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253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의 일이다. 그 해 6월 초 나는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세 살 박이 아들을 데리고 파출부로 나가 빨래 등 남의 허드렛일을 해주고 얼마의 돈을 받아 근근히 살아가는 어려운 처지였다.
그녀가 일하는 집에 나는 물건을 팔러 갔다.
"아주머니 살기 어려워 물건을 팔러 왔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저는 이 집 주인이 아닙니다" 라고 말한 뒤, 주인여자를 데리고 나왔다.

주인여자는 인상이 별로 안 좋았는데, 나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퉁명스럽게 내쏘았다.
"아기 엄마는 눈치도 없니! 저런 사람 그냥 보내지않구! 나는 또 무엇 하러 나오라고 하는 거야."
주인여자는 그렇게 그녀를 나무라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주인여자에게 무안을 당한 그녀는 그만 눈물을 글썽이는 것이었다.
"아저씨, 저는 아저씨보다 몇 배 더 어려워요."

꼬마 녀석은 엄마의 치마폭을 두 손으로 붙들고 보채었다.
"엄마 집에 가요."
어린 아기는 부수수한 머리에 신발조차 신고 있지 않았다.
나는 너무 미안하여 그녀에게 사과의 말을 햇다.
"아주머니 정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갔었어야 했는데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일은 언제쯤 끝나시나요?"
"오전 일만 하고 이제 집으로 가려고 합니더."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그 집을 나서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무엇인가 그녀에게 잔뜩 끌렸다. 나는 용기를 내어 불쑥 그녀에게 말했다.
"그럼, 댁의 집에 한번 가보아도 되나요?"
"..."
그녀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한동안 잠자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러자 그녀가 걸음을 멈추더니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가진 것이 없어서 아저씨한테 대접도 못 할 형편인 데요."

그녀가 싫어하는 눈치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유순한 눈길에서 용기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대접은 무슨! 그냥 댁의 집에 한번 가보고 싶어서요!"
나 역시 떠돌이 행상으로 넉넉하지 못한 처지였지만, 그녀가 어린 아들 신발 하나 못 사준 것을 보니,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나와 그녀는 서로 말을 아끼며 그녀가 살고 있는 동네 어귀에 들어섰다.

한참 모심기를 하던 동네 아낙들이 일손을 놓고 우리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유난스럽게 쳐다보는 것이었다.
"철웅이 엄마 애인 생겼나봐! 호호호!"
동네 아낙들은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배를 잡고 깔깔 웃으며 제마다 무엇이라고들 큰 소리로 떠드는 것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사별한 지 겨우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미망인이었다.
그녀에게 흠이 있다면 세 살 짜리 사내아이로부터 초등학교 5학년생까지 자녀가 줄줄이 네명이나 달려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 일하러 갔다가 우연히 나를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 과부가 한쪽 팔이 없는 낯선 장애자 사내와 함께 걸어오고 있으니, 마을 사람들에게는 묘한 구경거리가 됐을 법도 했다.]

마천의 '소문난 짜장면'집 주인 강상길님이 자신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나의 프로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이 책의 도입부는 위와 같이 시작된다. 그이의 이야기가 얼마나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것인가를 이 도입부에서 능히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강상길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현재의 부인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풀어나가고 있다.
남편과 사별한지 1년밖에 안 된 젊은 미망인, 아이가 네명이나 달려 있어 남의 집 가정부 일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그녀였다.
강상길님은 행상을 나갔다가 우연히 그녀를 만났는데, 그 인연 또한 기막힌 한편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오늘의 마천 '소문난 짜장면'집 안주인인 그녀는 19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대단한 미인이다.
그녀는 강상길님의 프로포즈를 받게 되자 "사지가 멀쩡한 사람(전남편)도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했는데, 왼팔 하나뿐인 장애자가 어떻게 어린 자식이 넷이나 달린 여자를 먹여살리겠냐"고 반문했다.
강상길님은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때부너 그이의 삶은 "해낼 수 있다'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온갖 시련과 고통을 감내하며 험난한 사회를 돌파하는 것이다.

강상길님은 이제 누가 뭐라고 해도 '지리산을 닮은 지리산 사람'으로 우뚝 섰다.
더구나 그이는 장애자로서 정상인도 하기 어려운 인간승리의 꽃을 피워냈다.
그렇지만 그이는 "나의 프로인생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제부터 또 하나의 인간승리를 위한 청사진을 펼쳐보이게 된다.

강상길님, 그이의 파란만장의 삶이 '지리산 외팔이 자장'이란 이름으로 KBS 1TV "이것이 인생이다" 프로로 책 발간과 동시에 제작이 됐다. 오는 7월15일 화요일 저녁 7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강상길님의 인간 승리 드라마가 TV 화면으로 생생하게 방영되는 것이다.
(2003년 7월11일)



  1.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1687 

    수정궁과 류의태 약수터(2) 0

  2.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1980 

    수정궁과 류의태 약수터(1) 0

  3.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1935 

    "나의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0

  4.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2539 

    KBS-TV "이것이 인생이다" 0

  5.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1893 

    [나의 프로 인생 끝나지 않았다] 0

  6.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1927 

    마천의 '소문난 자장면'집(3) 0

  7.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1896 

    마천의 '소문난 자장면'집(2) 0

  8.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2346 

    마천의 '소문난 자장면'집(1) 0

  9. '지리산 놀이'-'도사 되기'(6) 1

  10. No Image 30Jan
    by 최화수
    2004/01/30 by 최화수
    Views 2158 

    '지리산 놀이'-'도사 되기'(5)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ext
/ 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