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6시에 뒤척이다가 잠에서 깼다. 승우랑 효임이가 오기로 한 시간이 좀 남아서 먼저 아침을 지어먹으려 하는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벽소령으로 오고있을(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선이를 데리고 하산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애들이 걱정이 됐다. 맨날걱정.
9시가 돼도 오지 않았다. 날씨도 너무 흐리고 조금씩 비가 내리고 있었다. 교사 회의를했다. 과반수가 계속 산행을 하자고 한다. 속으론 '이 사람들 정말 겁이 없구나'라는 생각을하며 교사들의 뜻에 따르기로 마음을 먹고, 9시 반까지 애들이 오지 않으면 재혁이와 재민이만 남기고 우리먼저 출발하기로 결정을 했다. 9시반...... 비가 부슬부슬내리는 가운데 산행을 시작했다. 벽소령에서 세석가는 길이 종주 구간중 가장 험한 코슨데, 빗방울은 계속 굵어지기만 하더니, 전날처럼 시야가 뿌옇기만하다. 1.5키로 갔을까? 뒤에 쫓아오시던 도일형과 청기형과 상의를 했다. '다시 돌아가는게 좋겠습니다.너무 위험합니다.'
형들이 세석까지 가서 생각해보자고 힘들 북돋아 주셨다. 강행군은 계속됐다. 애들은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중간에 낀 입장이었다. 나는......
11시 30분경 비가 그쳤다. 마침 전망이 좋은 쉼터가 나타나서 비옷을 벗고 사진을 찍었다. 이제 한시간 가량 걸으면 세석이 나타날것같다. 조금은 안심이 됐다. 강행군을 주장한 교사들의 선택이 옳았다. 세석산장에 13시에 도착해서 라면을 끓이기 시작했다.
13시 30분에 애클이 도착했다. 전원이 식사를 마치고 14시 40분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완만한 경사길을 몇 개 지나니 장터목 산장이 나타났다. 16시 40분. 2시간 걸렸다.
애클이 올때까지 자리를 잡고 짐정리를 했다. 날이 맑아져서 꽤 멀리 떨어져있는 봉우리들도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여교사들이 날리다. 이쁘다고...... 이런 멋진 모습 첨이라나..... 흐뭇했다. 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아름다움을 알아간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애클도 금방 도착했다.
박일남 사건- 도일형이 자리를 바꿔달라고 부탁(!)하자, 매우 불만스런 표정으로 가방을 던짐. 내가 집에 가라고 윽박지름. 튀쳐나가는 일남이에게 '차비가져갓!'매정하게 한마디. 다시 주능선 종주길에 오른 우리의 일남이...... 결국 재혁이 손에 붙들려 울먹이며 돌아온 일남이..... 이기적인 모습을 여행내내 보여줌. 어찌보면 유아기적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는것 같은데.
저녁 먹기전에 석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교사들,아이들과 농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당시 우리의 일남이는 훌쩍이면서 숙소로 들어가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저녁을 먹고 청기형과 별자리 여행을 했다. 누워서. 구름이 바람에 스쳐 지나가면 별이 보였다. 간만에 별을 많이 봐서 기분이 좋았다.
승우가 그냥 설 올라갔다는 얘길 듣고 미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일출보려면 3시 30분에 일어나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