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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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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재에서 연동골을 따라 내려와 목통마을에 닿는 것으로 산행은 끝났다. 목통마을에서의 산행 뒤풀이가 좌절되어 좀은 씁쓰레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김수만 부부가 뒤풀이 장소 제공을 거절했지만, 어째서였는지 그들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김수만 부부 집에는 먼저 도착한 자이언트 이광전님 내외분이 뜨락의 평상에 앉아 안주인인 손순심과 이미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김수만의 부인 손순심은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너무 오랜만예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녀는 시골 아낙네답지 않게 필자에게 악수부터 청했다. 그러고보니 아주 오랜만이다. 그녀의 얼굴은 다소 까칠해진 듯이 보였지만, '여수 새댁'의 그 미모와 날씬한 모습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너무 죄송해요. 웬만하면 '뒤풀이' 정도는 들어드려야 하는데, 너무 죄송하군만요."

"그럼 역시 그 때문에?!" 필자는 그녀 대신 자이언트님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요. 김수만님이 이제 보통사람과는 다르니까네...!" 김수만이 무속인(巫俗人)이 됐다는 소문은 이미 듣고 있었다. 자이언트님의 얘기는 그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김수만의 부인이 거침없이 말했다. "무당이 됐어요, 그이가요. 3년 전 내림굿까지 받았다니까요. 사람마다 제 갈 길이 있나봐요!"

손순심은 나를 쳐다보며 공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3년 전부터 무당의 아내가 된 것이다. 이 목통마을로 나름대로의 의지를 가지고 시집왔던 그녀였다. 물론 그녀가 꿈꾸었던 지리산의 삶은 무속인의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무당 아내가 됐지만, 그녀는 종래와 조금도 변함없이 차를 내주면서 친절하고 활달하게 얘기를 했다.

"그러나 저러나 부인은 조금도 달라진 게 없네요." 남편이 무속인으로 돌변했으니 부인의 충격도 컸을 법하다. 그런데도 여느 때의 그 모습 그대로 웃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정말 정신 없어요. 갑자기 저 골짜기로 가야 한다는 말이 떨어지면 떡, 나물, 과일 등등 제물을 한 짐 잔뜩 싸들고 따라나서야 해요. 워낙 시도 때도 없이 그러니 정신 못 차려요".

무속인이 된 김수만은 출타하고 없어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얘기를 잘하는 그의 부인을 통해서 전후 사정을 세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김수만이 내림굿을 받은 것은 3년 전이지만, 결혼한 직후부터 무엇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고 한다. 정상인과 다른 행동을 하고는 했다는 것이다. 김수만 본인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자신이 무속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을 알아챘었다고 한다.

"한번씩 집을 나가는 거예요. 그리고는 며칠이고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럴 때마다 사고를 내고 돌아왔어요. 교통사고도 몇 차례나 저질렀는지 몰라요. 사고도 아주 대형사고를 냈어요. 3천만원씩 피해보상을 한 것도 여러 차례지요. 이미 신을 거절할 수 없는데, 아무리 버티고 몸부림쳐도 당해낼 도리가 있어야지요. 실컷 일해서 돈을 모아보았자 한번 사고로 다 날려버렸으니까."

그녀는 남의 얘기를 하듯이 깔깔 웃기까지 했다. 그리고는 남편이 가는 길이 그것으로 정해진 이상 이제는 도와주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남편이 원하는대로 산신각도 지어드리고, 신당을 모실 작정이예요. 어차피 무당으로 들어섰는데 선무당을 만들 수야 없지요. 그 사이 소문이 꽤 퍼져 서울이나 인천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와요. 그 때마다 굿 치다꺼리를 해야 하고요."

'여수 새댁'이 요즘 하는 일은 굿 치다꺼리 밖에 없다는 얘기는 정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필자의 뇌리에 각인된 그녀는 굿판 준비나 할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그녀가 스스로 원하여 지리산 목통골짜기로 시집을 온 것이 벌써 15년째를 맞이한다. 그녀는 결혼을 하기 전에도 김수만가(家)로부터 테스트를 받았다. 도시 처녀가 산골생활에 적응해낼지 시험과정을 거쳤던 것이다.

더구나 이 목통마을에서의 신혼생활은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난이 겹쳤다. 하지만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은 그녀의 결혼 이후의 생활 자세였다. 그녀는 이 지리산골 마을에서 당당하게 일어서기 위해 남자들도 해내기 어려운 여러가지 일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그 하나하나에 그녀의 눈물과 땀이 어려 있다. 그녀가 치열하게 도전한 지리산 삶은 어떤 것이었을까?  
(2002년 1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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