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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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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간 마을의 집들은 지난 80년대 이래 크게 탈바꿈을 했다.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가 슬레이트로 바뀌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혁명적 변화였다.
전래의 땅집 귀틀집들이 헐리고 새로운 ‘슬라브 양옥집’이 들어섰다.
'지리산 냄새' 가 사라진 이 집들은 지리산을 찾는 탐방객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주로 ‘민박’ 등 상업적 목적에서 세워진 경우가 많다.

90년대 이후 지리산 자락에는 다시 새로운 주택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도회지 사람들의 주말 별장용 주택이 경쟁적으로 들어섰다.
상업 목적의 팬션도 지리산 주택 구조를 바꾸는데 일조했다.
귀농 또는 귀향을 했거나, 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집들이 들어서기도 했다.

집을 좋게 짓는 것은 누구나의 욕망이리라.
첨단 건축자재와 현대적 공법이 눈부신 주택문화를 창출한다.
또 여유 있는 사람들이 집을 지을 때는 과시욕 또는 경쟁심리도 발동하는 법이다.
지리산 자락 곳곳에 주변의 자연과 어울리지 않는 ‘위풍당당한 가옥’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리라.

지리산 자락에 잘 지어놓았다는 주택에 한번 들어가 보시라.
놀랄 만큼 화려 찬란하다.
사실 문명의 이기(利器)는 전기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마음대로 누릴 수 있다.
지리산의 주거생활 혁명도 전기 공급, 통신시설과 도로 확충 등에 따른 것일 터이다.

그런데 지리산의 아름다운 집 ‘고운동천’은 ‘지리산 가옥의 반란’이라고도 할 만하다.
‘고운동천’은 지리산의 가옥 혁명과는 거꾸로 거슬러 간다.
굴피지붕에 나무와 황토로 잘 지어놓은 전통가옥 황토집 세 채!
이들 집에는 일부러 전기를 넣지 않았다. 문명의 이기란 한 가지도 없다.
반문명의 '자연생활’을 따르고자 하는 이 집 주인의 의지가 읽혀진다.

많은 돈을 들여 잘 지어놓은 집, 그러나 현대 문명과는 철저하게 담을 쌓고 있다.
전등도 전화도 없고, 라디오도 TV도 없다.
취사대도 없고 세면대도 없다.
샤워시설도 없고 양변기도 없다.
요란하게 꾸미고 장식한 다른 지리산의 새로운 집들과는 정반대이다. 흙집의 수수한 그대로가 전부이다.  

없는 것이 많아서 불편할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란 것이 주인장의 대답이리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끌어넣지 않은 것이 아니다(입구의 살림집에는 전기가 있다).
옛날 사람들은 전기가 없이도 잘 살았다.
지금이라고 못 살 까닭이 없다. 편리나 불편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을 터이다.

아름다운 집 '고운동천'을 가꾸고 있는 주인공은 이도정, 이창석 형제이다.
형은 부산에서 회사에 다니면서, 동생은 고운동에 살면서 함께 힘을 합쳐 아름다운 자연생태의 집을 가꾸어가고 있다.
고운동은 8대 선조 대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정도님은 고운동에서 성장했는데, 초등학교는 30리를 걸어서 통학했다는 것.

형 이도정님은 소박하면서도 다정다감하다.
동생 이창석님은 부산대 경제과를 나온 미남자인데, 아름다운 부인과 귀여운 자녀들과 함께 아예 고운동에 정착하여 '고운동천'을 낙원으로 일구고 있다.
유기농으로 기른 청정 채소로 담근 김치 독들을 2년째 땅속에 묻어둔 것에서도 이들 형제의 '자연귀의(自然歸依)'의 뜻을 읽게 된다.

