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103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04년 겨울은 유난히 길 듯하다.
올해는 윤년이다. 그것도 윤2월이 들어 있어 겨울이 길 수밖에 없다.
음력 2월은 영동할미가 바람을 몰고온다.
영동할미는 시기심이 많아 딸을 데리고 올 때는 바람을 불게 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는 비를 내리게 한다.

요즘 이런 저런 일들이 겹쳐져 돌아가는 세상 꼴을 본다면, 봄이 쉽게 올 것 같지는 않다. 얼어붙은 동토에 찬바람만 매몰차게 불고 있지 않는가.
영동할미도 며느리가 아닌 딸을 데리고 올 모양이다.
비 한 방울 내린 것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한 느낌이다.
산길도 들길도 온통 먼지가 밀가루 쌓아놓은 듯하다.

대한(大寒)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 얼어죽는다는 말도 옛 이야기가 됐다.
올해는 '대한 추위'가 기승이더니, '입춘 추위'도 예사롭지가 않다.
경제난, 취업난, 물가고에 신용불량과 가계부도의 태산같은 그림자가 생활고에 찌든 서민들의 마음을 더 춥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햇살이 포근할 때도 있었다.
1월31일 토요일 화창한 날씨, 한낮의 쌍재.
한나절 방문으로 불쑥 그곳을 찾았다.
왕산~왕등재 사이 움푹 꺼진 쌍재는 온통 간지러운 햇살에 잠겨 있었다.
일시적이지만, 겨울 속의 봄을 미리 보여준다.

지리산 북동단, 해발 500미터의 산중.
겨우내 혹한에 동토가 되는 쌍재다.
하지만 1월31일은 겨울 속의 봄이었다.
양지바른 쌍재에 쏟아지는 햇살은 의외로 다른 곳보다 더 포근한 느낌이었다.

'공수' 석재규 부부는 겨울철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
염소와 닭을 돌보고, 새로 지은 집에 부엌을 만드는 공사도 벌이고 있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마침내 입식부엌이 생긴다.
'공수' 부인의 부엌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쌍재의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
삽살개 '왕산'이다.
'왕산'이는 이제 겨우 젖을 뗀 어린 강아지이다.
하지만 귀신을 쫓는다는 삽살개, 명견 혈통을 지킬 것이다.

이 삽살개는 부산 동아대 교수 신진 시인이 특별히 선물했다.
'왕산(王山)'이란 이름은 '공수'님 아들 성현이가 산이름을 따서 지었다.
왕산 쌍재의 새 보금자리로 옮긴 '왕산'이.
'왕산'이를 따라 부산에서 학교에 다니는 성현이도 쌍재로 와서 지낸다.
성현이는 방학이라 와 있지만, 앞으로는 아버지를 이어 쌍재에 살겠단다.

그래서 쌍재의 햇살이 유난히 포근한 듯하다.
겨울 속의 봄, 점차 뚜렷하게 그려지는 것이 있다.
쌍재의 진정한 봄날, 아름다운 그림이...!
그렇다, 썽재 여기저기서 새싹이 돋아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같기도 했다.
(2004년 2월8일)
      

  1. No Image

    '겨울 속의 봄', 왕산 쌍재

    2004년 겨울은 유난히 길 듯하다. 올해는 윤년이다. 그것도 윤2월이 들어 있어 겨울이 길 수밖에 없다. 음력 2월은 영동할미가 바람을 몰고온다. 영동할미는 시기심이 많아 딸을 데리고 올 때는 바람을 불게 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는 비를 내리게 한다....
    Date2004.02.08 By최화수 Reply0 Views1038
    Read More
  2. No Image

    2002년 2월 '두레네집'(5)

    오용민의 지리산 포털사이트에 입주해 있는 '두레네집 이야기'의 '두레네 글방'이나 '두레네 사랑방'을 들여다보면 '절제의 미덕'과 '여백의 미학'이 특징적으로 느껴진다. 두레 아빠, 엄마의 글은 시시콜콜 이런저런 말을 다 하지는 않는다. 낱말 하나도 아...
    Date2004.02.06 By최화수 Reply0 Views1204
    Read More
  3. No Image

