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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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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4월 초파일 오후였다.
그날 우리 지리산 답사팀은 영원사, 상무주암을 거쳐 문수암에서 도봉스님을 만났다.
나는 문수암에서 좀 지체하느라 일행과 헤어졌다.
오후 늦은 시각, 견성골로 하산한 나는 도마부락을 거쳐 마천까지 걸어나왔다.
우체국 앞에 세워둔 차를 몰고 다시 도마부락으로 돌아갈 작정이었다. 가족이 뒤처진 채 하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생님, 그냥 가시면 어떡합니까!?"
아니나 다를까, '소문난 짜장면'집에서 고함치듯 하는 소리가 쏟아졌다.
강상길님이 언제 나를 보았는지 현관문 밖으로 뛰쳐나오며 나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다.
"가족 때문에 다시 도마부락으로 가야 합니다. 차를 가지러 왔어요."
"그럼, 가족 분들 모시고 다시 오세요. 요리를 좀 만들고 있을 게요."

이렇게 하여 나는 다시 '소문난 짜장면'집에서 그이와 마주 앉았다.
늦은 오후의 한적한 권태가 머물 시간이었다.
나는 원래 누구라도 오랜 시간 질펀하게 얘기를 나누지는 않는다.
특히 두 사람만의 대좌라면 30분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나는 강상길님에게도 예외없이 그 말부터 먼저 했다.
"30분 안에 일어서야 합니다. 다른 일이 있어서...!"
그로부터 그이와 나는 정말 30분만 얘기를 나누었다.
아니, 그이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나는 듣기만 했다.

30분이 후딱 흘러갔다.
아, 나는 그이의 비상한 기억력과 화술(話術)에 정말 놀랐다.
30분의 한정된 시간에 자신의 파란만장의 생애를 압축하여 너무나도 조리있게 들려주지 않겠는가.
그이의 말을 듣고난 나는 그이에게 단 한 마디, 이렇게 들려주었다.
"강사장의 말이 바로 문장이네요. 그대로 쓰세요. 그대로 쓰면 책이 되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 그이로부터 받은 두툼한 대학노트 철...!
깨알같은 글씨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이가 옆에서 직접 들려주는 말이나 다름없다.
강상길님의 머리가 정말 비범하다.
그러니까 그이는 '소문난 짜장면'집 이전에 놀랄만큼 많은 일들을 했다.
왼팔 밖에 없는 장애자가 두 팔을 멀쩡하게 지닌 사람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문적인 일에 몸담았었다.

강상길님의 삶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게 하는 것은 프로권투의 프로모션을 한 사실이다.
프로 권투 세계챔피언 김상현 등의 경기 흥행을 맡았던 것이다.
이른바 '대박'이냐, '쪽박'이냐의 모험을 한 것이다.
그이 자신의 삶에 대한 프로정신이 없다면 감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그이는 프로권투의 흥행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프로모터로 참담한 실패를 맛보았지만, 거기서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그이는 어쩌면 숙명적으로 익숙하게 무(無)에서 출발하여, 기어이 유(有)를 창출하고야 마는 저력을 보였다.

강상길님은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행상을 했다. 때로는 야채 장수도 하고, 때로는 과일장수도 했다.
그이는 무엇을 하든, 또 어떤 역경에 처하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자신을 팔이 하나뿐인 장애자로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이는 장애를 앞세워 덤으로 무엇을 얻고자 하지도 않았다.
그이는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이든 프로권투의 세계처럼 프로정신으로 당당하게 임했다.

그이는 마천의 '소문난 짜장면'집으로 성공했다.
하지만 그이는 여기서 자신의 프로인생에서 결단코 '쉼표'를 찍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이는 이제부터 마천의 지리산록인 오송산 기슭에 노인복지시설을 세우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나의 프로인생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나의 프로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마천 '소문난 짜장면'집 강상길님이 소설보다 더 파란만장한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200자 원고지 1,000장의 분량으로 생생하게 재구성한 글이 드디어 책으로 펴내졌다.
그이의 프로인생은 이제부터 또 하나의 목표를 향해 새출발을 하는 것이다.
(2003년 7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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