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시인 강영환의 세 번째 지리산 시집 <그리운 치밭목> 표지와 지리산에서의 강영환 시인의 모습(시집에서 옮겨옴).
.........................................................................
“외로우면 지리산에 간다. 지리산은 눈물이다. 지리산을 생각하면 어쩐지 비감해 진다. 지리산은 아픔을 바탕으로 한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산악인인 강영환 님이 지난 2005년 ‘지리산 짝사랑 25년’을 고백하는 시집 <불무장등>을 펴내면서 한 말이다.
“지리산은 내게 신과 같은 것이었다. 내가 가는 지리산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아마도 끝이 없을 것 같다.”
2007년 강영환 님은 두 번째 지리산 시집 <벽소령>을 펴냈다. 강 시인은 이 때 지리산은 자신에게 신과 같다면서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담으려 했지만, 가면 갈수록 모시적삼에 밴 풀빛 얼룩처럼 슬픔이 묻어나는 지리산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2008년 여름, 강영환 시인은 자신의 열일곱 번째 시집이자 세 번째 지리산 시집 <그리운 치밭목>을 펴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지리산에 가는 것은 산을 보러 가기 위함도 있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그곳에 드는 사람들, 신갈나무와 조릿대, 죽어서도 서있는 하얀 고사목, 정감 있는 산길, 얼굴을 닮은 바위와 벼랑, 봉우리에 걸린 구름, 부서지는 물거품과 물소리, 그 숱한 풍경들이 지리산이고 그들이 나를 푹 젖게 한다.”
세 번째 지리산 시집은 앞의 두 권의 시집들과 이어진다.
그리고 ‘지리산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시인은 지리산과 함께 역사가 된 사람들이나 지리산과 애환을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가 물거품으로 부서지거나 그름처럼 떠다닌다. 시인이 산을 타면서 만났던 사람들도 시가 됐다.’-(부산일보 기사)
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 최치원, 김종직, 남명, 서산대사 등의 선인들과 변규화, 고정희 시인 등 고인이 된 이들을 그리고 있다.
‘지리산 사람들’에는 지금 현재 지리산과 인연을 맺고 있거나 지리산에 들고 있는 사람들을 노래한 시작품들도 있어 눈길을 모은다.
‘노고단 호랑이’ 함태식, 지리산 종주 200회의 ‘자이언트’ 이광전, ‘지리산의 달인’ 성락건, 지리산 사진작가 임소혁, ‘말없음표’의 민병태, ‘기갈 센 신갈나무’ 권경업 시인, ‘여름 언덕’의 남난희, ‘햇살 한 줌’의 시인 이원규, ‘지리산 통신’의 최화수 등….
그 가운데 고운 최치원을 노래한 ‘짚신을 벗어놓고’는 이러하다.
천하에 발자국을 더 찍을 곳이 없어서
마음 덜어내고 방장산에 들었다
헤진 짚신짝 벗어놓고 숲에 든 후
외로운 구름 되어 흘러간 뜻을
어디 숲에 가서 다시 찾을까
산을 안다는 이들 앞 다투어 산에 들어도
짚신 벗어놓은 뜻을 알지 못했다.
문창대 다 닳아 없어진 상전(桑田)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풋풋한 짚내
천년이 지나도 선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강영환 시인은 짙은 사랑으로 지리산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땀이 배어있는 산, 그리고 삶과 죽음이 영원한 산, 아직도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기에 홀로 깊어진 짝사랑은 불러주지 않아도 나는 지리산을 간다.”
그의 지리산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향하시는 시인님의 마음에 동감입니다
지리시인님들의 건필을 기원드립니다
여산선생님 늘 생동감 넘치는 지리의소식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