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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180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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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동 야영장...텐트가 많아 시끌벅적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첫나들이폭포 아래 계곡에선 추억 만들기가 한창이다.
.......................................................................................

지리산 주능선의 중간 지점인 벽소령에는 지금 현대식 산장이 자리하고 있다.
이 산장이 세워지기까지 우유곡절이 많았다. 산악인들을 비롯하여 환경단체 회원들의 건립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벌어졌었다.
아무런 대피 시설 하나 없던 벽소령에 산장을 건립하는 것은 화개~마천 벽소령 종단도로를 천은사~성삼재~달궁 종단도로처럼 개발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따랐다. 그래서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심했었다.

1988년 이전의 지리산에는 20~40평의 단층 슬라브 건물의 대피소들이 있었다.
그것도 노고단, 뱀사골, 연하천, 세석고원, 장터목, 치밭목, 로타리(법계사 앞), 피아골에 있는 것이 전부였다.
벽소령에는 대피소가 없었다.
그렇지만 벽소령과 선비샘에는 대피소를 대신하여 ‘상주(常住) 천막’이라는 것이 있었다.

벽소령의 경우 의신마을의 조봉문(현재 의신마을 운해산장 운영) 조봉기 형제가 상주 천막을 설치해놓고 있었다.
벽소령에는 ‘범뱀샘’이 있고, 야영하는 이들이 많아 운동장처럼 넓혀진 빈터가 있었고, 날마다 엄청난 쓰레기가 버려지고는 했다.
조봉문 형제는 이곳 일대의 쓰레기 청소를 하는 조건으로 상주 천막을 설치, 등산객에게 물건을 팔았다.

조봉문은 힘이 장사여서 화개장터에서 막걸리 두 말을 받아 벽소령까지 메고 날라오기도 했다. 그이는 한여름철이면 가족들을 벽소령으로 불러 부침개를 만들어 팔기도 했다.
종주산행을 하다 동동주나 부침개 맛을 보는 것은 뜻밖의 ‘보너스’(?)였다.
이 상주 천막에도 일을 자청하여 도와주는 자칭 ‘도사’들이 있었다.
한여름철 지리산을 찾는 이들은 야영 장비를 멘 등산객만이 아니었다.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유랑객이 적지 않았다.

지난 1980년대는 야영 장비 등 단단한 채비를 하지 않으면 지리산을 종주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맨몸으로 무작정 지리산에 올라 종주 등산객을 따라 주능선을 이동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청하여 종주 등산객의 배낭을 대신 메주는 포터가 되거나, 벽소령 상주 천막 같은 곳에서 밥을 먹여주는 조건으로 주변 쓰레기 청소를 하는 일을 했다.

벽소령 상주 천막에는 ‘임 도사’로 불리는 총각이 있었다.
그는 하루 이틀 이곳에 머문 것이 아니라 한철 계속 있었다. 그가 떠나려고 해도 조봉문 봉기 형제가 함께 있자고 했다.
여자처럼 이쁜 얼굴에 머리를 땋고 있는 그는 언제나 묵묵히, 말이 없었다. 그는 신비로운 얘기들을 많이 들려주었다. 그래서 조봉문은 그에게 ‘임 도사’라는 칭호를 붙여주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전국을 떠돌다 지리산에 들면 어머니 품속에 안긴 것 같은 안온한 느낌을 갖는다고 했다.

야영 전성시대에는 지리산 주능선 곳곳에 커피나 오미차 등의 음료를 파는 이들이 있었다.
돼지령, 노루목, 토끼봉 등에는 몇 년째 그곳을 지키면서 커피를 팔고는 했다.
이들은 지리산에 일년 내내 야영을 하면서 그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마치 도사와 같아서 대화를 나눠보는 재미가 특별했다.
천왕봉에도 등정 기념메달을 새겨주는 청년들이 있었다. 그들은 천왕봉과 가까운 곳에 천막을 설치하고 생활하는 것은 물론이었다.

이제 지리산 주능선은 물론, 야영장이 아닌 곳에서의 야영은 사라졌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처이다.
그래서 지난날의 산상 야영장의 그 불야성의 낭만이나 추억을 새길 수도 없게 됐다. 야영을 하는 동안 벌어진 갖가지 해프닝이나 에피소드도 사라졌다.
아니, 불일평전과 같은 지정 야영장의 야영객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지리산이 그만큼 건조해진 것 같아 아쉬움이 따르기도 한다.

                
  • ?
    섬호정 2008.08.23 22:17
    지리산의 야영전성시대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채 사라져가고
    번창하던 그 산의 역사도 그립습니다
  • ?
    그냥저냥 2008.08.25 12:31
    지리산 첫 산행때 임걸령에서 마주하게 된 그 별빛...
    노루목에서 사 마셨던 시원한 미숫가루...
    장터목 야영장 울긋불긋하던 텐트들...
    네, 천왕봉에서의 등정기념 메달...
    별빛 외에는 이제 접하기 힘든 광경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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