필자가 '고운동천'을 찾은 날, 때마침 '전국귀농운동본부' 본부장 이병철님이 이 자연의 집에서 하룻밤 묵고 가겠다며 찾아와 반가운 해후를 했다.
이병철님은 '지리산생명연대'와 '녹색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늘 바쁜 그이가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온 것에서도 ‘고운동천’이 얼마나 아름다운 집인지를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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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6.05.16 16:35
    이 글을 쓰는 중에 아름다운 집 '고운동천(孤雲洞天)'의 카페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나브로(형 이정도)님이 열어놓았네요.
    카페 이름은 '고운동 가는 길'입니다.
    cafe.daum.net/goundong
    '고운동천'을 일구고 가꾸어가는 주인공들의 진솔한 얘기 등이 풍성하게 담겨 있네요.
    한번 찾아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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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6.05.16 22:39
    여산선생님 공수님한테 바쁘셔서 못오신다는 연락 받았습니다,
    학생들과의 행사이니 어쩔수없는 일이고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번에 중봉님과 이영진님도 참석해주시고 참 좋았답니다,
    모닥불 소쩍새 밝은달 흥겨운 노래가 그렇게 좋드군요,
    내년 모임에는 꼭 참석해 주시리라 믿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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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나브로 2006.05.17 11:33
    인사가 늦었습니다. '고운동천'의 설계자 이도정입니다.
    고향 지리산을 떠나 근 삼십년을 도회로 떠돌다 보니 이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문명이 지긋지긋하여, 옛터에 오두막 몇 채 지어서 옛날처럼 농사지으며 살아볼까 하고 일을 벌렸는데 스치듯 한번 지나가신 선생님의 감동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그리고 미리 말씀 드릴 것은 사람들이 머리로는 호롱불과 캄캄한 밤의 적막,그리고 은하수를 좋아할 것 같지만 그간의 고운동천에서의경험으로 보면 막상 전기가 없는 곳에서 직접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대다수의 경우 몸이 제대로 따라주질 않더군요.
    저는 자칫 선생님의 이 글이 사람들에게 낭만적인 환상만 갖게하여 실제로는 저의 오두막을 즐길 수 있는 소양(?)도 갖추지 못한 채 무턱대고 찾아 올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입니다.^^ 또한 선생님의 글이 장사를 하기 위한 광고 쯤으로 비칠까 염려스럽고 좀 거시기한 이야기지만 고운동천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지만 아무나 자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란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한가하신날 조용히 한번 오셔서 하룻밤 지내 보시고 다음 글을 쓰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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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6.05.17 12:05
    시나브로님! 그렇습니다.
    말씀 그대로, 스치듯 한번 지나간 것으로 어찌 '고운동천'을 제대로 알겠습니까.
    다만, '고운동천'을 가꾸어 가는 아주 단편적인 모습에서도 '아름다운 집'이란 감동을 한 아름 안았습니다.
    카페 '고운동 가는 길'에 실려 있는 시나브로님 등의 글을 거푸 읽고 있습니다.
    "고운동천은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지만, 아무나 자고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는 말씀 새겨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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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6.05.21 12:42
    如山선생님! 고운동천에 와서 오랫만에 글로 뵙습니다
    시나브로님의 정성과 꿈으로 가꾸어 생활하신다는 고운동천은
    우리 읽는 이에겐 1900년대를 연상케도 합니다만 순수한 자연속의
    삶으로 더구나 지식인들의 뜻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봅니다
    오직 선망의 님들이십니다 여산선생님의 글속에서 귀한 곳 신선함을 얻고 갑니다 좋은 글 고맙습니다 annapolis에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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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마 2006.05.27 06:02
    고운동천의 주인공이신 시나브로님 반갑습니다.
    오브넷에 들르시는 가족분들은 낭만적인 환상만 가질 분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답니다.^^ 지나친 기우를 하신듯...

    최화수 선생님께서도 지리산의 유서깊은 곳들, 쌍재 공수님댁도
    마찬가지고 옛문화 체험이나 그런 문명과 담쌓은 곳에서의 체험등
    지리산 문화의 선도자 분이시고 쉽게 고운동천에 대해 말씀하진 않으셨을 터인데...암튼,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 같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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