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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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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궁(水晶宮) 터는 왕산 중턱에 있다.
전구형왕릉에서 30분 이상 가파른 비탈을 걸어올라야 한다.
그곳은 무엇보다 북사면(北斜面)이다.
음지(陰地)의 가파른 산중턱, 지형으로 보면 북향집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

가락국은 남방불교와 함께 찬란한 금석문화를 꽃피웠다.
일찌기 일본을 지배했을 만큼 역사의 중심에 자리한 고대국가다.
지리산 초기 역사는 가락국의 역사이기도 하다.
주릉 남쪽의 운상원(雲上院)!
주릉 북쪽의 수정궁(태왕궁)!
이 둘은 지리산의 고대사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다.

수정궁은 가락국 역대 왕의 별궁(別宮)이었다.
별궁, 곧 궁궐이라면 그 규모가 만만치 않을 터이다.
바로 그 생각 때문에 필자는 수정궁 위치를 전구형왕릉 아래편으로 단정했었다.

가락국은 10대 491년만에 멸망했다.
500년을 채우지 못한 짧은 역사가 상징하듯 지리산 별궁 수정궁의 역사는 지극히 비극적이다.
구형왕이 숨진 뒤 이 별궁은 왕릉을 지키는 사당(왕산사, 王山祠)으로 변모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이후 스님들이 중수하여 한때는 사찰(王山寺, 또는 水晶庵)로 불리기도 했다.

고종 27년(1890년) 태왕궁(수정궁)은 노후하여 없어지고, 그 자리에 '태왕궁지비(太王宮址碑')를 세웠다가 홍수에 축대가 무너져 능 아래로 옮겼다.
1917년 추모재, 수정궁의 연산문, 만동문, 화수정 등의 건물을 현재의 덕양전 자리로 옮겼다...

태왕궁 자리를 구형왕릉 아래쪽으로 잘 못 생각한 것도 이런 복잡한 과정이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의 판단 잘못은 근원적인 인식의 차이에 따른 것이었다.
별궁, 곧 궁궐은 아주 넓고 화려한 것으로만 생각했다.
전구형왕릉 위쪽에는 궁궐이 들어설 공간이 없는 것으로 알았다.

이번에 수정궁터를 찾고 보니, 역시 넓은 공간은 결코 아니었다.
왕산에서 가장 큰 계곡을 끼고 있을 뿐, 그냥 평범한 산자락이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기막히게 아늑한 느낌이다.
북쪽 만 열어놓고 능선이 오붓하게 감싸고 있다.
...잡다하고 번거로운 이 세상과 단절된 별세계다.
들리는 것은 새소리와 물소리밖에 없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름다운 그림뿐이다.
엄천강 주변 들녘과 북쪽으로 끝없이 겹쳐지는 산파(山波)...!
마치 하늘에 떠있는 공간인 듯하다.

하지만 별궁이라 하여 화려하게 지은 것이 아니라, 작은 암자처럼 소박하게 지은 듯하다.
또 아늑한 별세계 분위기를 찾기 위해 비탈도 산중턱도 문제삼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수정궁에 대한 진정한 경탄은 다른 데 있었다.
수정궁 바로 위쪽 100여미터 지점에 '류의태 약수터'가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허준 스승이었다는 명의 류의태!
그이가 약탕기를 걸어놓고 약을 끓인 약수터가 수정궁 경내에 자리한다.

이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조선 최고의 명의가 탄복하여 움막을 지어놓고 약탕기를 걸었던 약수터!
이 명수(名水)를 가락국이 1000년이나 앞서 찾아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약수터에 별궁을 지어 왕족들의 휴양소로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2003년 4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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