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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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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월4일 'Daum 칼럼'에 썼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연말연시 천왕 일출과 반야 낙조를 생각하는 분들과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글을 올려 송구합니다. 해량 바랍니다.]
............................................

"낙조도 쥐기게 좋았습니다. 일출도 좋지만, 그 낙조는 영글대로 영근 홍시가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퍽사발난 것처럼 아주 맛나게 보였습니다."
2001년 새해 아침 천왕봉 일출을 맞기 위해 2000년 12월31일 오후 지리산 하봉 능선을 오르던 '지리산 별동대'의 A님이 반야봉의 해넘이를 지켜본 감격을 '지리산 통신' 1호 감상글란에 올렸다.
천왕봉 일출도 좋았지만, 반야봉 낙조도 뜻밖의 보너스로 "쥐기게(죽이게) 좋았다"고 천왕 일출을 지켜보고 돌아온 이들은 A님처럼 한결같이 찬탄했다.

반야봉에서 황홀한 낙조를 지켜보는 반야낙조가 지리산 8경의 하나지만, 천왕봉에서 바라보는 반야봉 해넘이는 불꽃보다 더 휘황찬란하다.
개울에서 빨래를 하는 여자의 반쯤 구부린 엉덩이 모습과 아주 흡사한 반야봉의 스카이라인이 산사나이들의 가슴을 '쥐기게' 달구었을 법도 하다. 천왕봉에 오른 이에게 안겨주는 것은 어찌 일출이나 일몰에만 그치겠는가.
사방 팔방에서 파도가 몰려오는 듯한 능파(陵波), 시시각각 신출귀몰하는 안개, 변화무쌍한 구름까지 신의 작품인양 신비롭고 거룩하기만 하다.

천왕봉이 어떤 곳인가? 남한 육지에서 가장 높으니 적어도 이 땅에선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아니, 천왕봉의 거대한 암괴는 하늘을 떠받들고 있다.
그래서 천왕봉을 하늘을 받들고 있는 기둥이란 뜻의 천주(天柱)라고 하고, 실제 서쪽 암괴에 '天柱'란 두 글자를 음각해 놓았다.
1561년 '우 남명 좌 퇴계'의 남명 조식(南冥 曺植)은 '천왕봉이 하늘에 가까우니 자랑스럽다'며 61세의 고령에 천왕봉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 양당촌(지금의 덕산)에 들어와 산천재(山天齋)를 열고 지리산에 아주 귀의했다.

그는 산천재에서 수양의 척도로 경(敬)과 의(義)를 내세웠다. 나라에서 여러 차례 벼슬을 내렸으나 한결같이 사양하고 왕을 '아비 없는 자식'으로, 대비를 '궁중의 한 과부'로 칭한 유명한 상소문을 올렸다.
날마다 산천재에서 천왕봉을 올려다본 그는 '천 석의 큰 종은 / 크게 치지 않으면 울리지 않듯 / 두류산 기상인 천왕봉은 / 하늘이 울어도 울리지 않는다(請看千石鐘 非大구[손手변 입口]無聲 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이라는 시를 썼다.
천왕봉 표지석에 그의 이 '天鳴猶不鳴'이 새겨지기도 했다.

천왕봉은 그냥 함부로 오르는 곳이 아니다. 깎아지른 벼랑 사이로 암굴통문이 있어 그곳을 지나야 한다.
바위에는 하늘로 통하는 문이어서 부정한 사람은 오르지 못한다는 '通天門(통천문)'이란 글자가 음각돼 있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지난날에는 '영원한 지리산 사람' 우천 허만수가 걸쳐놓은 원목 사다리를 아슬아슬하게 타고 올랐는데, 지금은 쇠사다리로 연결해 놓았다.
천왕봉으로 오르는 남쪽 루트에도 암굴통문이 있다. 속칭 '개선문'인 이 통문의 한쪽 바위가 10년쯤 전에 망가져 아쉽게도 옛모습을 잃었다.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이나 암굴문을 거쳐야 천왕봉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인 고은은 "신선들이 하늘에 오르는 것이 다른 산에선 자유롭지만, 지리산에서는 반드시 통천문을 통하지 않고서는 하늘에 오르지 못 한다"고 했다.
신선조차 통천문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올라야 하는 곳, 그런 뒤 하늘을 떠받들고 있는 천주인 그 천왕봉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선이 그렇거늘, 하물며 우리 인간은 마음을 말끔히 비우고 찾아야 할 천왕봉이 아니겠는가. 정녕 거룩하고 신령스러운 영봉이다.

하늘이 울어도 울리지 않는 천왕봉이라고 했다. 일출 일몰만이 아니라 천왕봉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신비로움은 너무나 엄청나다.
그 높은 천왕봉을 얼마나 빨리 올랐다거나, 몇 번째 올랐다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마음을 비우지 못한 사람이라면 천왕봉은 흐릿한 안개를 풀어놓거나, 아니면 물감을 마구 엎질러놓은 듯한 능선과 골짜기의 외양만 보여줄 것이다.
천왕봉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를 기대하면 안 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천왕봉을 찾아야 하는지를 먼저 깨닫는 것이 순서다.

  • ?
    오 해 봉 2007.12.27 18:39
    다시 읽어도 좋은글 입니다,
    여산선생님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글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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