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 내리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소나무들이다.
공항을 빠져나오는 도로에서도 싱싱한 소나무들을 만난다.
서귀포 중문단지는 야자수 등으로 이국적인 정취가 넘쳐나는 곳이다.
그렇지만 이곳의 특급호텔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것이 소나무들이다.
일본 도쿄 심장부에도 소나무들이 상징적으로 자리한다.
천황궁 둘레 가운데 관광객이 구경하는 아주 넓은 뜨락이 있다.
이 뜨락에는 오직 명품 소나무들만 적당한 간격으로 자리한다.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품격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국인 1만2000명이 산다는 도쿄 번화가의 한 곳인 신주쿠(新宿).
회색의 빋딩숲을 헤치고 용케도 16만평의 신주쿠공원이 자리한다.
잘 손질한 일본식 정원도 있고, 영국식 프랑스식 정원도 있다.
하지만 이 공원의 수림 가운데 단연코 돋보이는 것은 역시 소나무다.
2002년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치르면서 부산의 거리 모습도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주요 가로에 소나무가 등장한 것이다.
키 큰 춘양목과 미인송을 들여와 가로의 면모를 일신했다.
이들 소나무는 많은 돈을 들여 경북과 강원도 지방에서 사들여왔다.
우리나라 소나무의 명품들은 경북이나 강원도, 특히 강릉과 인근 지방에 많이 분포한다.
강릉 경포대 주변은 백사장보다 솔밭길을 걷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대관령과 소금강 일대, 인제군 기린면 등에도 소나무숲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참솔, 육송(陸松), 적송(赤松), 여송(女松) 등으로 불리는 우리 소나무들!
늘푸른 바늘잎을 가진 큰키의 이들 소나무는 지름 2미터, 키 35미터까지 곧게 자란다.
강릉이나 대관령 등 북부지방 소나무들이 대개 그러하다.
하지만 남부지방 소나무는 줄기가 굽어 있거나 키가 크지 않다.
좀벌레가 줄기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 양분을 빼앗아먹기 때문에 구불구불 자란다.
남부지방 소나무 대부분이 구불구불한 것도 그 때문이다.
부산의 거리 면모를 혁신한 소나무들은 그래서 경북과 강원도에서 들여왔다.
소나무라고 다 같은 소나무가 아니다.
성질이 다른 품종이 여럿 있다.
반송(盤松), 처진소나무, 금강송(金剛松), 금송(金松), 은송(銀松), 백송(白松), 미인송, 그리고 춘양목(春陽木) 등이 그러하다.
소반 모양을 이룬 아름다운 반송은 천지송(千枝松), 다행송(多行松), 옥송(玉松)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나무 중에서 그 재목의 쓰임새나 아름답기가 제일인 것은 금강소나무다.
줄기가 곧게 뻗고 곁가지가 적고 붉은 껍질이 유달리 아름답다.
잎새의 모양도 섬세하고 우아하여 소나무 중에서 최고의 미인으로 친다.
미인송이 험준한 기암괴석 틈에 꼿꼿이 서 있는 매혹적인 모습이라니...!
지리산 대원사계곡의 소나무들은 어떠한가?
시골처녀마냥 얼굴을 붉히고 있으니 육송임에 분명하다.
그렇지만 금강송이나 미인송처럼 줄기가 곧게 뻗은 것은 아니다.
남부지방에 속한 때문인지 구불구불한 것이 더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주변 풍광과 더 잘 어울린다.
곧고 바르게만 큰 소나무가 아니지만, 멋과 기백은 오히려 앞선다.
국보 제180호 김정희(金正喜)의 문인화 '세한도(歲寒圖)'가 보여주는 기품과 분위기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할까.
김정희의 '세한도'는 작가가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할 때, 북경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제자 이상적(李尙迪)의 인품을 송백(松柏)의 지조에 비유하며 그 답례로 그려준 담백한 소나무 그림이다.
김정희가 그린 문인화 '세한도' 한 폭이 국보로 지정된 의미를 새겨볼 일이다.
그러면 대원사계곡의 소나무에 대한 감동도 저절로 우러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