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전통한방(傳統漢方)의 열풍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의 강도로 치면 웬만큼 뜨거운 것이 아니라 남극이나 북극점에 가는 길에 마주친다는, '블리자드' 만큼이나 맹렬한 것이라고 할까.
지리산의 전통한방 강풍은 특히 경남 산청군 일원에서 가장 실감나게 느끼게 된다.
산청군은 매년 5월초 '지리산 한방약초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도 2일부터 8일까지 산청공설운동장과 실내체육관 등지에서 다섯번째 축제를 마련했다.
산청군은 지리산의 무진장한 약초를 바탕으로 한 한방의 본고장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약초산업을 발전시켜 소득화한다는 전략으로 이 축제에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고 있다.
'지리산 한방약초축제'라는 행사장에 전시되는 약초의 숫자만도 엄청나다.
지리산의 정기와 신비로운 기운을 먹고 자란 사계절 약초의 초본 목본류와 야생화, 허브식물 등 모두 1,000여종이다.
또 약초화분 700점, 한약재 건표본 200점, 약초 술 100점, 토종물고기 50종, 나비 등 곤충 표본 200점, 약초사진 50점 등이 선보인다.
축제 기간 중 매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토종약초전문가 최진규씨가 관람객들에게 우리 약초에 대한 효능 설명과 함께 각종 궁금증을 풀어준다.
또한 약 40종의 산청 지리산 약초 40톤 가량이 판매장터에서 선보이는데, 직접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축제 참가자는 전통한방 음식과 한방 약차, 약술, 약떡 시음과 떡메치기를 해보거나 한방약초 칵테일도 만들어볼 수 있다.
산청군이 전통한방에 기울이는 노력은 한방약초축제의 또다른 행사에서도 찾아보게 된다.
바로 조선시대 최고 명의인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 선생의 스승인 류의태 선생 동상 제막식과 함께 추모제를 갖는 일이 그것이다. 허준의 동상은 이미 세워져 있다.
축제 개막식에선 제2회 류의태 허준상(賞)을 시상하는데, 수상자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신민교 교수이다.
'지리산 한방약초축제'가 명의 허준과 류의태를 부각하는 것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축제 행사장에 '산음(山陰, 산청의 옛이름) 혜민서'를 열고 무료 진료를 펼치며 허준과 류의태의 애민정신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또한 류의태 허준의 일화로 유명한 '인체해부도 모형' 체험과 '인체해부 동굴' 체험도 한다. 심지어 어의와 의녀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이벤트도 벌인다.
산청군이 '지리산 한방약초축제'에 허준과 류의태를 왜 끌어들이는 것일까?
바로 '소설 동의보감'의 픽션을 실제 사실로 인식케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류의태와 허준이 스승과 제자로 신체해부까지 했던 전통한방의술의 성지가 곧 지리산 산청이라는 것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날의 한방 성지 산청을 현대의 한방 휴양왕국으로 건설하고자 한다.
산청군의 이 원대한 꿈은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척을 보이고 있다.
허준 동상과 나란히 류의태 동상을 세우는 곳은 '전통한방 휴양관광단지'이다.
왕산(필봉산) 산허리, 곧 산청군 금서면 특리 9만여평의 대규모 단지이다.
'넘어서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不老門)과 '한의학 박물관' 등의 공공시설이 건립되고, 1만5천평은 민간투자 시설부지로 분양이 완료됐다.
산청군이 역사와 문화, 약초의 본고장으로서 전통한방 휴양관광지를 중심으로 전통한의학과 관광 휴양산업을 연계개발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지리산이 안고 있는 자연혜택을 최대한 활용한 지역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실제로 산청읍은 이번에 지리산약초연구발전특구 지정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산청 한방약초축제는 그 이름에 걸맞게 내용도 충실한가, 류의태와 허준을 굳이 이렇게 끌어들여야 하는 것일까...하는 등의 의문이나 이론(異論)도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