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의 한 권역인 경남 산청군이 최근 '산청(山淸) 9경(景)'을 선정, 발표했다.
'선비의 고장' 산청의 9경은 어디어디일까?
지리산 천왕봉, 대원사계곡, 황매산 철쭉, 구형왕릉, 경호강 비경, 남사예담촌, 남명 유적, 정취암 조망, 한방휴양지...

산청군은 올 들어 군민, 출향인, 공무원 등으로부터 산청군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자연과 문화유적 추천을 받았다.
모두 122개소의 경관이 추천되었는데, 심의위원회의 심사와 군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와 같이 '산청 9경'을 선정한 것이다.

지리산에는 이미 잘 알려진 '지리 10경'이 있다.
천왕 일출, 노고 운해, 반야 낙조, 세석 철쭉, 벽소 명월, 피아 단풍, 섬진 청류, 불일폭포, 칠선계곡, 연하 선경이 그것이다.
이 지리 10경은 우종수씨의 구례 연하반산악회(나중에 지리산산악회로 개칭)가 선정하여 널리 알림으로써 그대로 굳어졌다.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지리 10경'은 지리산의 전쟁(6.25와 빨치산 투쟁과 토벌) 직후의 혼란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개척자적 정신으로 등산로 등을 개척한 연하반산악회가 세운 큰 공로 가운데 하나이다.
연하반산악회로 하여 '지리산 10경'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지리산 10경에 대한 이론(異論)이 없을 수 없다.
사람마다 관점의 차이가 있을 터이다.
구례 연하반과 반대쪽에 있는 진주나 산청 덕산의 두류산악회 등은 연하반산악회가 명명한 샘터 이름 같은 것에도 이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테면 '장터목샘'이란 원래 이름이 있는데, '산희샘'으로 명명한 것 등...

구례와 반대쪽인 동부지리산권의 산청에서 '산청 9경'을 발표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동부 지리산권의 명소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부산의 금정산에도 '금정 8경'이 있다.
어산노송(魚山老松), 계명추월(鷄明秋月), 청련야우(靑蓮夜雨), 대성은수(大聖隱水), 내원모종(內院暮鐘), 금강단풍(金剛丹楓), 의상망해(義湘望海), 고당귀운(姑堂歸雲)이 그것이다.

이 금정 8경은 금정산 8경이 아니라, 실제로는 이 산의 대표적인 사찰인 '범어사 8경'이다.
어산노송도 범어사 경내의 한 경관이고, 계명 청련 대성 내원 금강은 범어사의 부속암자 이름이다. 의상대와 고당봉도 범어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사찰 주변에 자리한다.
하동군 악양에는 '악양 8경', 또는 '소상(瀟湘) 8경'(이 '지리산 통신' 121호, '소다사의 소상 8경' 참조)이 있다.

'금정 8경'이나 '소상 8경'은 특정 사찰이나 지역의 빼어난 자연경관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산청 9경'도 지리산 동부권의 자연과 문화 명소를 보다 세부적으로 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면 되겠다.
지리산 천왕봉, 대원사계곡, 구형왕릉, 경호강, 남명 유적, 남사예담촌, 한방휴양지 등은 동부지리산권의 대표적인 자연경관이나 문화유적지이다.

그렇지만 황매산은 경호강을 건너 지리산과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자리한다.
황매산 철쭉이 대단하고 매년 철쭉제가 열리는 것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취암 조망'이란 무엇일까?
정취암 역시 경호강 건너 둔철산 옆 대성산에 자리한다.

'대성산의 기암절벽과 어우러져 그 풍경이 소금강에 비유되는 정취암의 바위 끝에 서서 까마득한 하계를 내려다 보면 온갖 번뇌를 잊고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 든다.'

지리산을 찾는 이들이 이 절묘한 곳을 몰라서야 되겠는가.
온갖 번뇌를 잊고 속세를 벗어난 느낌이 든다는 대성산 정취암을 한번 찾아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