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시루봉 흘러내린
한수냇가 두레네집
이게무신 亂場이냐
소란허기 짝이없다
........
위의 글은 솔메거사님이 쓴 '지리산 음악회 후기'의 도입부 일부이다.
2001년 10월30일 오용민의 '지리산 커뮤니티(ofof.net)'에 올린 솔메거사님의 이 글!
나로 하여금 '오브넷'에 들락거리도록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글이다.
'지리산 음악회 후기'에 담겨 있는 글쓴이의 따뜻한 '인간적 품성'이라니!
그 뿐인가, 촌철살인의 '기지와 해학', 너무나 '방대한 지식'에 나는 매료되고, 또 압도되었다.
솔메거사 그는 누구인가?
우선 '솔메'란 그 이름에서 청정하고 은은한 솔향과 같은 기품이 느껴졌다.
'솔메'란 이름은 불현듯 나에게 옛 학창시절의 한 기억을 섬광처럼 떠올려주었다.
학생잡지 <학원>의 '학원문학상'에 당선한 마산고교생 이제하의 시 한 구절이었다.
'푸른 청솔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나는 '푸른 청솔 그늘에 앉아 서울 친구의 편지를 읽는' 마음으로 솔메거사님의 글을 찾아 읽고는 했다.
"선대(先代) 고향의 원래 이름은 전라도 부안현에 있는 남산방 대추멀의 '솔메'라고 불리었다지요."
['솔메'라는 마을 이름은 대추멀(大草里)과 남산골(南山里)이라는 두개의 큰동네 사이에 있는 왕솔나무가 울창한 산삐알에 붙어있는 마을이라서 '솔메'라고 했는데...(중략) '솔메'는 선대 고향마을의 옛이름을 따서 붙인 별호(別號)라는 것으로...]
-'솔메거사'란 대화명에 대한 본인의 설명이다.('雲中半月 구름터 솔메거사 야그' 제14호 / 2002년 5월13일)
솔메거사, 인터넷 대화명 하나에까지 고향과 뿌리 사랑의 정신이 절절하게 배어 있으니,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 수 없다.
솔메거사님으로 하여 나는 2002년 5월 두레네집에서 열린 '오브넷 사랑방 가족 모임'에도 참가했다. 또 솔메거사님과 함께 정령치의 마애불이며 내원골 안내원마을의 정순덕 생가 등도 둘러보았다.
우리는 '최후의 망실공비 2인부대'로 유명한 정순덕 생가 답사를 할 때 행복하게도 시인 '섬호정'님을 처음으로 만났다.
거울처럼 맑은 모습의 섬호정님!
'섬진강 소견'이란 시집을 낸 시조시인으로 오영희가 본명이다.
연지구품 춤 전수자 도명(度明)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이의 대화명은 왜 '섬호정'이며, 거기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섬호정', 그 이름에도 솔메거사님과 똑같은 고향과 뿌리 사랑 정신이 절절하게 배어 있었다.
섬호정님은 지리산 자락 섬진강변 하동이 고향이다.
평생을 교육자로 교단에 서서 2세 교육에 헌신해왔다.
그리고 이제 고향의 산하에 대한 절절한 사랑의 시간들을 엮고 있다.
섬호정님이 카페지기로 열고 있는 다음(Daum) 카페가 [하동송림]이다.
섬진강의 명소 '하동송림'을 가장 가까이서 내려다보는 하동읍 갈마산(渴馬山), 이 갈마의 등에 그림처럼 자리하고 있는 정자가 곧 섬호정(蟾湖亭)이다.
8각 지붕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이다.
원래는 고을 수령이 부임할 때 영접문으로 사용하던 것을 유림들이 향교 뒷산으로 옮겨 세우고 '섬호정'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섬호정에서 내려 보이는 열 굽이 섬진강 푸른 물은 호수처럼 잔잔하다.
주위에는 아름드리 고목이 하늘을 가리고 있고, 강 건너 백운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댓돌 위에서 섬진강과 하동송림을 내려다 보노라면 시정(詩情)이 절로 솟아난다.
섬진강을 가장 깨끗하게 지켜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섬호정인 것이다.
시인 오영희님이 어째서 [하동송림]이란 카페를 열고 있는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 오영희님이 자신의 대화명을 왜 '섬호정'이라고 하는지도 또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고향, 지리산과 섬진강의 아름다운 자연세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결정체가 그것이리라.
그러니 '섬호정'이란 이름이 얼마나 정겹고 향기로운가!
2002년 가을이 잔뜩 무르익은 어느 주말 저녁이었다.
섬진강변 두레네집에 섬호정님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나타났다.
아니 그이만이 아니었다.
저 유명한 Daum 칼럼 '섬진강 편지'의 김인호 시인과 카페 '하동송림' 여러분들이 함께 몰려와 오영희 시인의 '섬진강 소견'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아름다운 잔치에는 솔메거사님이 자리를 함께 하여 그 뜻과 향기를 더욱 넘쳐나게한 것은 물론이다.
그럴 때는 정겨운 대화명이 떠올려지고는 하더군요.
제가 존경하는 섬호정님과 솔메거사님!
'섬호정'과 '솔메'란 대화명이 정겹게 생각됩니다.
더구나 거기에 담긴 뜻은 더욱 향기롭더군요.
두 분에게 양해를 받지 않고 쓴 글 이해 바랍니다.
기왕이면 우리도 대화명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