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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량 5] 곤두선 머리카락...  
                                2002년 07월 31일
  
꼭 10년 전 가을철이었다. 부산의 산악인 이광전 님은 내원골로 올라 이른바 '황금능선'을 따라 단독산행을 했다. 지독한 산죽과 잡목을 헤치고 써래봉으로 오르는 능선으로 올라서느라 땀을 한 바탕 흘린 그이 앞에 개활지처럼 확 뚫린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가을의 청명한 하늘, 은밀한 기류가 지리산 깊은 숲속의 또다른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는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휴식하고자 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그의 머리카락이 갑자기 뻣뻣하게 곤두서면서 공포감이 엄습,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너무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 일대는 나무잎 하나, 풀잎 하나 흔들리지 않을 만큼 적요한 고요가 참으로 평화로운 호수의 수면과도 같았다.
하지만 뻣뻣하게 곤두선 머리카락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경직되는 것은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온몸의 근육으로 옮겨가는 듯했다. 수십년 산을 다니는 동안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어쨌든 너무나 엄청난 공포로부터 탈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이는 젖먹은 힘까지 다 쏟아내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여 허겁지겁 그 곳을 겨우 벗어났다.

그의 눈에 잡힌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의 귀에 들린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 그의 코가 맡은 이상한 냄새도 없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머리카락이 키대로 뻣뻣하게 곤두섰을까? 그리고 온몸의 근육이 경직되고, 신체 속의 모든 힘이 쭈욱 빠져나가며 등골에서 식은 땀이 흘렀을까?
황금능선의 어려운 구간을 거의 다 빠져나온 그이가 어째서 넋나간 사람처럼 넘어지고 엎어지고 하며 정신없이 탈출을 시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가?
'지리산 종주산행 챔피언'에게도 불가사의한 미스터리가 따라다닌다.

해발 1,400미터의 치밭목산장에는 '치순'이란 영리한 개가 있었다. 이 치순이는 가끔 황소만한 멧돼지가 산장 앞에 나타나면 결사적으로 달려든다. 물론 힘으로는 당할 수가 없으니까 윽박지르듯 짖어대며 몰아내려고 하는 것이다.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이 용맹한 치순이도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자지러질 듯이 산장 안으로 뛰어들어와 머리를 쳐박고 오들오들 떨기만 할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은 치밭목의 숲 전체가 물을 끼얹은 듯이 조용해진다. 새소리, 바람소리마저 감쪽같이 증발되는 것이다.

진주 마차푸차레산악회 출신의 민병태 님은 지난 1986년부터 치밭목산장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다. 17년째 치밭목을 지켜오는 동안 산전수전 온갖 일을 다 겪었다.
독초를 먹고 즉사한 시신을 등에 업고 내려간 일만 하더라도 도대체 몇 번이던가. 그이는 그 사이 치밭목과 대원사를 얼마나 오르내렸는지 그 숫자를 기억할 수조차 없다.
그는 특히 본가가 있는 진주를 다녀오거나 직업상 한밤중에 그 길을 오르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치밭목~대원사는 눈을 감고도 능히 오르내릴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런 민병태 님에게도 어느날 하루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는 예의 언제나 다니는 그 산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잘 걷던 두 발이 굳어지다시피 하여 꼼짝도 못한 채 그 자리에 섰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머리카락이 뻣뻣하게 하늘로 치솟아 올라 있었다. 나의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왜 머리카락이 곤두섰는지 그 이유를 금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가까운 거리에 호랑이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치순이가 꼼짝 못하던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광전 님이 황금능선에서 머리카락이 뻣뻣하게 곤두섰던 것도 가까운 거리에 호랑이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호랑이가 아니라면 적어도 '범'이 틀림없다는 것이 민병태 님의 판단이다.
호랑이가 가까이 있으면 머리칼이 곤두서는가? 그렇다. 지리산 등산 선구자 성산(成山)님도 1963년 어느 비오는 날 저녁 중산리에서 순두류로 오르다가 호랑이와 조우했고, 부산 대륙산악회 곽수웅님은 망바위 부근에서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을 경험했다.
그이는 파란 광채가 노려보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한국 호랑이는 백수의 제왕으로 '산신령'의 경지에 있는 것으로 추앙받는다. 호랑이가 가까이 있을 때 비록 눈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도 머리카락이 뻣뻣하게 곤두선다고 한다. 그의 초능력인지, 사람의 초능력인지 어쨌든 놀라운 일이다.
지리산에는 지금도 호랑이가 살고 있을까? 호랑이가 존재한다면 대단히 경사스러운 일이다. 자연계의 완전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하지만 지리산에는 호랑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머리카락이 곤두설 일은 없겠지만 무척 아쉬운 노릇이다.

  • ?
    오 해 봉 2007.08.19 20:37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궁금합니다,
    지리산의 호랑이가 그렇게 신통력이있는 산신령인가 싶네요,
    선생님의 글을읽고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보았더니 그져
    맹수이고 동물 이드군요,
    이광전님 민대장님 성산님 곽수웅님이 거짓말 할리도 만무하고요,
    저는 도토리봉에서 늑대우는소리 영신대밑에서 곰이 울부짓는 소리는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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