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를 바라보며>
'선가귀감 읽다 말고
장삼 걸치고
서산대사 밟아 건넌 홍류교에서
화개천 흐르는 물 망연히 보네.
홍류교 다리 위에 능파각 지은
서산대사 禪詩 한편 읊어 보면서
나는 왜 달마 치는 중이 되었나
자문자답하면서
해는 저물고
대숲 속에 외로운
법화선원엔
달마 그림 혼자 남아 불을 밝혔네.'
화개동천 신흥부락 다리 건너 세이정(洗耳亭) 바로 아래 자리한 작은 초가.
도로에서 건너보이는 외딴 집 그곳이 '법화선원'이다.
이 법화선원의 법공스님이 시집 '세이암에 피는 꽃'을 펴냈다.
위의 시는 거기에 담긴 작품 가운데 한 편이다.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 제171~173호 '삼신동 법공스님과 달마' 참조)
6월11일, 지난 주 토요일 저녁에는 '대숲 속에 외로운 법화선원'에도 달마 그림만 혼자 남아 불을 밝힌 것은 아니었다.
법화선원 입구인 신흥 부락 다리 건너 드넓은 '다촌(茶村)' 광장에는 '하동 차문화 차사랑 축제' 한마당이 열린 것.
1000여년 전 삼신동 세이암에 머물었던 고운 최치원 선생의 얼이 깃들어 있는 곳이 바로 이 '다촌' 광장이다.
찻집과 팬션을 겸하고 있는 '다촌'은 지난날 홍류교 바로 옆, 최치원 선생이 '三神洞'이라 새겨놓은 자연석 바로 앞쪽에 '삼신동산장'을 열었던 최효영씨가 주인이다.
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에는 화개동천 영농후계자 모임인 '칡능쿨회장'으로 소개가 되기도 했었다.
초여름의 시원한 바람이 옛 삼신동의 맥박을 전해주는 듯했다.
'차사랑 축제 한마당'은 차를 가꾼 화개동천 사람들이 차농사를 지은 기쁨과 수고를 나누고 자축하는 자리이다.
올해로 다섯번째로 여는 이 행사는 순수한 마을 잔치나 같다.
무엇보다 다른 축제와 달리 이곳에선 어떤 물건도 팔지 않는다.
마을사람도, 축하객도, 지나가는 사람 누구에게나 푸짐한 음식이 그저 제공된다.
술과 떡, 고기, 차와 음료수 등이 무한정으로 제공된다.
그리고 우리의 고유 국악 가락과 춤사위 등으로 한껏 흥을 돋워준다.
이해타산이 없는 순수 신명잔치 한마당이다.
올해의 잔치에도 사물놀이, 탈춤, 무용, 대금산조, 설장고, 민요 한마당 등이 흥겹게 이어졌다.
화개동천에서 차농사를 짓고 차를 만드는 이들이 거의 모였다.
하동차를 사랑하고 차인들을 격려하는 사람들도 전국 각지에서 다수 몰려왔다.
'하동 차문화 차사랑축제'는 계간 '하동 茶文化'에서 해마다 한 차례씩 마련하는 자리다.
계간 '하동 茶文化'는 지난 1999년 창간이 되어 현재까지 통권 15권이 나왔다.
이 책자는 화개동천 시인이자 '끽다거찻집'을 열고 있는 강기주님이 편집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책자의 주인공은 하동에서 차농사를 짓거나 차를 사랑하는 차인(茶人)들이다.
특히 차의 시배지인 화개동천 차인들은 거의 모두 이 책자의 편집위원, 운영위원 등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동 茶文化' 창간호를 펴내는 데는 법화선원의 법공스님의 숨은 도움이 컸다.
앞에 스님의 시를 인용한 것도 그 때문이다.
신명나는 자축의 잔치가 벌어졌군요. 고운 최치원선생의
얼이 깃든 곳이고 화개차의 역사가 1000년이 넘는 것인가
봅니다. 품질의 우수성은 많이 들었습니다만,
제가 있는곳은 녹차보단 블랙티로 불리는 홍차를 많이
마시는데 화개녹차. 인사동에서 그리운분들과 마셨던
녹차도 많이 그리워지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