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227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리산의 달인(達人)'
칼럼지기는 성락건님을 일찍부터 그렇게 불렀다.
1990년을 전후로 펴낸 <지리산 365일> 제4권.
'지리산의 달인 성락건' 항목이 있다.
그 내용은 너무 잘 알려져 여기에 다시 인용할 필요조차 없다.

'지리산의 달인', 아무나 될 수는 없다.
지리산을 자주 찾고, 구석구석을 누빈다고 하여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달인'이 될만한 그만의 독특한 무엇이 있어야 한다.

성락건님은 여느 산꾼과 무엇이 다른가?
그는 '꽃피는 봄날의 산행'과 같은 독특한 산행방식을 지니고 있다.
'꽃피는 봄날 연인과 아름답게 산행하는 법 열 가지'를 그는 이렇게 소개한다.

1, 꽃으로 몸 단장하기.
2, 가위 바위 보 놀이.

꽃반지 꽃시계로 단장하고, 연인과 아카시아 물푸레 굴피나무 잎을 하나하나 따내는 놀이를 하며 산행을 한다는 것이다.

3, 줄 끊기 싸움.
4, 바람에 날리기.
5, 피리 만들어 불기.

제비꽃, 강아지꽃 줄기를 서로 걸어서 끊기 놀이를 하고, 민들레와 들솜쟁이꽃 후후 불고, 창포 시누대 등의 잎으로 피리를 불며 산을 오른다고 한다.

6, 팔랑개비 만들어 놀기.
7, 나무에서 놀기.
8, 새소리 흉내내기.
9, 마음 전하기.
10, 강아지풀로 망아지 만들어 경주 시키기.

민들레 팔랑개비에서 후박나무 비행기, 갈대 화살 등을 만들어 나무와 새와 어울려 자연의 마음을 나눈다. 자연인이 아니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이런 산행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하지만 '산에 미친 사람(성락건)"이 권하는 산행방법 12가지에서 그것을 능히 짐작해볼 수 있다.

1, 맨발로 산행.
2, 식량없이 산행(맨몸 산행).
3, 사람 안 만나는 산행(빨치산 산행).
4, 야간 산행.
5, 비박 산행.
6, 직선 산행.
7, 말없는 산행(묵언 산행).
8, 길 피해가는 산행.
9, 계곡 산행.
10, 발가벗고 산행(알몸 산행).
11, 태풍 불 때 산행.
12, 뒤로 걸어가보기 산행.

성락건님은 여기에 곁들여 자신의 '명상산행 방법' 12가지도 함께 소개한다.

1, 덤불속 기진할 때까지 산행.
2, 계속 웃으며 산행.
3, 정신없이 울면서 산행.
4, 쉬지않고 지껄이며 산행(횡설수설 산행).
5, 호흡주시 산행.
6, 나무오르기 산행.(타잔 산행).
7, 말 안 하기 산행.
8, 냄새 맡기 산행.
9, 소리 듣기 산행.
10, 몸 굴리기 산행(오체투지 산행).
11, 안아보기 산행(나무, 바위, 하늘, 바람)
12, 네발로 걸어보기 산행(짐승 산행)

성락건님이 권하는 이 특별한(?) 산행의 맛을 알지 못한다면 '지리산 도사가 될 수 있는 산행'에 입문하기란 어렵다.

'지리산 도사 산행'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성락건님의 산에 대한 철학, 산행에 대한 근본 마음가짐부터 먼저 이해하고 따르고자 하는 노력이 앞서야 할 것이다.

성락건님은 부인 남경옥님과 함께 펴낸 '남녘의 산'에서 자신의 산행 철학을 아주 투명하게 공개했다.
다음과 같은 그이의 진술에 담겨 있는 진정한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지리산 도사 산행' 방법을 터득할 길이 보일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 본다면 길을 잃었을 때, 길 찾기보다 길 잃었음을 오히려 감사하는 편이다.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는 멋진 기회이고, 자연과 일체가 되는 신비한 체험을 가질 수 있다."

"산에서 밤하늘을 지붕 삼는 비상노숙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 사뭇 다른 아름다운 사건이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신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산속의 밤이란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듯 실제 무서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로지 어두움에서 오는 상상력일 뿐이다."

"너무 고요해 가랑잎 사이로 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천둥소리로 들리고, 멀리서 짐승 울음소리가 다가왔다 멀어졌다 하여 신비로움을 더할 뿐이다. 대부분 큰 짐승과 귀신에 대한 생각이 일어나 극도의 공포 속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데, 그것은 지독한 망상이다."

"사실 혼자서 산속의 밤을 본다는 것은 항상 경험하는 일상의 이 세상 끝에 서서, 지금까지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신비의 세계, 자연의 세계, 그리고 죽음의 세계인 저 세상 곁으로 바짝 다가가 문틈으로 그들이 세계를 엿보는 것과 같다."
(2003년 6월2일)

  1. No Image

    '지리산 놀이'-'도사 되기'(4)

    "홀딱 자빠졌다, 쪽박 바꿔주오" "제집 죽고 자석 죽고 서답빨래 누가 할꼬" "솟쩍다. 솟쩍다" "뽀뽀 뽀뽀 뽀뽀" "좃좃좃 좃이좃이좃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지리산 산새 소리란다. 이로부터 두견새, 묏비둘기, 소쩍새, 후두티, 욕쟁이새다. '지리산의 달인'...
    Date2004.01.30 By최화수 Reply0 Views2448
    Read More
  2. No Image

    '지리산 놀이'-'도사 되기'(3)

    '높이 말인가 남녘의 파도소리 베고 누웠다. 천왕봉 마고할미가 반야도사 기다리는 달빛같은 사랑으로 두류산은 하늘 위로 솟았다. 이름없이 죽어간 수많은 젊은 넋들 토끼봉 진달래 뱀사골 산수유로 피어나고 연두빛 장막 둘러 물결 흔들리는 방장산의 아름...
    Date2004.01.30 By최화수 Reply0 Views2232
    Read More
  3. No Image

    '지리산 놀이'-'도사 되기'(2)

    '지리산의 달인(達人)' 칼럼지기는 성락건님을 일찍부터 그렇게 불렀다. 1990년을 전후로 펴낸 <지리산 365일> 제4권. '지리산의 달인 성락건' 항목이 있다. 그 내용은 너무 잘 알려져 여기에 다시 인용할 필요조차 없다. '지리산의 달인', 아무나 될 수는 없...
    Date2004.01.30 By최화수 Reply0 Views2276
    Read More
  4. No Image

    '지리산 놀이'-'도사 되기'(1)

    [이 글을 읽는 분에게 양해 구하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다음 넷' 칼럼의 운영 양식 변경에 따라 그곳에 2001년부터 써왔던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을 2004년 1월15일자로 중단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ofof.net의 배려로 '지리산 통신'을 여기서 다시 이어갈 ...
    Date2004.01.30 By최화수 Reply0 Views291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ext
/ 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