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노고단(老姑壇) 정상부.
2015년까지 정상부 일원 5765㎡에 대해 자연휴식년제가 연장시행된다.
노고단 정상부는 탐방로가 있어 그동안 탐방 프로그램이 운용돼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등반이 금지되는 것.
해발 1507미터의 노고단 정상!
지리산 종주산행을 한 이들 가운데 노고단 정상에는 발을 들여놓지 못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자연의 원상복구작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탐방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노고단이란 도교(道敎)에서 온 이름이다. 우리말로는 '할미단'이며, '할미'는 국모신(國母神)인 선도성모(仙挑聖母)를 일컫는다.
지리산 정상 천왕봉에는 1천년 전, 고려 태조 왕건의 어머니인 위숙왕후를 모신 성모사(聖母祠)라는 사당이 있었다.
노고단에는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어머니인 선도성모를 모신 남악사(南岳祠)가 세워져 있었다.
신라는 국토를 수호하는 다섯 개의 산을 지정하여 '오악(五岳)'으로 삼았다.
남악은 그 가운데 하나로 지리산을 가리켰다.
남악사는 남악의 성모를 모신 사당이란 뜻이다.
노고단에는 박혁거세의 어머니, 천왕봉에는 왕건의 어머니를 모시면서 지리산은 '성모신앙'의 성지가 된 것이다.
신라는 매년 봄, 가을 남악사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다.
땅은 만물을 생성하는 것으로 숭배의 대상이었다.
여기에서 비롯된 신앙이 '지모신(地母神)신앙'이다.
하늘이 아버지라면 땅은 어머니였다.
지리산의 성모신앙은 지모신신앙을 바탕으로 성립된 것이다.
여러 해 전, TV 화면에 아주 충격적인 CF가 등장했었다.
한 자동차 회사가 새로 만든 차를 선전하는 것이었는데...
자동차가 노고단 정상으로 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장면을 담고 있었다.
아니 세상에, 저럴 수가...!
민족의 제단에서 자동차를 폭주하게 하다니!!!???
사람의 발길을 들여놓는 것마저 차단하는 지금과 비교하면 놀랄 수밖에 없는 충격적인 CF였다.
그 CF는 어쩌면 노고단의 수난의 역사들을 상징적으로 압축하여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신라시대에는 화랑국선의 연무도장이기도 했었는데...
노고단 고원 일대에는 일제시대인 1920년대에 외국인선교사 수양관 건물 52동이 들어섰다.
여순병란 때 이 수양관 건물들이 불타면서 노고단 일대가 불바다가 됐었다.
노고단 정상부도 1960년대에는 군부대가 주둔했고, 80년대에는 방송사의 통신시설이 들어섰다.
하지만 노고단의 자연훼손 주역(?)은 사람의 발길이다.
노고단을 찾는 이가 최근 몇년 동안 연간 70만~80만명에 이른다.
지난 70년대는 한해 2만5천명 수준이었다.
사람이 적을 때는 야영장 등으로, 근년에는 탐방객들의 소음으로 영봉 노고단은 이래저래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할미와 성모가 동의어로 통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