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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1193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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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암정사(西庵精舍) 입구에는 크게 글자를 새겨놓은 돌기둥이 좌우에 둘씩 잇달아 나타난다.
일주문이나 해탈문, 불이문에 비교될 듯하다.
돌기둥을 지나자마자 키가 5미터도 넘는 우람한 사천왕상이 우측 절벽에 일렬로 조각돼 있다.
'살아서 보는' 극락세계를 예고하는 셈이다.

곧 이어 자연과 어우러진 협곡이 이어지고, 불국정토로 들어가는 '대방광문'과 만난다.
미타전이란 편액의 한옥을 지나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바위로 된 봉긋한 언덕 같은 곳에 굴법당이 보인다.
바로 '극락전'이다.
'안양문'이라 새겨진 문을 열고 들어선 굴법당은 경이의 세계다.

20여평 남짓한 굴 전체가 부처고 보살이고 나한이다.
바닥을 제외한 사방의 벽과 천장에 아미타 세계를 조각해 놓았다.
아미타 부처님을 중앙에 모시고 관세음보살과 지장보살, 그리고 8대 보살과 10대 제자, 나한과 사천왕, 용과 연꽃 등이 굴법당을 빼곡이 메우고 있다.
이승에서 만나는 극락세계가 바로 이러하리니...!

굴법당이 서암정사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서암정사 굴법당에 모두가 경탄하는 것은 모든 불상과 조각품들을 있는 그대로의 돌에 입체적으로 새겼기 때문이다.
다른 돌로 조각하여 붙였거나 세운 것이 아니라, 돌 하나로 부처님도 새기고, 부처님이 들고 있는 장식물도 조각한 것이다.

누가 어떻게 이 경이로운 조화를 이뤄낸 것일까?
주인공은 원응 스님이다.
빨치산과 토벌군경의 싸움이 끝나고 지리산이 평정된 직후 벽송사에 온 스님은 주변 일대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고 남북화해와 협력을 기원하는 불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원응 스님은 굴법당의 밑그림을 그리고 조각은 석공에게 맡겼다.
동굴벽과 천정에 수많은 부처와 그 권속들을 새긴 사람은 홍덕희라는 석공이다.
그이는 11년 동안 한번도 햇볕을 보지 않고, 정으로 한뜸 한뜸 자수하듯이 조각을 하여 완성했다.
돌에 새긴 불상 등은 굴법당 위쪽 비로전의 거대한 자연석에도 새겨져 있다.

원응 스님은 굴법당에만 원력을 쏟은 것이 아니다.
스님은 12년에 걸쳐 대승불교 최고 경전으로 꼽히는 화엄경의 전문 59만8000여자를 금가루로 옮겨 적는 금니사경을 완성한 것이다.
스님은 지난 198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는데, 화엄경을 한 자씩 한지에 옮겨적는데 5년, 닥종이를 그 위에 덧대고 곱게 빻은 금가루를 붓끝에 묻혀 이를 다시 적는 금사(金寫)에 5년이 걸렸다고 한다.

1997년에 완성한 화엄경은 병풍형 책자 형태로 14~16미터 크기의 병풍 80권이며, 전체 길이는 1300미터에 이르는 대작이다.
사용된 금이 4킬로그램이고, 닳아서 버린 붓이 60자루에 이른다는 것.
닥종이는 국산 한지를 직접 구입하여 물을 들여 사용했는데, 그 양이 2000장이 넘는다.

원응 스님은 "사경은 단순히 불경을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수행의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굴법당 조성도 금니사경과 같은 똑같은 구도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었으리라.
부처님의 극락정토를 굴속에 새겨 넣고, 그 혼을 불어놓은 것에 경외심이 따른다.
그 숭고한 정신, 무한한 정성에 머리가 숙여질 따름이다.

          
  • ?
    김용규 2006.06.14 09:43
    서암정사에서 또 하나 유명한 곳은 스님들이 수도를 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 있는데 굴 법당 아랫쪽의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아 일반사람들은 인지를 하지 못하는 곳이며 수직으로 된 바위를 동굴처럼 깎아 내부를 방처럼 수도하는 곳으로 만들고 입구엔 문을 만들어 놓아서 마치 이상한 나라엔 온것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우연한 기회에 살짝 들어가 보았지만 일반 사람들은 절대 출입금지구역이기도 합니다.
    서암정사의 온갖 불상 조각들은 아마 500년후쯤엔 한국 최고의 국보급 불교 예술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
    오 해 봉 2006.06.14 11:31
    : 남에게 마음 아프지안게 해끼치지 않으며 나름데로 즐겁게 살아
    가는게 극락 아닐까 싶습니다 (^_^),
    김용규 선생님 저도한번 구경 해보고 싶습니다.
  • ?
    선경 2006.06.20 11:12
    닳아서 버린붓이 60자루에 이르고 영혼을 불사르며
    금니사경을 만드신 원응스님의 숭고한정신을 되새겨봅니다
    서암정사의 아름다운풍경을 그려봅니다
    로맨티스트이셨던 영화평론가 정영일님처럼~~~
    여산선생님의 글을 대하면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에
    설레이곤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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