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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224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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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옛 등걸에 춘절(春節)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하다마는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올 봄에는 유별나게 꽃샘추위가 잦았다.
남쪽 따뜻한 지방 부산에서조차 봄꽃들이 여러 차례 수난을 겪었다.
목련은 꽃봉오리를 일찍 내밀다가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얼어죽는 것을 되풀이하고는 했다.
그래서 올해의 목련은 그 아름다운 순백의 미(美)를 잃기까지 한 것이다.

매일 아침마다 두 세시간씩 찾는 부산 구덕~구봉~엄광산 일원은 봄꽃들이 뒤덮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 봄꽃 가운데 고목들의 산매화가 특히 눈길을 끈다. 돌복숭아, 돌배 등도 마찬가지다.
그 늙은 몸으로 어쩌면 그토록 들꽃마냥 청초한 꽃을 피워내는지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오동나무는 천년의 세월을 늙어가며
항상 거문고의 소리를 간직하고
매화는 한평생을 춥게 살아가더라도
그 향기를 팔아 안락함을 구하지 않는다'
(桐千年老恒藏曲 梅一生寒不賣香)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매화는 꽃을 피워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므로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았다.
매화는 사랑을 표현하는 꽃 중에서도 으뜸이다.
사랑의 의미를 더해주기에 양가집 여인들은 대나무 절개를 더하여 '매죽잠(梅竹簪)'이란 비녀를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아침산 매화가 춘설이 난분분한 때문인지 3월이 다 가도록 필동말동 하지 않겠는가.
4월2일, 아침 10시가 넘자 밤새 내리던 비가 멎었다.
습관처럼 차를 몰고 지리산으로 달렸다.
남해안고속도로는 막힘없이 잘 갔는데, 하동 IC에서 자동차가 길게 꼬리를 물고 늘어서 있었다.

"아차! 또 실수...!"
화개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었으니 자동차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벚꽃 축제를 미처 생각 못 한채 불일폭포로 오를 생각만 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불일폭포 주변에서 산매화의 여린 꽃송이를 만날 것 같은 기대에 부풀기만 했으니...

하동읍으로 들어가는 섬진강변 도로가 아예 주차장과 같았다.
지난번 매화 축제 때는 경찰 통제선을 뚫고 매화마을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개동천은 두고라도 하동읍을 통과할 일도 아득하게 보였다.
차를 옆으로 빼돌렸다.
하동읍으로 가는 대신 진주쪽 국도를 따라 횡천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매화의 고자(古字)는 '某'인데 '梅'의 본자(本字)이다.
매화는 벚꽃을 닮기는 했으나 벚꽃처럼 야단스럽지 않고, 배꽃과 비슷해도 배꽃처럼 청상스럽지가 않다.
예부터 군자의 그윽한 자태를 연상시키는 격조 높은 꽃으로 매화를 꼽았다.
겨울에도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와 대나무, 그리고 매화를 가리켜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한다지 않는가.

지금 구덕~구봉~엄광산에는 산매화들이 만개했다.
늙은 고목들에서 청순한 매화꽃을 피워내는 것이 정말 경탄스럽다.
'궁중의 똥'을 '매화'라 하고, '왕의 대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한 이유를 알동말동하다.
옛 선인들은 매병 하나로도 선비정신을 가다듬었다는데, 벚꽃축제에 몰린 인파(人波), 차파(車波)에 휩쓸렸던 사실이 민망스럽기도 했다.
  
  • ?
    최화수 2006.04.07 20:39
    안녕하세요. 이제는 완연한 봄이로군요.
    개인 일로 글 올리는 것이 늦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잘 하겠습니다. 해량 바랍니다.
  • ?
    오 해 봉 2006.04.09 23:23
    如山 선생님 축하 드립니다,
    내년 이맘때는 할아버지가 되시겠군요,

    [4.8일 15:00시에 부산국제신문 대강당에서 如山선생님 큰따님의
    결혼식이 있었답니다,
    어제는 고운 매화 벚꽃 진달래가 만발한 좋은 봄날 이었지요,
    그래서 바쁘셨던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만드세요].

  • ?
    야생마 2006.04.10 06:00
    집안에 큰 경사가 있었군요. 축하드립니다.
    벚꽃처럼 야단스럽지 않고 배꽃처럼 청상스럽지 않은 사군자 매화.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 녹이려 희망을 가지려는 소시민들의 삶은
    그저 혼잡하고 번거롭더라도 그 꽃밭길 걸어보려 하는 것이겠지요.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도 그것일테구요.
  • ?
    선경 2006.04.11 11:59
    여산 선생님
    큰경사 축하드립니다~~~
    화창한 봄날의 신부님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가정에 행복 가득 가득하세요
  • ?
    부도옹 2006.04.14 00:50
    축하드립니다.
    큰 경사가 있었네요. ^^*
    행복한 가정이루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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