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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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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봉 북단에 자리한 달궁마을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이다. 그런데 달궁에서 6㎞나 노고단으로 더 거슬러 오른 '하늘 아래 첫동네'인 심원마을은 전남 구례군 산동면이다.
전라남, 북도는 삼도봉~반야봉~만복대로 도계(道界)가 그으져 있다. 달궁에서 성삼재로 오르는 도로를 따라 2㎞ 가면 정령치로 오르는 도로와 마주치는 삼거리가 나온다. 이 삼거리를 '도계 삼거리'라고 부른다.
해발 730미터의 이 삼거리에서 정령치까지는 6.5㎞, 노고단 턱 밑에 자리한 성삼재까지는 5㎞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달궁마을에서 은장골을 따라 정령치까지 걸어오르는 데 김경렬님의 경우 4시간 이상 걸렸다고 했다. 하지만 자동차로 도로를 따라 오르면 20여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는 이번에 정령의 마애석상군을 찾기 위해 달궁에서 자동차로 후딱 정령치에 올랐었다. 정령치에는 꽤 넓은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차를 해놓으면 시간대별로 주차요금이 올라간다.
고리봉을 다녀온 우리는 만복대로 간 일행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주차요금 때문에 자동차를 주차장에서 빼내 도로 옆에 세워두었었다.

만복대에 오른 일행을 기다리느라 주차장 입구에서 휴식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승용차에서 곧잘 우리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달궁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느냐, 이쪽으로 가도 뱀사골에 닿게 되느냐는 따위의 물음이었다. 이 친구들은 지도도 보지 않고 차량을 몰고 다니나?
해발 1,172미터의 정령치를 자동차로 넘나드는 친구들이 동서남북 구분조차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하기는 그들은 산행을 온 것이 아니다. 남녀가 짝을 이뤄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 지리산 지리에 어두운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하얀 맨살 어깨를 드러낸 아가씨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쑥 빼내고 던져오는 질문에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아저씨, 여기 정령치에서 성삼재까지 가는데 몇 분(分) 걸려요?"
정령치에서 성삼재까지 차량 이동을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이다.
정령치~성삼재의 도로상 거리는 11.5㎞다. 하지만 구절양장의 도로를 따라 도계 삼거리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꾸불꾸불한 도로를 따라 성삼재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개인차이가 있을 수 있다.
대답할 말이 막힌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정령치에서 성삼재까지 가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
그 질문을 서북능선 종주산행을 하는 이가 물어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데 남원 육모정에서 굴곡이 심한 도로를 따라 정령치로 오른 남녀 젊은이가 자동차에서 발도 내려놓지 않은 채 성삼재까지 차량이동 시간을 묻는 것에 질린 것이다.
그들은 성삼재에 닿으면 역시 자동차에서 발을 내려놓지도 않고 "천은사까지 내려가는데 얼마나 걸려요?" 하고 물을 것이다.
아무리 도로가 나 있다지만, 지리산을 자동차로 오로지 달리기만 하다니!

도로가 개설돼 있으니까 자동차로 성삼재나 정령치를 넘는 것도 좋다. 그렇다고 어찌 천하의 지리산 정경이라도 한번 살펴볼 생각조차 않고, 오로지 자동차를 몰고가는 시간만이 관심사일 수가 있을까?
추풍령이나 진부령처럼 무슨 국도에 걸려 있는 도로도 아니고, 엄연히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온 국립공원 구역이 아니겠는가.
일부의 젊은이들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정령치에 차량을 세운 이들 가운데는 화장실에 일보러 가거나 음료수나 얼음과자를 사먹기 위한 것이 고작인 경우가 적지 않은 듯했다.

하기는 우리들도 자동차로 정령치까지 오르지 않았는가. 우리 역시 그 누구를 탓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정령치와 성삼재를 넘는 도로가 2차선 관광도로로 포장되어 자동차가 넘나들게 된 것은 1988년부터다.
원래는 달궁~성삼재~천은사와 마천~벽소령~의신을 잇는 좁다란 군사작전도로가 비포장인 채 버려져 있었다. 80년대 들어 성삼재 작전도로를 확포장하면서 남원시 육모정~정령치~도계 삼거리의 새 도로도 함께 개설됐다.
이 도로를 닦으며 벌겋게 파헤쳐 놓은 모습은 얼마나 볼성사나왔던가.

지난 80년대 달궁에서 반야봉으로 오르는 동안 흉칙한 모습의 정령치, 성삼재 도로가 자꾸만 돌아다 보였었다.
왜 도로를 내는가?  산더미같은 토사는 왜 비탈 아래로 흘려보내는가? 반야봉으로 걸어오르는 동안 실망과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포장도로가 열리게 되자 나부터 그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정령치에서 마애불상군을 찾아본 것이 면책사유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그렇지, 지리산 도로를 오직 드라이브 코스로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겠는가.
(2002년 8월30일)
  • ?
    오 해 봉 2004.07.20 11:40
    자연환경과 생태계보존을 위해서 심야시간대 만이라도 이관통로를
    통제하여야 한다는글을읽고 공감이갔었는데 안타깝습니다,
    그길은 어떤산업도로가 아니기에 가능할것도 같은데요,
    그렇게라도한다면 산짐승들에게는 큰도움이될것도 같은생각이
    들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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