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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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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16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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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 발발 56주년!
지리산 만큼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덮어쓰고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좌우익의 대결, 빨치산과 토벌군경의 격전으로 10여년의 세월을 전란에 휩싸여 있던 곳이 바로 지리산이다.

6월24일 토요일, 장마 기간이라고 했지만 이 날 남부지방은 하루 내내 맑은 날씨였다.
일요일인 6월25일은 종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6.25 56주년의 지리산을 만나보기 위해 24일 지리산으로 달려갔다.
한국-스위스 월드컵 축구경기 응원으로 잠을 자지 않았던 이들이 많은 때문인지 고속도로는 텅 비어 있었다.

고속도로만이 아니었다.
지리산도 푸르른 녹음만 자욱하게 덮여 있을뿐 사람들의 내왕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지만 6.25를 전후하여 지리산은 얼마나 찢기고 상처가 났던가.
파르티잔도 군경도, 심지어 양민들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던가.
반세기 저쪽의 그 무수한 아우성이 귓가에 쟁쟁 이명을 일으키는 듯했다.

경남 산청군 금서면 방곡리, '산청, 함양사건 추모공원'은 깊은 적막에 잠겨 있었다.
그 넓은 공원에 관리인 한 명밖에 보이는 이가 없었다.
1951년 2월7일, 이곳 방곡, 가현, 서주리 등의 양민 705명이 국군부대에 의해 무차별 학살됐다.
그들의 고혼이 구천에서 떠돌고 있다.
추모공원 조성은 했지만, 명예회복 문제가 아직도 매듭을 보지 못하고 있는 때문이다.

지리산에 살고 있었다는 오직 그 이유 하나만으로 국군부대에 의해 희생된 이 비극의 실상은 이미 밝혀져 있다.
그런데도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이 안 되고 있는 것은 무슨 말인가?
그것도 국회에서 의결한 사항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했다니, 무슨 이유로 그랬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미완(未完)으로 남아있는 것이 어디 이뿐이랴.
무엇보다 전사자 유해 13만5000위를 아직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 처음 시작한 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은 지금까지 6년이 지나도록 고작 1090위를 찾아낸 것에 그치고 있다. 이는 전체 유해의 0.8%에 불과하다.

지난 4월 비무장지대에서 우연히 발견된 군용 수통에는 50여년 전 그 누군가가 목을 축였을 당시의 물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고 한다.
포연이 자욱한 속에서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젊은 넋들, 아직도 구천에 떠도는 고혼이 너무나 많다.
그렇지만 6.25를 기억하고, 한국전쟁 영령들을 기리는 추모의 열기는 날이 갈수록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다시 휴천계곡 50리 길을 달려 칠선계곡 입구 서암정사(西庵精舍)를 찾았다.
원응 스님이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지리산에서 숨진 고혼들의 넋을 달래기 위해 굴법당에 극락세계를 조각하고, 화엄경 60만자 금니사경을 10여년 동안에 걸쳐 완성했다고 하지 않던가.
6.25를 기리기에 더없이 의미 있는 곳이다.

하지만 벽송사 주차장부터 다른 때보다 유독 썰렁했다.
벽송사는 전란 시기에 인민군 야전병원이 자리했던 곳이다.
전란이 평정된 뒤 폐허가 된 이 사찰을 찾은 스님은 주변에 무수하게 늘려 있는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습하며 그들의 고혼을 달래기 위한 굴법당 극락전의 조각 불사와 화엄경 금니사경을 결심했다고 한다.

서암정사에는 원응 스님의 그 고귀한 뜻이 결실을 맺고 있다.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지리산에서 희생된 이들은 물론, 다른 전투지구에서 숨진 이들의 고혼도 함께 달래고 있다.
유가족이나 일반 국민이 이곳을 찾아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6.25 하루 앞날인 때문일까, 24일에는 서암정사도 적막감만 감돌고 있을 따름이었다.
6.25의 상처가 치유된 것일까, 아니면 6.25를 잊고 있는 것일까.

  • ?
    김용규 2006.06.26 18:47
    요즘의 지리산 동부자락은 전국에서 찾아온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옛날보다는 지리산을 참 많이 찾고 있는 셈이지요. 교통, 여가활용의 변화에 기인된다고 봐야 하지만, 정작 그곳을 찾는 분들 대부분이 불과 몇십년전의 참혹했던 과거들을 싹쓸이 잊고 있는듯 하다 하더군요. 아름답고 시원한 지리산의 외적인 것만 인지를 하는 것 같은 생각을 많이 해 봅니다.
  • ?
    오 해 봉 2006.06.28 00:40
    아직도 못찾은 13만5000여 젊은 그들은 누구를 위하여 죽었을까요,
    흥남부두 울며찾던,
    굳세어라 금순아,
    미아리 눈물고개등등,
    그당시는 그렇게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고 슬펏으나 강산이 몇번
    변하면서 그아픔도 잊혀져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빨치산과 간첩으로 오랫동안 감옥살이한 장기수들의 북송 그리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정순덕같이 전향서를쓰고 풀려난자들을 장기수
    선생님 이라고 받들며 그들의 연설을듣고 좋은강의 좋은공부 하였다고하니 .....
    국민여론은 강정구와 정몽구는 바꿔서 교도소 갔다고들 합니다,
    월드컵 응원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는 애국자가 훨씬더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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