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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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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말랑말랑한 곶감은 달고 맛이 좋아 기호식품으로 으뜸이다. 곶감 맛에 한번 빨려든 이는 꼬치에서 곶감 빼먹는 일이 하나의 버릇으로 굳어진다.
그러니까 옛날 어른들은 "호랑이보다 곶감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호랑이가 온다"는 말을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가 "곶감 줄까?" 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고 하여 전해오는 얘기이다.
겨울철에 기호식품이 거의 없다시피했던 지난날에 곶감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인지 짐작할 만하다.

지난 연말 원묵계마을 전나무동 성락건님의 오두막 '나무달마살래'에서 카페 '지리산 이야기' 가족 송년모임이 열렸었다.
'지리산의 달인(達人)' 성락건님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데다 소식(小食)에 채식만 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무슨 음식이든 멀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그가 뜻밖에도 자신이 '곶감 킬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나무동 오두막 작업을 하는 동안 부인 남경옥님이 주변 감나무에서 감을 따다 곶감을 한 접 가량 만들어 벽에 걸어두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새 그 곶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 듯한다"는 속담을 성락건님이 확실하게 시범(?)을 보여준 것이다. 그이는 거실 밖으로 나올 때마다 곶감을 한 줌씩 빼내들고 나왔는데, 마당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그 곶감을 죄다 삼켜버렸다.
그리고 곶감 생각이 나서 자연히 거실을 들락날락하기 마련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 게눈 감추듯 다 빼먹고 말았다"는 것이다. "곶감이 너무 맛이 좋으니까, 먹고 싶은 걸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 바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은 부인이었다. "마누라한테 잔소리 한번 되게 들었다"는 그이의 고백이다.

성락건님의 '곶감 몰래 빼먹기'는 이미 전과(?)가 있었다.
그이는 자신을 스승처럼 존경하며 따르는 한풀선사의 청학동 삼성궁에서 휴식삼아 머물고는 했었다. 삼성궁에서도 곶감을 만들어 처마 밑에 주렁주렁 걸어두고 건조를 시켰다. 그 곶감이 어느 사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있었다.
'엄격한 수행'을 해야할 수행자들이 '곶감 도둑질'을 하다니! 한풀선사가 수행자들에게 호통을 쳤다.
하지만 성락건님은 자신이 시도 때도 없이 냠냠한 바로 '곶감의 킬러'라고 고백할 수는 차마 없었다는 것이다.

성락건님이 "내가 냠냠했어" 하고 고백할 수 없었던 것은 그 까닭이 있었다. 한풀선사가 크게 노하여 흥분할 정도로 너무 많은 양의 곶감을 작살낸 때문이었다.
한 수행자가 성락건님의 귀에 대고 살짝 말했다.
"선생님, 끝까지 자백하지 않다니요. 너무 하십니다!"
"쉿, 조용히!"
그는 끝가지 시치미를 떼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소식주의자 성락건님은 무슨 음식이든 아주 조금만 먹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곶감 만은 그렇게 게눈 감추듯 대량으로 해치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지리산 곶감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소식주의자 성락건님이 곶감만은 대식가인 사실에서도 능히 짐작이 갈 법하다.
이 지리산 곶감 가운데서도 단연 최상품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 곧 '덕산(德山) 곶감'이다. 덕산 곶감을 산출하는 산청군 시천면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지리산의 분지에서 파란 하늘 높이 뻗어오른 감나무에서 청정 감을 산출한다.
시천면 일원은 지리산 특유의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하여 감의 당도 또한 아주 높다.

'덕산 곶감'의 특상품은 '고종시'라는 감으로 만든 것인데, 고종시는 씨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이 있다.
고종시 다음으로는 '단성감'이 있다. 하동군 악양면의 '대봉감'이 한국 최고의 홍시감으로 특별대우를 받듯이, 산청군 시천면의 '고종시'는 최상품 곶감으로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렇다면 덕산 곶감은 단지 지리산의 특수 지형이나 기후에 따른 혜택으로 최고의 자리를 누리는 것일까?
결코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덕산 곶감이 최상품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그 뒷받침이 되고 있다.

'덕산 곶감'이 최상의 기호식품으로 그 위치를 굳히게 된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일까? 현지 곶감 농가 주민의 '손솜씨'를 먼저 꼽을 수 있다.
"곶감 맛은 손솜씨에 달려 있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의 말이다.
생감을 깎아 꼬챙이에 꿰어 말리기만 하면 곶감이 된다. 그래서 곶감 깎는 기계며, 곶감을 건조하는 인공건조실 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덕산 곶감'은 "시천 마천 큰애기 곶감 깎기로 다 나간다"는 민요처럼 주민들이 손으로 깎고, 손으로 주물러서 말리는 것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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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7.11.01 19:37
    다오실 성낙건님의 곶감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말랑말랑한 곶감은 기막히게 맛있지요,
    뱀사골 근처와 문수암가는 도마마을 인근에도
    곱디고운 곶감을 많이도 말리고 있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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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 2007.11.02 09:08
    고국뉴스에서 나오는 주렁주렁 감말리는
    주홍빛이 펼쳐지는 아름다운풍경속에 한참을 보았지요
    도란도란 옛이야기하며 간식으로 곶감먹는재미~~
    설국의 눈나리는밤의 우리가족풍경이랍니다^^*
    여산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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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규 2007.11.02 11:25
    밀양 얼음골 사과를 먹어 보니까 엄청 당도가 높더군요. 골짜기의 온도 차이때문이라고 하던데 덕산쪽의 곶감이 맛있는 이유는 골짜기의 기후 특성 때문인것 같습니다.
    요즘 곶감이 기호 식품으로 아주 인기가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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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11.04 04:38
    고향의 악양골 곶감!창호지에 돌돌 말은 곶감 두 꼬치의 우정! 가슴이 뭉클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지리산 이야기 덕산 정모에 함께 했던 진주의 김교장이 내 결혼 축하선물로 준 추운 겨울 첫새벽 고향의 경전버스 정거장...1월 중순, 결혼 신행겸 서울에서 진주로 하동까지 외조모님을 뵈러 간 길, 당시 앞서서 결혼하여 당대의 소문난 호랑이 홀시모님 모시고 살던 절친한 친구 K는 따뜻한 식사한번 대접못한다는 울먹이는 호소와 함께 어둠이 서린 첫새벽 정거장에 나와서 꽂감 말이를 손에 쥐어주었지요 버스로 구례를 향하면서 구비구비 섬진강 물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그 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 젖은 곶감을 그래도 하나씩 빼먹으면서 신혼 여행의 단맛까지 즐겼던 일...두고두고 그 때 일을, 칠순의 세월까지 가슴 멍해지는 둘만의 회상을 얘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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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슬 2007.12.17 21:47
    으~~~ 듣는 것 만으로도 제겐 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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