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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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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의 냇물은 길과 함께 흘러서 세 갈래로 나 있었다. 한 줄기는 전라도 구례쪽에서 오고, 한 줄기는 경상도쪽 화개협에서 흘러 내려, 여기서 합쳐서, 푸른 산과 검은 고목 그림자를 거꾸로 비치인 채, 호수같이 조용히 돌아, 경상 전라 양도의 경계를 그어 주며, 다시 남으로 남으로 흘러내리는 것이, 섬진강 본류였다.]

김동리의 단편소설 '역마(驛馬)'의 첫 도입 부분이다.
지리산과 섬진강, 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곳의 화개장터는 예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조영남의 '화개장터'란 노래 또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화개에서 쌍계사까지 10리 벚꽃 터널이 유명한데, 매년 4월 첫 주 벚꽃 축제를 화개장터에서 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장터 앞에 영호남 화합의 새로운 상징인 남도대교가 준공 개통되어 화개장터에 그림 하나를 더 보탰다.

장터 주막마다 유달리 맑고 시원한 막걸리와 펄펄 살아뛰는 물고기 회...
옥화(玉花)와 성기(性騏), 계연(契姸)의 역마살이 뒤엉킨 운명과 사랑...
남사당 여사당 협률(協律) 창극 광대들이 몰려와 재주와 신명을 풀어놓는 지난날의 화개장터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떠한가?

화개장터는 요즘 '공사중'이다.
경남 하동군은 8억1000만원의 많은 예산을 들여 화개장터 재정비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연말까지 기존의 가옥과 장터, 저잣거리를 전통양식으로 리모델링하고, 주차 및 휴게시설도 크게 늘린단다. 또한 소설 '역마'에 등장하는 일부 인물을 석조 형태로 제작하여 장터 공간에 세울 것이라고 한다.

하동군은 이에 앞서 지난 1997년부터 16억원을 들여 화개장터 정비 사업을 벌였었다.
3016평에 걸쳐 새로 단장한 화개장터는 2001년 4월6일 벚꽃축제에 맞춰 개장했다. 당시 '2001 한국 방문의 해' 특별이벤트로 '2001 한,중,일 화개장터 축제'를 열기도 했다.

그런데 왜 또 정비사업을 하는 것일까?
화개장터 복원 이후의 상황이 좋지 못한 때문이다.
저잣거리와 난전, 주막 등 옛 장터의 멋과 흥은 간곳없고, 아스팔트 광장에 상설 점포들이 '현대식 영업(?)'을 하고...그러니 결과는 뻔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재정비 사업에는 저잣거리와 가옥 등을 전통양식으로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5일장의 성공요인은 가옥이나 무슨 건물 등의 시설에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장터에 철따라 누가 어떤 물품을 들고 나와 어떻게 사고 파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장날이면 지리산 화전민들의 더덕 도라지 두릅 고사리들이 화갯골에서 내려오고, 전라도 황아 장수들의 실 바늘 면경 가위 허리끈 주머니끈 족집게 골백분들이 또한 구롓길에서 넘어오고, 하동길에서는 섬진강 하류의 해물 장수들이 김 미역 청각 명태 자반조기 자반고등어들이 올라오곤 하여...]
소설 '역마'가 그 해답을 들려주고 있지 않은가.

화개장터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장터의 한 곳으로 지난날의 명성을 되살려야 한다.
그것은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시설 현대화에 있지 않다.
우리의 전통 재래 5일장 그 원형을 되살리면 된다.
그 모델을 강원도 정선장터에서 찾아도 되겠다.

정선 5일장은 산이 깊은 내륙지방에 위치한 지역특성을 살려 계절별로 다양한 청정 산나물과 약초 등을 주민들이 직접 채취하여 내다판다.
난전에 펴놓은 더덕 오미자 복분자 하수오 등이 그러하고, 난전에서 메밀부침개, 올챙이국수를 사먹는 것도 옛날과 똑같다.

화개장터도 지난날의 지리산 정취가 물씬한 5일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현지 주민들이 장터의 주인이 돼야 한다.
돈을 주고 상설점포를 임대하여 운영하면 '화개 5일장터'가 아닌, '화개 관광기념품 상가'로 전락할 우려도 없지 않을 것이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를 다시 보자.
그래서 '옥화네 주막'이 되살아나면...성기와 계연의 사랑이 다시 불붙는다면...
화개장터는 많은 사람들로 다시 흥성거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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