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새코미꾸리, 갈겨니, 돌고기, 쉬리, 꺽지, 미유기, 자가사리, 줄납자루...
이게 무슨 말일까?
이 모두는 물고기들의 이름이다.
그것도 지리산 계곡에서 뛰노는 물고기들이어서 친밀감이 한결 앞선다.
지리산을 보금자리로 삼는 것이라면 산짐승이나 조류 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를테면 지리산에서 야생 곰이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것이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리산에 호랑이가 있나, 없나?
지리산에 사향노루가 남아있느냐, 아니면 멸종한 것일까?
이런 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터이다.
그렇지만 지리산에 서식하는 것이 어디 산짐승과 조류뿐이겠는가.
이곳 계곡을 삶의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물고기도 당당한 지리산의 주인공이다.
지리산 달궁과 용류담에는 일찍이 계절따라 가사어(袈裟魚)가 오르내렸다는 전설적인 얘기가 있다.
근엄한 산림처사 남명(南冥)도 국상(國喪)도 모른 채 꺽지회를 맛나게 먹는다 하여 지나가던 행인에게 질책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지리산 계곡에는 의외라고 생각될 만큼 물고기가 많이 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물고기들이 뛰노는 것일까?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관리사무소는 지난해 3~12월 처음으로 지리산 어류 자원을 조사했다. 국립공원 자원 모니터링을 한 것이다.
그 결과 한반도 고유어종 12종을 비롯하여 42종의 물고기가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쉬리, 긴몰개, 돌마자, 왕종개, 얼룩새코미꾸리, 수수미꾸리, 미유기, 눈동자개, 자가사리, 선진자가, 꺽지, 동사리...
이들 한반도 고유어종은 전체의 3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성골, 피아골, 뱀사골 등에서 쉬리, 미유기, 자가사리, 꺽지, 갈겨니, 돌고기 등의 서식을 확인했다.
지리산 일대 하천의 우점종은 갈겨니로 전체의 55.5%였다.
그 다음으로는 피라미 13.5%, 김몰개 5.22%, 돌고기 4.70%, 쉬리 3.16%의 순이었다.
그 반면 0.5% 미만의 희소종은 뱀장어, 잉어, 참붕어, 줄몰개, 참마자 등 14종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산리와 대원사계곡에서 방류한 산천어는 잘 적응하여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천연기념물이나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인 꼬치동자개와 보호야생종인 모래주사 등은 끝내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다양한 이름의 물고기들이 맑은 계류에서 유영을 즐기는 평화로운 모습은 지리산의 또다른 아름다움이다.
그러나 투망이나 배터리 등을 이용하여 불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지리산 주변 공단이나 축산단지에서 오폐수를 배출하여 물고기가 수난을 겪는 일도 있다. 용류담 등의 녹조현상이 그 보기이다.
지리산은 물고기들에게도 평화로운 낙원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점점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는 수달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수달은 효성이 지극한 이를 돕는다는 전설도 있지 않겠는가.
지리산을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계곡의 물고기들에게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마땅하겠다.
"지리산을 즐겨 찾는 이들이라면 계곡의 물고기들에게도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야 마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