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집에는 딱 한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지리산 천왕봉.
써래봉~중봉에서 비스듬히 올려다본다.
그림인지 사진인지 구분이 잘 안 간다.
색조도 전체적으로 회색이다.
그 날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아마도 2년, 아니면 3년 전의 어느날 저녁이었다.
마산에서 하성목님이 왔노라고 한 산악인이 알려주었다.
그것도 우리 집앞에 있다는 것이었다.
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나 그는 아주 맑고 밝은 얼굴이었다.
지리산 산꾼 몇 사람과 꽤 오랜 시간 술잔을 나눴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자신의 작품 한 점을 건네주었다.
나는 바로 그 사진과 날마다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것이다.
ofof.net, 오용민의 지리산 커뮤니티의 '지리마당'에는 '하성목 갤러리'가 있고, 그의 주옥같은 지리산 사진작품들이 실려 있다.
'지리산과 문화예술'에서도 하성목 갤러리가 링크된다.
거기 작가 프로필에서 우리는 하성목의 진면목을 엿보게 된다.
우리가 왜 산으로 가는지를 그가 말해준다.
'산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한때 나무였고 한 때 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풀과 바람과 돌과 함께
그 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그 곳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간다는 것은
우리는 우리가 훗날 그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2002년 7월4일 하성목님은 한 지리산 카페 게시판에 '반성문'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지리산 사랑을 앞세워 지리산 사랑 어쩌구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지리산을 얼마나 학대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의 족적을 되돌아보며 뼈를 깎는 아픔으로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2002년 7월8일자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에 그 글 전문이 실려 있다.
이곳 '지리마당 지리산 통신' 제130호(2004년 7월6일자)에 그 글을 옮겨 놓았음)
"산을 망치는 일은 대체적으로 자신이 산사람이네 하는 사람과 산을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 또 산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이 앞장을 서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 자신 사진을 찍기 위해 단순히 횟수 만으로도 많이 산을 올라야 했고, 비지정 등산로를 이용하기도 하며, 찍은 사진을 전시회, 지면 혹은 인터넷상에 공개를 함으로써 사진을 보는 사람이 그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충동질하는 계기도 만들었습니다...(후략)"
지리산 사진작가 하성목은 지리산에 대한 절절한 반성을 하고 우리 곁에서 떠나갔다.
지난 가을 그이의 부음을 듣고 ofof.net '사랑방 가족'들의 애도의 글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그이의 지리산 사진이 영원하듯 그이는 오용민님의 ofof.net에서 영원한 생명과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지리산 커뮤니티의 '지리산과 문화예술'의 넓은 집을 마련해놓은 오용민님에게 감사드린다
오용민님은 고 하성목님을 위해 '소나무 있는 집에 연못 하나 만들고, 뜰 앞에 석등을 세워 불을 켜놓은 것'이다.
"하성목 작가는,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가서 소나무 있는 집에 연못 하나 만들고, 뜰 앞에 석등 세워 불켜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습니다. 지리산을 순수하고 아름답게 담은 열정적인 사진작가입니다...(후략)"-(하성목 갤러리의 작가 소개글)
가슴 깊이 고인의 명복을 기리며 여산선생님의 소개글에 마음을 경건히 하게 됩니다. 역사의 땅 지리산은 진정 애모의 땅입니다.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