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의 울음소리가 쌍재의 여명을 일깨운다.
그 소리가 너무 우렁차 그냥 누워있을 수가 없다.
밖으로 나가니 밤송이 같은 별이 금세 떨어질 듯하다.
쌍재는 먼동이 틀 기미조차 없다.
수탉은 그래도 계속 홰를 터뜨린다.
'닭은 새벽을 고하는 나팔수,
그 드높고 날카로운 목청이 하늘을 찔러서
태양신을 일깨운다...
그 울림 소리에 천지간을 방황하던 온갖 헛것들이
다 자기 처소로 허둥지둥 달려간다'
-세익스피어/<햄릿>
'낼 밤야 짧든마든 이 한 밤만 길고지고
저 닭아 울지 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리
가실 님 생각을 하니 눈물 앞서 하노라'
-이옥봉/ '저 닭아 울지 마라'
날이 새기를 바라지 않는 그런 밤이 왜 없겠는가.
영원이기를 바라고픈 순간이 누구인들 없으랴.
수탉이 홰치는 소리 세는 것이 그래서 두려울 법하다.
쌍재의 수탉은 그와는 또다른 슬픔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그 울음소리가 더 애닯게 들린다.
"어째서 닭이 한 마리 뿐인가?"
염소 우리 쪽에 닭이라고는 수탉 한 마리 뿐이었다.
너무 외롭게 보여 '공수'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너구리가 암탉을...암탉이 새끼를 지키려 하다가..."
새끼들이 없었다면 암탉은 능히 도망을 쳤을 것이란다.
제 새끼들을 끌어안고 끝까지 버티다가 당했다는 것...
메주와 무청 사진!
'쌍재의 행복'을 함께 느껴보고도 남음이 있었다.
감자와 홍시...등의 사진들도 보았다.
염소와 강아지가 뛰놀고,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그렇지만 드러나지 않은 아픔이 쌍재엔들 왜 없겠는가.
산짐승이 닭을 습겹하고 애써 가꾼 농작물들을 순식간에 결딴낸다.
산짐승은 짐승이라 그렇다치지만, 사람들의 '해꼬지'(?)도 대단하다.
애써 가꿔놓은 고사리밭을 떼를 옮겨가듯 뿌리째 몽땅 파가지 않나!
'왕산이'(삽살개)의 얼굴을 가리는 털을 몽땅 잘라버리지를 않나!
농사도구며 연장 따위를 그냥 들고 가버리지를 않나...!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땅 쌍재!
그렇지만 거기에도 남모를 아픔과 고통이 숨겨져 있었다.
새벽을 알리는 수탉의 울음소리!
그 수탉의 반쪽이던 암탉의 안타까운 최후 순간을 떠올려준다.
그런 아픔이 더 이상은 없어야 한다.
날이 밝기를 기다려 나 혼자 류의태 약수터로 향했다.
공수네 집을 벗어나 임도로 마악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왕산이'와 '백구'가 총알처럼 나타났다.
그들은 호위병사처럼 나의 좌우에 서서 동행을 했다.
한집에서 함께 살아온 한가족처럼...
삽살개인 '왕산이'와 나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1년 전인 지난해 겨울이었다.
가까운 시인 교수집에서 갓 태어난 이 놈을 쌍재에서 살도록 주선했다.
때맞춰 대원사주차장에서 영국산 명견 리트리브를 쌍재에 선물했다.
1년도 채 못 되었는데, 두 명견은 우람하고 늠름한 기상을 자랑한다.
덩치가 작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명견 '백구'!
이 놈은 공수네 친척이 기증한 순수 진돗개다.
'왕산이'와 '백구'!
삽살개와 진돗개 두 토종 명견의 호위를 받으면서 약수터를 다녀왔다.
두 녀석은 지니고 있는 재능을 오가는 길에서 내게 죄다 보여주었다.
쌍재의 세 명견!
우리의 토종 명견 삽살개와 진돗개, 또 영국산 명견 리트리브!
이들 셋이 이제부터는 쌍재의 든든한 수호자가 될 터이다.
그리하여 쌍재에는 어떤 아픔과 고통도 없게 해줄 것이다.
못된 산짐승도 쫓아내고, 그들보다 더 못한 사람들도 없게 해주리라.
잘 듣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