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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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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오용민의 지리산 포털사이트에서 '두레네집 이야기'를 접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다. 밝고 천진한 웃음을 활짝 터뜨리고 있는 일가족의 칼러 사진이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다.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이 서로 끌어안고 서있는 포즈가 어떤 회화(繪畵)작품 못지 않을 만큼 예술적(?)이다. 러닝 셔츠 차림 가장의 행복한 표정과 약간 얼굴을 일그러뜨린 그 아들, 맑<
고 환한 웃음의 엄마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그 딸, 참으로 절묘한 앙상블(?)이다. 이런 아름다운 가족도 다 있구나 하고 감탄했다.

'두레네집 이야기' 초기화면 오른쪽 상단 '두레네 가족'을 열자 가족 소개 글이 실려 있다. 남신희기자(jeonlado.com)라는 분이 쓴 글이 관련 사진들과 함께 잘 정리가 돼 있다. 두레네 가족은 누구누구이며, 왕시루봉 자락이 섬진강변에 빨려드는 토지초등학교 송정분교 폐교에 정착하게 되는 과정을 시원하게 술술 들려준다. 바로 이웃한 지리산의 고전장(古戰場) 석주관(石柱關)의 아픔마저 잠재울 만큼 아름답고 건강한 한 가족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그야말로 단숨에 읽혔다.  

[구례 토지면 송정리 송정분교. 지리산 왕시루봉 아래 안윤근(41) 박윤주(41) 두레(12)와 이레(11) 네 식구가 살고 있다, 고 말하려니 똑똑이, 또또같은 개와 콕콕이같은 닭들이 "우리도 한식구에요"라고 목청높이며 서운해할 것 같다. 요즘엔 식구들이 더 늘었다. 비어있는 교실방을 필요한 사람들이 유용하게 썼으면 하는 생각에 "지리산쪽에 놀러오거든 우리 집에 묵어 가시오" 했더니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정말 많이 찾아온다.

두레네가 이곳 폐교에 와서 산지 1년이 돼가고 있다. 구례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다. 둘다 서울토박이다.
"하지만 이곳 생활이 낯설지 않다. 지리산의 품이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속에 언젠가는 시골에 가서 산다는 생각이 늘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오기 전 두레네는 경기도에서 꼬박 6년동안 농사지으며 공동체 생활을 했다.

지난해 여름 두레네가 송정분교에 처음 이사왔을 때는 운동장에 풀들이 웬만한 장정 가슴높이께 닿을 만큼 우북했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이 학교를 수리하고 묵정밭을 일구느라 지난 1년간 노가다처럼 살았다. 힘들 때마다, 뿌리내릴 터가 주어지면 몸이 바서져라 일하겠다던 지난날의 간절한 기도를 떠올리곤 했다.]

글 인용이 너무 길었지만, 그 어느 한 줄 빠짐없이 눈에 속속 들어와 박힌다.  '두레네집 이야기' 홈페이지에선 그들이 왜 이곳에 왔으며, 어떻게 살고 있으며, 무엇을 꿈꾸고 설계하는지를 한눈에 알게 된다. 두레는 자폐아다. 두레 아빠와 엄마는 대학원과정을 마친 엘리트 지성인들이지만, 장애 아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지리산의 자연 속 가족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서울 토박이 부부가 농사 짓는 법을 배우고자 6년 동안 공동체생활을 하는 등 준비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을 듯하다.

[외딴 곳이랄 수도 있는 이곳에서 이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은 숨어사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이다. 더불어 나누는 삶, 세상의 고민과 아픔을 껴안는 삶. 장애아 가족 프로그램을 꾸리려는 것도 그런 뜻에서다.
이곳에서 두레네가 꼭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 자연생태학교와 장애아가족 프로그램이 그것. 자연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배우고 농사를 짓고 흙을 밟고...사람들에게 그런 시간과 마당을 주고 싶단다. 봄 여름에는 농사를 짓고, 가을에는 수확을, 겨울에는 거름 만드는 일을 해보는 학교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두레네 가족의 지리산 삶은 같은 홈페이지 '두레네 글방'에 실려 있는 두레 아빠와 엄마의 글에 잘 나타나 있다. 부부의 글솜씨도 대단한 경지여서 읽어볼수록 새로운 감동을 안겨준다. 사실 두레 아빠가 올려놓은 일련의 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자가 무엇을 덧붙이고 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남신희기자의 소개글을 길게 인용했는데도 꼭 더 인용하고 싶은 대목이 있다.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지성미가 넘치는 두레 엄마의 다음 얘기들에서 두레네 가족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겠기에...!

["돈이 별로 없어도 살 수 있는 방법을 그간 '훈련'한 것 같다. 돈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삶.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이 그렇게까지 불편하지 않다. 이곳에서 우리는 적게 갖되 충만하게 살고 싶다"
"옷 그릇 화장품 보석, 이런 것들에 대한 욕심이 없다. 못가져서 안달하고 속상할 것이 없다. 욕심이라면 배낭 메고 이땅저땅 돌아다녀보고 싶은 욕심뿐...그것도 마음속에 담고 있어 행복한 욕심일 뿐이니...우리 남편은 참 아내 잘 만났다"
"인생의 보다 큰 재산은 사람인 것 같다. 우리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 우리가 주변에 좋은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는 것..."]
(2002년 2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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