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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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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민의 지리산 포털사이트에 입주해 있는 '두레네집 이야기'의 '두레네 글방'이나 '두레네 사랑방'을 들여다보면 '절제의 미덕'과 '여백의 미학'이 특징적으로 느껴진다. 두레 아빠, 엄마의 글은 시시콜콜 이런저런 말을 다 하지는 않는다. 낱말 하나도 아껴 쓰고 걸러서 쓰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나머지는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에 맡겨두는 여백을 남겨놓는다. 이 절제와 여백에서 두레 아빠, 엄마의 지성과 품성을 엿보게 된다. 절제와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은 두레네집을 찾아보면 분명해진다.

두레 아빠는 방문객에게 상냥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런데 그의 말은 글과 똑같다. 가식이나 수사(修辭) 대신 소박하고 간결하게 얘기한다. 그가 필자에게 들려준 짧은 이 한 마디는 여태 기쁜 여운으로 남아있다. "두레가 꾀를 내요!" 두레가 지리산으로 온 뒤 놀랄만큼 건강해진 사실을 이 한마디가 설명해주고도 남는다. 꾀를 내는 것은 요령을 부린다는 것이고, 또한 두뇌회전이 정상적인 것을 뜻한다. 두레는 이제 장애아 멍에를 벗어던져도 좋을 듯하다. 아주 활달하게 뛰노는 건강한 소년이다.

두레네집도 절제와 여백이 두드러져 보인다. 두레네집은 일가족이 사는 집으로선 어쩌면 지리산에서 가장 크고 넓을 것도 같다. 지리산 자락에 둘러싸인 운동장과 교실, 화단과 후원이 넉넉하고, 한수내며 섬진강, 눈앞의 백운산 자락까지 모든 것이 정겨운 자연세계이다. 그런데 당초의 초등학교 분교 모습을 그대로 살려두고 있어 지금도 한 가족이 사는 집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교실에 들어가면 교실 한칸을 서재(마을문고)와  사랑방, 또 한 칸은 방문객의 취사장겸 식당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두레네집을 찾아오는 손님 누구나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갈 수 있게끔 이 정도의 배려나 시설을 하는 것도 두레네 가족들로선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난로와 서가의 책을 빼면 특별하게 눈을 끄는 시설물은 없다. 취사장겸 식당도 빈 공간이 훨씬 더 넓은 편이다. 하지만 특별한 장식이나 시설물이 없는 그것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부담없고 편안하게 해준다. 무슨 요란한 응접세트 하나 없는 그것이 더 좋다. 취수대 또한 수도꼭지 하나만 달려 있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여백 공간이 훨씬 더 넓기는 하지만, 취사하고 밥먹는 데는 아무런 불편도 없게끔 갖춰야 할 것은 다 갖추어져 있다. 가스버너와 코휄, 식기, 물통, 주전자, 심지어 숟가락과 젓가락까지 넉넉하게 준비해 놓았다. 두레네 가족이 나들이를 떠날 때라도 방문객이 잠자고 밥을 지어먹을 수 있게 배려해 놓았다. 이부자리에 난로를 피울 나무까지 준비해놓는다. 믿음과 신뢰가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두레네집이 지리산의 넉넉한 자연세계처럼 얼마나 아름답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두레네 글방'에는 두레 엄마의 '화장실 어드벤쳐!'란 재미있는 글 두 편이 있다. 빗물에 젖은 화장실 나무계단에 미끄러질뻔한 손님이 "어휴! 화장실이 어드벤쳐야" 하고 말했다는 것이다. 일명 '코끼리 화장실'인 이 시설을 만들기까지의 힘들었던 과정을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섞어 재미있게 들려준다. 그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정말 넓고 깨끗하고 훌륭했다. 그러니 두레 아빠가 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들인 수고와 정성이 어찌 예사롭겠는가. 화장실까지도 감동을 안겨주는 두레네집이다.

두레네집을 찾았던 일행 가운데는 두레, 이레와 말동무가 되어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이 있었다. 두레가 생각보다 아주 맑고 밝고 건강하며, 이레는 이쁘면서도 착하고 영리하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그 모두는 두레 아빠와 엄마의 사랑의 결정체일 것이다. 두레네집은 지리산의 '열린 집'이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두레네집에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멋진 음악회를 열어준 고마운 분들도 있었다. 두레네의 좋은 이웃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두레네집이 지리산에 있어서 좋고, 지리산도 두레네집이 있어 더욱 빛난다. 지리산에서 산다고 하여 누구나 맑고 밝고 건강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좋은 집을 가졌다고 해도 높은 담장을 둘러놓은 '닫힌 집'이라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마음을 열어주는 두레네집이야말로 지리산의 진정한 이웃이다. 지리산에 두레네집과 같은 아름다운 집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두레네집과 좋은 이웃이 되어 인정을 듬뿍 나누기 바란다.
(2002년 3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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