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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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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월 하순 곤달비 꺾어 쌈 싸 먹고
방구 뀌기 위해 세석고원 간다.
촛대봉 아래 흐트러진 철쭉 보고
샘물로 씻어 행군 쌈 많이 먹어
거림마을로 한 발짝 내릴 때마다 소화되어
방구 통통 잘 나온다.
유월 초순에 열리는 지리산 철쭉제에
잔돌밭을 똥밭으로 만드는 친구들 위해
내가 뀐 방구 맛 보고 똥 누라고
철쭉제 올 사람 다 헤아리며
내대리 골짝 질펀히 차도록
방구 통통 뀌며 몸 가벼이 내려온다.'
               <성락건 / 산에 가는 이유>

성락건님은 지리산을 재미있게 등산하는 법 10가지를 소개했는데, '미친놈 산행'과 '알몸 산행'도 그 안에 포함시켰다.

천둥 울고 번개치는 날을 골라 지리 능선을 무질러 가고, 태풍이 몰아칠 때 산에 올라가보는 '미친놈 산행'.
칠월 보슬비 내리는 평일, 거림에서 세석, 청학동에서 삼신봉, 새재에서 치밭목으로 '알몸 산행'.

성락건님은 하지만 거기에 이런 단서를 붙였다.
"혼자 가면 정말 미칠 지 모른다. 둘이 가보자!"

천둥 울고 번개치는 날을 골라 알몸으로 능선을 오른다.
지리산을 재미있게 오르는 방법이란다.
재미란 전율이며 몰입이며 감흥이며 감동이다.
곤달비 꺾어 쌈 싸 먹는 것도 산에 가는 재미요,
방구 통통 뀌는 재미를 누리는 것도 산에 가는 이유가 된다.

성락건님은 천둥 울고 번개치는 날 알몸으로 산에 가기만 하는가?
세석고원 곤달비 꺾어먹고 방구 통통 뀌는 재미로움만 탐닉하는가?

물론 그렇지가 않다.
'미친놈 산행'이나 '알몸 산행'은 자연과 자유의 찬미일 것이다.
자연과 자유와 인간의 합일을 위한 최선의 시도라고도 하겠다.

'지리산 도사가 될 수 있는 산행방법 12가지'!
'청학동 찾기'와 '허우천 유해 찾기'가 포함되어 있다.
성락건님은 실제로 청학동과 허우천 유해 찾기를 해오고 있다.

청학동(靑鶴洞)과 우천 허만수(宇天 許萬壽)의 유해!
찾는다고 과연 찾아질 것인가?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락건님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고 좌절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이는 지금도 치열한 탐색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영신대(靈神臺) 제단에 1인용 텐트를 쳐놓고
쌀 한 되로 1주일을 혼자서 기거했던 그이다.
영신대 주변 암벽을 씨줄 날줄 긋듯 수색했다.
동굴 속에 허우천의 유해라도 있을까 해서다.

칼럼지기 생각에는 성락건님이 오직 한 사람의 '지리산 도사'다.
그이의 순진무구한 정신세계에는 지리산 영혼마저도 편히 쉰다.

그이가 지향하는 '지리산 놀이'의 참뜻에 조금씩이라도 접근해보자.
나무달마살래 오두막 찻집 '다오실'에서 펴내는 '청학동 풍문지'!
그 2호에 '지리산에서 숨어서 죽기 좋은 곳' 열 곳을 소개하고 있다.
'숨어서 죽기 좋은 곳'-우리가 찾는 청학동이 바로 이곳일 수도 있다.

1, 빗점골의 이현상이 죽은 철쭉나무 옆
2, 세석의 병풍바위 천길 벼랑 아래
3, 반야봉의 푸르른 구상나무 숲속
4, 초암능의 이름모를 바위 위
5, 도장골의 도장폭포 옆 홍도사 토굴 터
6, 불무장등 능선의 양달
7, 칠선계곡의 시커먼 용소
8, 시루봉골의 썩은 굴참나무 속
9, 왕등늪의 덩굴나무 군락지
10, 새밭고원의 구도자가 죽은 움막터
(2003년 6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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