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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220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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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벗고 산에 가라.
허위와 영악함, 부끄러움과 더러움을 가려주는 옷과 모자, 양말까지 벗고 가라."

성락건님이 말하는 '산행의 육하원칙'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게 산에 가서 무엇을 하나?

"기진할 때까지 방황하다 쓰러져라.
두려움조차 내 것으로 껴안아라.
새 소리도 흉내내 보고, 나뭇잎에 편지라도 적어보라.
(중략) 산정에서는 고함보다 침묵이, 침묵보다 명상이 엄청 더 좋다."

우리들은 조직사회에서의 기계적인 일상생활을 누구나 지겹게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세계를 찾아 자연인으로 살고 싶은 갈증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세계를 일시적으로 찾는 것과 거기서 붙박혀 사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산에 미친 사람'은 아니더라도, '나무달마살래(나무를 닮아 살고싶다)'와 같은 간절한 소망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허위와 영악함 등을 벗어던지고 발가벗고 산에 갈 수 있는 사람,
산에서 기진할 때까지 방황하다 쓰러지고,
두려움까지 자신의 것으로 껴안게 된다면
자연과 동화될 수 있을 것인가?

서울에서의 안정된 직장생활을 팽개치고 산에 들어가서 살고자 남다른 길을 걸어온 성락건님은 어떻게 '산에 미친 사람'이 됐을까?

그이의 인생행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인도의 성자로 일컬어졌던'라즈니시 강의록'이다.

"깨달음의 상태란 한없이 커져가는 오르가즘과 같다"는 '마하무드라의 노래'부터 수십 가지의 명상법을 알려주는 라즈니시의 '명상비법'에 탐닉했다.
성락건님은 또한 인도의 라즈니시 아쉬람(수련원)도 직접 찾아갔고, 인도와 네팔 오지 방랑여행을 혼자서 여러 차례나 했다.

"91년 네팔 가네시히말의 카리 세토쿤드 지역에서 신비체험을 했다.
몸속의 에너지가 배꼽 근처에서 솟아나와 등줄기를 타고 머리 끝까지 올라 하늘로 치솟아 달아났다.
여자와 관계 없이도 그와 똑같은 오르가즘을 느낀 시간이 나중에 돌이켜보니 3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요가에서 이른바 "쿤달니리가 열린다"고 하는 신비체험은 그 이듬해 네팔의 잘자레히말 호수가에서 다시 한번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그이는 요즘 계곡에서 건져올린 나무로 차숟가락 깎는 일 한 가지만 하더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고 말한다.

"나의 경험으로 본다면 길을 잃었을 때 길 찾기보다는 길 잃은 상황을 오히려 감사하는 편이다.
자연과 친구될 수 있는 멋진 기회이고, 자연과 일체되는 신비한 체험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산에 미친 사람'다운 말이다.

"산에서 밤하늘을 지붕 삼는 비상노숙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과는 사뭇 다른 아름다운 사건이며,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신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혼자서 산속의 밤을 본다는 것은 항상 경험하는 일상의 이 세상 끝에 서서, 지금까지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신비의 세계, 자연의 세계, 그리고 죽음의 세계인 저 세상 곁으로 바짝 다가가 문틈으로 그들의 세계를 엿보는 것과 같다."

성락건님은 지난 5월18일 지리산에 사는 청학동 총각들과 진주에서 살고 있는 도시 처녀 20명을 모아 '삼신봉 맞선 산행'이란 색다른 행사를 열었다.
이는 문명과 자연의 조화, 순수와 세련의 앙상블을 모색하는 '지리산의 이벤트'로 아름다운 시공간이 되었을 법하다.
그래서 지리산 총각과 도회지 처녀가 원앙으로 쌍쌍이 맺어진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나무달마살래' 오두막의 찻집 '다오실'에서 마련하는 지리산 놀이는 7월6일 '숲속의 보물찾기' 행사에 이어 7월19, 20일 1박2일 일정으로 고운동(孤雲洞)에서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성락건님이 지리산 도사에의 길을 엿볼 수 있도록 곁에서 인도해주는 아주 근사한 시간이자, '지리산 도사 입문'을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03년 6월18일)




  • ?
    아이사랑 2008.05.23 17:15
    88년도 쯤 최화수님의 글을
    처음 읽었네요. 그로부터 20년!...

    그 중간에 잠깐
    '산에 미친사람' 성낙건을 만났었지요.
    그 님께서 아직도 완연히
    산에 곱게 미쳐 있군요.

    '나무달마살래' 오두막
    '다오실' 찻집.

    빈바람선생님
    뭘줄려고 해도 드릴게 없어 미안해요.ㅎ
    언제 찾아뵙기라도 해야 할텐디...

    허풍도사님 꽃님낭자와
    늘 변함없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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