀 한 쌍은 새벽부터 삼겹살을 주문한다. 왜, 무엇 때문에 이 새벽에 남녀가 삼겹살을 먹는지 이해가 안 된다. 금방 남원 아가씨들 3명이 더 들어와 또 삼겹살을 시킨다. 왜, 무엇 때문에 젊은 아가씨들이 삼겹살을 먹는지 알 수가 없다.
해장국도 맛이 있었지만 새벽밥에 워낙 이력이 나 있는 우리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해장국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뚝딱 한 그릇 해치웠다.

"아저씨, 백무동 가려고 하는데 시외버스 정류장이 멀어요? 택시 타야되나요?"

식당 주인 아저씨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옆에 있는 아가씨가 넉살 좋게 거든다.

"가까워요. 산에 다니시는 분들은 대개 걸어가시더라구요. 요기서 왼쪽으로 조금 걸어가다가 사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돌아서 쭈욱 가세요. 한 15분 걸릴 겁니다."

식당을 나서서 5미터나 갔을까, 택시 한 대가 가까이 오더니만 말을 붙인다.

"아줌마!"
"네에?"
"2만 5천원에 백무동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어떻게 우리가 백무동까지 가는 것을 알았을까 의아해 하면서 자세히 보니 아까 보았던 택시기사이다. 우리가 밥 먹을 동안 내내 차를 세워 놓고 우리를 기다린 모양이다.
"어떻게 할까요?"
"시간을 벌자.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

택시 기사는 금방 관광안내원이 되어 신나게 안내를 시작했다.
"시외버스가 더 운치가 있을 텐데..."
"그렇지만 7시까지 기다려야 하시구요, 버스로 가시면 백무동까지 한 시간도             더 걸리잖아요."
"아저씨는 남원분이세요?"
"근처지요. 지리산 온천 있는 곳이 제 고향입니다. 등산하시고 지리산 온천에도 한 번 들려 보세요. 물이 아주 좋다고들 해요."
"지리산엔 몇 번이나 올라가 보셨어요?"
"43년을 지리산 밑에서 살았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천왕봉에 올라가 봤어요. 죽는 줄 알았지요.  기사들은 다리가 약하거든요."
"백무동이라구 한자로는 어떻게 쓰지요?"
"흰 백(白) 하구요, 왜 칼 쓰는 사람을 무사라고 하잖아요. 그 무사할 때 쓰는 무(武)자를 써요."
"흰 백에 힘쓸 무라... 어떤 동네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네요."
"아마도 동 이름 지을 때 한자를 잘 모르는 나리들이 적당히 붙인 이름인 것 같네요."
"들리는 얘기로는 예전에는 무당이 많아서 '백무동(百巫洞)'이라는 사람도 있고, 또 안개가 많이 끼어서 '백무(白霧)동'이라고 불렀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안개마을, 백무동이 제일 근사하게 들리기는 하네요... 그러나 마나 이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백무동(白武洞)이 되어 버렸으니..."
동이 트려는 모양이었다.
하늘에 지리산의 산그림자가 조금씩 조금씩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 ?
    정경석 2002.08.05 11:03
    ^^ 첫버스는 백무동까지 날아가던걸요~ 30분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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