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가 머무는 곳
그대
마음 한 자락 흘리고 가오'
화개동천에 '끽다거(喫茶去) 전통 찻집'이 있다.
나무 그늘에 그림자처럼 자리한 오두막, 시인 강기주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와 동화되어 시를 읊고 차를 우려내는 곳이다.
"그대 마음 한 자락 흘리고 가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이렇게 다감한 말 한 마디를 던지면서 신선처럼 사는 시인이다.
그렇지만 그 강기주 시인도 1999년부터 갑자기 바빠졌다.
'전통을 잇고 미래를 여는' 계간지 <하동 차문화> 편집인이 된 때문이다.
책을 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더구나 계간 차 전문잡지라면 아무나 함부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화개동천은 차 시배지이자 차의 성지이다.
그렇지만 출판이나 인쇄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심심산골이다.
지리산골에서 차 전문 계간지를 낸다는 것이 쉬울 리가 없다.
차의 성지에서 차 전문잡지를 내는 것은 화개동천 차인들의 사명의식 등 남다른 뜻에 따른 것일 터이다.
하지만 책이란 뜻만 있다고 저절로 엮어지지는 않는다.
기획을 하고, 원고를 모으고, 편집을 하고...
편집 경험이 없다면 어디서부터 무슨 일을 시작해야 하는지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했다던가.
<하동 차문화> 창간호 작업에는 현재의 법화선원 법공스님이 한몫을 했다.
법공스님은 입산하기 전에 부산 광복동에서 전통찻집을 크게 열었다.
또한 불교신문과 차 전문잡지를 발행하고 직접 편집도 했었다.
법공스님의 그런 경력이 <하동 차문화> 창간 작업에 큰 힘이 되었다.
계간 <하동 차문화>는 만드는 사람들의 취향대로 순수소박하다.
이 책에 실리는 글들도 녹차와 화개동천, 그리고 지리산 이야기 등...마치 사랑방에서 마을 사람들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것이나 같다.
화개동천을 비롯한 지리산 사람,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래서 녹차 향기가 은은하다.
40~50여쪽의 얇은 부피부터 상업잡지와는 차이가 난다.
<하동 차문화>는 계간지이지만 정가가 표시돼 있지 않다. 서점에는 아예 내보내지도 않는 모양이다.
차인들에게 나눠주고, 전국의 전통찻집 등에도 그냥 보낸다.
다만 일반 회원을 모집하는데 연간 회비 2만원이다.
어렵게 내는 책이지만, 차의 향기 그대로 거의 빠짐없이 펴내는 <하동 차문화>!
어언 통권 15호를 펴냈고, 지난 6월11일에는제5회 '차사랑 축제' 잔치마당을 성대하게 열었다.
아무런 물품도 팔지 않는 축제, 누구에게나 푸짐하게 음식을 베푸는 시골의 전통 잔치마당 그대로였다.
사물놀이와 탈춤, 대금산조와 설장고 등이 흥을 돋우었고...
<하동 차문화>의 오늘이 있기까지 많은 이들의 크고 작은 도움이 있었다.
신흥마을 '다촌' 광장 바로 옆에 자리한 '법화선원' 법공스님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법공스님은 계간 '하동 차문화'의 '차사랑 축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정과 신명이 넘쳐나는 것을 지켜보며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듯했다.
창간호를 찍어 택시에 싣고 달려오던 것이 엊그제 같다면서...
화개동천 '법화선원' 법공스님의 '달마도' 등이 소개된다
고 합니다.
많은 시청 하시고, 스님에게 격려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법화선원=055-883-7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