    2002년 2월 '두레네집'(4)

    두레네집에서 아침식사를 끝낸 우리 일행은 2차선 확장 공사를 하고 있는 도로를 따라갔다. 한수내 골짜기며 주변의 모습들을 지켜보기 위해 자동차는 두고 걸어서 가기로 했다. 두레네집 바로 뒤편에 몇 가구의 작은 동네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도에 신촌으...
    Date2004.02.06 By최화수 Reply0 Views1343
    Read More
  4. No Image

    2002년 2월 '두레네집'(3)

    두레네집의 동쪽 경계인 한수내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왕시루봉 자락에서 흘러든 옥수가 섬진 청류로 합류하는 곳이니 아름다운 자연세계일 것으로 당연히 생각됐다. 두레네집에서 꿈꾸는 '생태학교'에 이 한수내가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할 수도 있었...
    Date2004.02.06 By최화수 Reply0 Views1294
    Read More
  5. No Image

    2002년 2월 '두레네집'(2)

    '지리산 자락에 붙은 섬진강변의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돌담으로 둘러싸인 운동장 옆으로는 지리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개울이 섬진강으로 합류하고, 강변 바위에선 간간이 참게가 기어다니기도 합니다. 과거 송정분교인 이곳은 폐교된 후 지금은 생태교육장...
    Date2004.02.06 By최화수 Reply0 Views1115
    Read More
  6. No Image

    2002년 2월 '두레네집'(1)

    필자가 오용민의 지리산 포털사이트에서 '두레네집 이야기'를 접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다. 밝고 천진한 웃음을 활짝 터뜨리고 있는 일가족의 칼러 사진이 무엇보다 눈길을 끌었다. 아빠와 엄마, 아들과 딸이 서로 끌어안고 서있는 포즈가 어떤 회화(繪畵)작품...
    Date2004.02.06 By최화수 Reply0 Views1480
    Read More
  7. No Image

    '두레네집' 지리산 떠나다

    '두레네집'이 2003년 8월25일 지리산을 떠나간다. 왕시루봉 산줄기가 흘러내려 한수내와 더불어 섬진강에 발을 담그는 곳에 자리한 두레네집, 전남 구례군 토지면 송정리 토지초등학교 송정분교가 문을 닫은 뒤 그 자리에 '자연생태학교'의 꿈을 안고 들어섰...
    Date2004.02.06 By최화수 Reply0 Views1392
    Read More
  8. No Image

    수달은 효녀를 알아본다?

    지난 1월6일 지리산에서 새해 들어 첫 기쁜 소식이 있었다. 대성계곡 등에서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11월21일과 12월4일 2회에 걸쳐 무인센스카메라에 의해 촬영이 됐다고 지리산 관리사무소측이 밝혔다. 지...
    Date2004.02.02 By최화수 Reply0 Views1143
    Read More
  9. No Image

    노고단이 산골 명소라니!

    나는 TV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 그러니까 TV 드라마가 그려내는 극중 이야기도 모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TV 드라마는 보지 않지만, TV 드라마로 하여 지리산의 어디가 어쩌고 하는 얘기는 나중에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지리산 소식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다 ...
    Date2004.02.02 By최화수 Reply0 Views1580
    Read More
  10. No Image

    수정궁과 류의태 약수터(3)

    산청(山淸)은 한의학의 성지(聖地)로 불린다. 1,000여종의 약초가 자생하는 지리산을 끼고 있어 천연적인 한의학 고장이란다. 그 무엇보다 산청(山陰)에선 특출한 명의들을 배출한 것이 돋보인다. 조선 명종 때 신안면에서 명의 류의태(柳義泰) 선생이 나서 ...
    Date2004.01.30 By최화수 Reply0 Views162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ext
/ 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