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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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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두막집에는 누가 살까?"
화개동천 신흥마을, 정확하게는 신흥교에서 쌍계사 쪽으로 200미터 가량 내려온 곳, 도로에서 화개천 건너 '섬등' 외진 곳에 홀로 고개를 숙인 듯이 자리한 오두막집.
대나무와 차나무에 둘러싸인, 붉은 황토의 낮으막한 흙집이다.
화개천 도로를 따라 오르내릴 때마다 저절로 눈에 들어오는 그 오두막집에 대한 의문은 십수년 째 궁금증으로만 남아 있었다.

2003년 6월21일, 회사 사무실로 지리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 이런 놀랄 일도 있을 수 있나?
전화를 걸어온 주인공은 필자가 그토록 궁금해 했던 "저 오두막집에는 누가 살까?"의 그 오두막집의 주인이었다.
그 오두막집은 이제 '법화선원(法華禪院)'이란 이름의 암자가 돼 있었고, 그 암자를 지키는 이는 법명이 '법공(法空)'인 스님이었다.

'효심(孝心), 다심(茶心), 불심(佛心)이 청적의 조형미로 살아숨쉬는 곳이 화엄사 효대(孝臺)이다.
어머니가 그리울 때 이 화엄사 효대와 연곡사 북부도를 찾아보라.'
필자의 이런 글이 '하동 차문화'란 책자에 실렸다.
그 글을 읽게 된 스님이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
속세와 인연을 끊은 법공 스님,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은 어쩌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고백하지 않겠는가.

법공 스님은 입산하기 전에 부산에서 전통찻집 '차마당'을 열고 있었다.
'차마당' 찻집은 부산을 대표하는 광복동에서도 자랑할 만한, 국악을 듣고 배우는 문화예술의 공간이기도 했다.
그이는 부산에서 '불교신문'과 '차문화' 책자를 펴내는데 열정을 쏟기도 했다.
"대단한 부잣집 아들이었어요. 천성이 베풀기를 좋아하고 손이 어찌나 큰 지 신문과 잡지를 펴낼 때는 기자며 직원들에게 거침없이 퍼주기로 유명했어요."
김필곤 시조시인의 증언이다.

차마당 찻집은 물론, 이웃한 포장마차 '양산박'에서 필자와도 늘상 어울렸던 그이가 걸망 하나만 메고 바람처럼 지리산을 찾아 입산한 것이다.
"출가(出家)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쌍계사엘 가는 것이 출가다. 도(道)가 다른 데서 따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리산엘 가면 깊어진다."
고은(高銀) 시인의 말 그대로 그이는 걸망 하나만 메고 무작정 지리산 쌍계사를 찾아왔다고 했다.
화개동천 모암마을에 방 하나를 얻어놓고 날마다 쌍계사 금당지를 찾아 육조 혜능의 정상(머리) 참배를 계속한 것이다.

그이가 삼신동 섬등의 외딴 오두막집을 현재의 '법화선원'으로 일구게 된 것도 부처님의 법력 덕분인 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이 모두 말렸어요. 터가 너무 세서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나는 이곳이야말로 호중별유천지(壺中別有天地)로 생각했지요."
법공 스님은 이 오두막 토굴에서 생사를 걸고 기도정진을 계속했다.
손수 잡초를 베내고 흙을 날라 집을 고쳐지었다.

법공 스님은 마침내 계시를 받아 부처님의 법(法)을 의미하는 달마도를 그리기 시작했고, 신통력을 발휘하는 달마도를 많은 중생들에게 보시하게 된 것이다.
"달마는 절대로 그리려는, 혹은 그려지는 대상이 아니라 바로 무상한 나 자신입니다. 자신을 비우는 만큼 달마는 채워지고, 자신을 죽이는 만큼 달마는 살아나게 되지요."
삼신동 섬등의 오두막집, 법화선원을 찾아간 필자에게 법공 스님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달마기도도량'의 불사를 꼭 이룩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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