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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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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TV 드라마가 그려내는 극중 이야기도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TV 드라마는 보지 않지만, TV 드라마로 하여 지리산의 어디가 어쩌고 하는 얘기는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리산 소식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보면 가끔씩 그런 것을 접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리산 노고단이 유해를 뿌리는 단골 장소!'
아, 이 무슨 얘기인가?
지난달 중순 한 스포츠지 연예기사의 보도이다.

'지난 11일 오전 6시 전남 구례군 지리산 노고단에 슬픔의 메아리가 또 한번 울려 퍼졌다. SBS TV 특별기획드라마 <완전한 사랑>의 시우(차인표 분)가 아내 영애(김희애 분)의 유해를 뿌리는 장면. (중략) 이곳은 지난 11월 말 MBC TV <대장금>의 장금(이영해 분)이 정상궁(여운계 분)의 유해를, 1996년 SBS TV 미니 시리즈 <모래시계>의 혜린(고현정 분)이 태수(최민수 분)의 유해를 뿌린 곳이다.'

지리산 노고단이 유해를 뿌리는 단골 장소라니, 아무리 TV 드라마의 극중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앞선다.
노고단의 장엄한 자연경관이 TV드라마에선 좋은 배경의 그림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주인공, 저 주인공 죽은 사람의 유해를 뿌리는 단골 장소가 되다니, 지나친 일이 아닐 수 없다.

유해(遺骸), 곧 유골(遺骨)은 납골당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며, 자연보호를 위해 산골하지 못하게 한다. 불가피하게 산골할 경우에도 지정장소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지리산 노고단은 자연자원의 보고(寶庫)로 마땅히 개인의 유해를 뿌릴 수가 없는 곳일 터이다. 더구나 유해를 뿌리는 '단골 장소'란 정말 말이 안 된다.

지리산 3대 주봉의 하나인 노고단은 정상(해발 1507미터) 일대 30만평의 넓은 고원지대가 국내 최대 원추리 자생군락지이며, 옥잠화 까치수염 매발톱꽃 금낭화 등 수백 종의 자생화가 집단서식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켜보는 구름바다의 장관, 곧 노고운해(老姑雲海)는 지리산 8경의 하나로 그 신비로운 경지가 끝이 없다.

노고단은 그 자연환경 뿐이겠는가. 역사적으로 5악의 하나로 예부터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영봉인 것이다. 지난날 이곳에 자리했던 남악사(南岳祠)가 그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노고단(老姑壇)이란 이름도 이곳에서 제사를 모신 선도성모(仙桃聖母)의 높임말인 '노고'와 '신단'이 있던 곳이란 뜻이다.

노고단에 있던 남악사는 산 아래 화엄사로 옮겨졌고, 1920년대에 세워졌던 52동의 서양 선교사 유적지도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그 흔적만 그로테스크하게 남아 있다.
하지만 지난 1971년에 최초로 들어섰던 단층 '노고단산장' 대신 1990년부터 3층 '노고산장'이 문을 열고 지리산 산행의 주요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노고단은 아무리 등산객이 물밀듯이 몰려들어도 정상 일원은 안내답사 구간밖에 개방하지 않는다. 사람의 발길로 피폐해진 것을 엄청난 재원과 노력으로 자연의 원상복원을 한 때문이다.
자연도 자연이지만 민족 제단의 신성한 영봉으로 고이 보존해야 할 성역인 것이다.

몇 해 전에는 이 노고단 정상으로 먼지를 휘날리며 자동차를 몰고 오르는 자동차 광고가 TV 화면을 장식한 기막힌 일이 있었다.
요즘은 노고단이 유골 뿌리는 단골 장소로 TV 드라마를 장식했다니...글쎄요, 우리 민족의 신성한 제단에서 그래도 되는 것인지, 좀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닌가 한다.
(2004년 1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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