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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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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사(碧松寺)는 지리산 8대 사찰의 하나로 꼽힌다.
칠선계곡을 찾는 길에 들러볼 수 있고, 벽송 지엄대사의 흥미로운 전설도 있다.
판소리 '가루지기타령'의 무대라고도 하고, 독특한 형상의 목장승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벽송사와 조금 좋지 못한 인연을 갖고 있다.
1989년 한여름철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제신문에 <지리산 365일>을 연재하면서 벽송사에 취재차 들렀을 때의 일이었다.

사찰로 오르는 산길 중간에 민중미학(民衆美學)의 표상이라는 목장승이 세워져 있었다.
한쌍의 목장승 가운데 여장승인 금호장군은 1969년 산불이 났을 때 머리가 타버려 숯이 되다시피 했고, 코도 떨어져 참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목장승을 지켜보노라 얼마간 시간을 보낸 뒤 벽송사 경내로 들어섰다.

그런데 필자보다 앞서 사찰에 들어선 사진기자가 스님과 험한 언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찌 된 일일까?
때마침 당우에 기와를 얹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사진기자가 그 광경을 촬영하려고 하자 스님이 벌컥 화를 내며 무단촬영을 나무랐다는 것.
사진기자도 어이가 없었던지 스님에게 맞고함을 치면서 사태가 험악해진 것.

이 일은 꽤 오랫동안 필자의 뇌리에 씁쓰레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칠선계곡을 찾을 때도 필자는 벽송사 쪽으로는 발길을 들여놓지 않았던 것이다.
광점리와 얼음터를 거쳐 하봉이나 치밭목으로 갈 때도 벽송사에는 들리지 않았다.
6.25 때 인민군 야전병원 구실도 했다는 벽송사는 화재로 소실되어 당우도 근래에 다시 세웠고, 3층석탑이 유일한 보물로 자리할 뿐이었다.

...벽송사를 의식 무의식적으로 멀리 했던 바로 그 때문에 필자는 아주 중요한 것 하나를 놓치고 있었다.
'살아서 만나는' 극락세계가 벽송사의 한 암자에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벽송사 서암(西庵), 지금은 사찰로 승격하여 '서암정사'로 불린다.
필자가 이 서암정사를 찾은 것은 2003년 1월, 사찰 경내 정려에 옮겨놓았다는 목장승을 다시 한번 만나보려고 갔을 때였다.

벽송사 주차장 위 삼거리에서 왼편 비탈 도로를 잠시 걸어오르니 아주 경이적인 불국정토의 신비로운 세계가 열려 있지 않겠는가.
한 스님의 원력으로 바위를 뚫어 극락보전을 이뤄놓았는데, 참으로 찬탄불금이다.
돌에 불과한 암반에도 부처님의 숨결을 만들 수 있다는 스님의 원력을 실감케 했다.

바위를 깎아 극락세계를 만든 서암정사의 경이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사람의 집념이면 해내지 못 할 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신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를 또한 보여준다.
아니, 바위가 부처가 되는 현실이 또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서암정사를 21세기의 불국정토로 만든 이는 벽송사 조실 원응(元應) 스님이다.
1989년 서암으로 옮겨온 스님은 화엄경 금자사경을 완성하고, 주위의 자연석 암반에 대방광문(大方廣門: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극락전(極樂殿:아미타여래가 주불이 되어 무수한 불보살이 조각된 부처님의 이상세계), 광명운대(光明雲臺:무수한 불보살이 상주하는 곳), 사자굴(스님들의 수행장소) 등을 조각하고 만든 것이다.

  • ?
    오 해 봉 2006.06.14 11:06
    6.25 때 인민군 야전병원 이었다는 벽송사는 유명세보다는
    약간은 허전한 느낌이 들드군요,
    서암정사 석굴법당도 강화 보문사처럼 자연미를 좀더 살렸드라면
    좋았을걸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토함산 석굴암 같은곳에서도 사진촬영을 못하게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 하고요,
    관리하는 여자분께 문의했더니 막무가네로 못찍게 되었다고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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