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산수유, 벚꽃들이 소음에 놀랐는가!?
올봄 섬진강 매화마을 매화축제, 구례 산동 산수유축제, 그리고 진해의 벚꽃축제가 '꽃 없는 축제'를 치렀다.
사실은 꽃샘추위가 봄꽃 개화 시기를 늦추게 했다.
그렇지만 '축제 소음'에 꽃이 피어나기를 주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게 한다.
매화꽃도 산수유꽃도 축제 기간을 훨씬 넘긴 3월 하순에야 절정을 이루었다.
우리나라 최대 벚꽃 축제의 진해 군항제 역시 '벚꽃 없는 축제'가 되고 말았다.
꽃이 아주 없기야 하겠느냐마는, 축제 기간과 만개 시기가 꽤나 어긋난 것이다.
그러하든 말든, 매화와 산수유 축제 현장에는 장사하는 이들의 소음이 두드러졌다.
아니, 축제 기간이 끝났는 데도 '장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4월 첫째 주말이 들어있는 1~3일 화개벚꽃 축제가 화개장터 일원에서 열린다.
전통과 규모를 자랑하는 축제이다.
하지만 진해 군항제가 벚꽃이 피지 않아 소동인데, 지리산 섬진강변 화개는 더 말할 필요도 없겠다.
꽃이 피든 말든, 축제를 벌이면 그만일까?
화개 벚꽃 축제를 불과 닷새 앞둔 3월26일 화개동천을 찾았다.
화개 주변 벚꽃나무들은 꽃을 피울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은데, 악양~화개 19번 국도는 수많은 행락 차량들로 극심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었다.
특히 화개장터 주변에는 차량들이 뒤엉켜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축제도 아니고, 꽃도 없는 데도 이러하니, 축제 기간에는 어떠하겠는가.
꽃 축제에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꽃 축제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란 정말 없다.
그렇지만 이 축제에 끼어드는, 꽃과 별로 관계가 없는 상업성과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대중적 유흥 등이 일으키는 소음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듯이, 정작 아주 중요한 꽃 관련 행사들이 그런 소음과 소란에 휘둘려 그 취지를 살리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다.
봄꽃을 즐기고 반기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축제란 이름으로 '천편일률적 소란' 속에서 봄꽃을 어떻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이른 아침 홀로 이슬을 머금은 채 수줍게 몽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꽃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은 축제와 무관한 일이다.
꽃과 벌의 은밀한 사랑을 눈여겨 지켜보는 것도 축제와 무관하지 않겠는가.
매화꽃보다 청매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을 지켜보라.
상큼하고도 황홀하다.
봄철 벚꽃보다 가을철 벚나무 단풍을 지켜보았는가?
그 각양의 색채들이 빚어내는 그림은 어떤 회화작품 못지 않다.
만추의 비라도 내릴 때면 벚나무 단풍들이 흩날리며 떨어지는 모습이 또 얼마나 슬프도록 황홀한가.
봄꽃을 환호하는 것도 조용하게 이뤄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수천 명, 수만 명이 떼를 지어 북새통을 이루고, 소음을 쏟아내는 것이 축제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수줍게 피어나는 봄꽃이 아닌가.
봄꽃 축제도 시골처녀가 얼굴 붉히듯이 그렇게 살짝 수줍게 열렸으면 더 좋을 듯하다.
지리산 깊은계곡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들의 미소를
잔잔히 들어다보는 기쁨이 더한 클듯합니다...여긴 찔레꽃은
없어도 수줍은 들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벌판으로 꽃물결 보러떠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