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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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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의 불일평전 야영장과  폐허와도 다름없는 취사장 내부 모습.
............................................................................

1986년 여름, 지리산 불일폭포 입구 불일평전 야영장.
어둠이 사위를 감싸면서 야영장 한편에선 젊은이들이 캠프파이어를 즐겼다.
광주(光州)에서 이곳을 찾아 캠핑을 즐기던 꽃다운 숙녀 몇 명이 다음날의 떠남을 아쉬워하며, 그동안 수고를 끼쳤던 야영장 관리를 돕던 청년들과 석별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광주의 숙녀 가운데 김덕선 씨는 대학 재학 때 몇 차례 캠핑을 왔었기 때문에 불일야영장과는 친숙했고, 야영장 관리를 돕는 젊은이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젊은이들 가운데는 불일오두막 변규화 옹의 아들 변성호 씨도 있었다.
캠프파이어의 불빛이 사그라들면서 변성호 씨의 눈빛은 반대로 더욱 빛났다. 그의 가슴에는 소탈하고 가식이 없는 김덕선 씨에 대한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날 김덕선 씨 일행이 불일평전을 떠날 때 변성호 씨도 서울에 갈 일이 있어 광주까지 동행했다.
“이대로 헤어지기 섭섭하군요. 광주는 제가 살고 있는 고장이니 식사라도 대접할게요.”
“식사 대접을 커피 사는 것으로 갚아도 되겠습니까?”
“좋아요. 커피 꼭 사주셔야 합니다.”

1989년 3월5일. 변성호 김덕선 씨는 광주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주례는 신랑 부친과 친분이 두터운 중앙대학교 박범훈 교수가 맡았다.
지리산 일원의 산장 관리인들과 지리산을 즐겨 찾는 많은 산악인들이 하객으로 찾아와 불일평전 야영장에서 이루어진 불일평전 오두막 2세의 사랑의 결실을 축하해 주었다.
신랑 신부는 신혼여행을 끝내고 불일평전으로 돌아와 별채 오두막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이상은 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 제3권에 수록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까닭은 지난날 지리산의 여름은 텐트촌이 야영장마다 꽃밭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주능선 요소요소에도 텐트가 거대한 화원을 이루었다.
지금은 지켜보기조차 어려운 추억의 파노라마라고나 할까.
야영장 모습으로 어제와 오늘의 지리산을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1980년대 지리산 야영장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1988년 10월1일 ‘불일평전동우회’ 발족을 들 수 있다.
이 날은 변규화 씨가 불일평전에 정착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자 지난 10년 동안 불일평전 야영장 관리를 도왔던 사람들이 모여 사랑과 정의 모임을 가진 것이다.
이날 변규화 씨의 일기 가운데 일부는 다음과 같다.

“내가 여기 와서 집 앞 밭을 야영장으로 만들어 산을 찾는 이에게 무료로 야영을 하게 하였다. 여름철에는 텐트 수가 평균 100~200동이고, 야영객이 200~300명 이상이 되니 혼자 관리하기에 벅찼다.
그래서 해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다. 방학을 맞은 학생, 직장을 쉬는 직장인, 군 입대를 기다리는 젊은이들 등 …”

10년 동안 야영장 관리를 도왔던 이들이 변 씨의 불일평전 입주 10주년을 축하하고 서로의 우정도 다지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불일평전동우회’도 발족시킨 것이다.
변 씨는 이 날의 소회를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모두가 다 반가운 얼굴이다. 같은 뜻으로 1~2개월씩 야영객을 위해 봉사한 사람들이었으니 자연스레 친숙해지고, 선후배가 가려져서 후배는 선배를 깍듯이 예를 다하고, 각자의 회고담을 술안주 삼아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작은 모임이지만 산이라는 큰 덕(德) 앞에 순수하게 모였으니 앞으로도 계속 회원이 늘고, 이 모임이 더욱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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