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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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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글'을 가장 아름답게 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정진원님이 최근 '우연히 얻는 기쁨...지리산 유람'이란 짧막한 글을 썼다.
"전남 순천이라는 도시에서 구례로 향하다 보면 거의 도착할 즈음에 오른쪽에 보이는 봉우리가 있습니다. 강쪽으로 긴 사면을 끼고 봉우리에는 깎아지른 듯한 바위에 의지한 작은 암자가 높이 솟아 보입니다."
이렇게 시작되는 그의 글은 구례군 문척면의 오산(鰲山) 사성암(四聖庵)을 이야기한다.
오산 사성암, 그곳이 바로 지리산 여행에서 '우연히 얻는 기쁨'이다.

자동차로 지리산 여행을 할 때 구례와 연결되는 국도들을 지나가게 된다. 그 도로마다 지리산 명소에 대한 안내표지판이 촘촘하다고 할 정도로 많이 붙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사성암(四聖庵)'이다.
구례에는 명승지가 많아 도로표지판과 함께 내걸어야 할 이름들이 부지기수다. 화엄사, 연곡사, 천은사, 온천랜드, 매천사당, 석주관, 금환락지, 운조루 등등이 그러하다.
그런데 그 수많은 명소들의 이름을 제쳐두고 가장 많이 관광안내 현판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성암'이 아닌가 한다.

사성암? 사성암?
한 달 동안 몇 차례씩이나 구례를 지나가기도 하는 필자는 지난해 우연히 도로 표지판 등에 유별나게 많이 등장하는 '사성암'이란 안내글에 주목했다. '사성암'이란 글자는 대찰 '화엄사'와 거의 같은 크기로 적혀 있기까지 했다.
토지면 문수암이나 화엄사 속암들은 알고 있지만 '사성암'이란 이름은 생소했다. 한번 찾아보아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
필자 역시 순천에서 구례로 찾아들며 특이한 모양의 암봉에 단번에 유혹되고 말았는데, 바로 그곳이 오산 사성암이었다.

지난해 12월 21일, 봄날씨처럼 따뜻하고 화창한 주말이었다. 필자는 구례를 찾는 길에 마음먹고 오산 사성암에 들리기로 했다.
구례읍 시외버스터미널 남쪽의 문척교를 지나 안내표지판을 따라 자동차를 몰고 갔다. 죽미리 각금마을을 지나서 마고마을 쪽으로 조금 더 가다가 왼쪽으로 꺾어 산길로 접어들었다.
적당한 지점에서 자동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오르려고 했는데, 어느 사이 사성암 앞 주차장이었다. 각금마을에서 1시간을 걸어올라야 할 길을, 뭘 몰라서, 순식간에 자동차로 오른 것이다.

산은 높든 낮든 걸어서 올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철칙이다. 그런데 길을 잘 몰라 어디서 자동차를 세울까 하고 멈칫거리고 한다는 것이 그만 사성암까지 오르고 만 것이다.
더구나 사성암에서 동남쪽으로 200미터 지점에 오산의 정상(542미터)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동차로 오른 부끄러움이 앞섰지만, 그 사이 잠깐 차를 세워두고 차창으로 바라본 겹겹의 능파가 그려내는 그림이 환상적이었다.
오산은 지리산과 섬진강을 한눈에 보는 곳이지만, 지리산 반대쪽으로 흘러내린 능파가 눈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순천~구례 국도변에서 올려다보는 오산 사성암은 산높이와 견줄 수 없는 진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사성암에 닿고 보면 아찔한 벼랑으로 둘러싸여 있는 바위벼랑에 기대어 법당을 세우고 성곽 같은 돌벽을 두른 것이 여간 신기스럽지 않다.
사성암이란 이름은 원효, 의상, 진각, 도선(또는 연기선사) 등 네 성인이 이곳에서 수도했다고 하여 붙여졌다는데, 과연 산꼭대기에 거대한 암벽으로 이뤄진 벼랑들이 범상한 모습이 아니다. 예부터 염험한 기도처로 알려졌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성암이 자리한 곳도 그렇거니와 오산의 정상은 바위벼랑으로 되어 있다. 섬진강을 끼고 들녘 한가운데 어찌 이런 암산이 솟아있는지 신비롭다.
어쨌든 이 오산은 지리산을 섬진강과 함께 조망하는 이색 전망대로서도 사랑을 받고도 남음이 있겠다.
오산의 '오'는 자라 오(鰲)자로, 중국 전설 속에 자라가 등에 지고 다닌다는 바닷속 큰 산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구례 문척면 섬진강변에서 지리산을 바라보며 그림처럼 서있는 이 오산이 얼마나 대단한 산인지 그 이름에서부터 능히 짐작할 수 있겠다.

풍수지리설로는 이 오산이 자라가 물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란다. 그래서 자라 오(鰲)자를 붙였다는 말도 있다.
또 이 산 정상이 벼랑이어서 '벼랑뫼'로 불리던 것이 '별뫼'가 되고, 이것을 한자로 자라 '별(鱉)'자를 썼는데, 어느 때부터 그 뜻과 모양이 비슷한 '오(鰲)'자로 바뀌어졌다는 얘기도 전해온다.
사실 사성암 주변은 '벼랑뫼'로 불리고도 남을 기기묘묘한 바위 벼랑의 천국이다. 그 '벼랑뫼'들이 좌선대, 우선대로 불리는 뜀틀바위(뛰엄바위)를 비롯한 여러 명당들을 일구어 놓았을 것이다.

또한 사성암 주변에는 신선이 베를 짠 흔적이 씨줄 날줄로 바위에 그어져 있는 신선대, 너무나 아름다운 낙조의 풍경을 지켜볼 수 있는 낙조대 등 '오산 12대'가 있다.
작은 산, 작은 봉우리에 이처럼 절묘한 풍경들이 몰려 있어 이곳을 '작은 금강산'이라고도 일컫는다.
'오용민의 지리산'(http://www.ofof.net) 사이트 운영자이기도 한 정진원님이 왜 오산 사성암을 '우연히 얻는 기쁨, 지리산 유람'이라고 했는지 수긍이 갈 법하다.
정녕 이곳에서 얻는 '우연한 기쁨'은 결코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2003년 1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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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4.07.19 08:50
    섬진강을 끼고 지리산을 조망할 수있는 오산 사성암 가는 길을 자세히 안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구레읍터미널-문척교-죽미리 각금마을-마고마을 왼쪽 산길---사성암 도량을 찾는길~! 잘 기억해 둡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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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4.07.19 09:01
    如山 선생님! 그 오산의 사성암에 더 마음이 간절해 집니다.. 그암자에 1박이 가능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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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4.07.20 11:53
    여산선생님 칼럼을읽고 작년5월과 10월에 사성암에 가봤답니다,
    정말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것 같드군요,
    자측으로는 구례읍내가있고 산밑으로 조용히흐르는 섬진강의
    아름다운풍경은 꼭한번씩 가봐야할 곳이드군요,
    설악산봉정암 부처님처럼 법당에부처님이 안계시고 법당뒤 바위에 앉아계시는게 특이하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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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맨 2004.09.13 23:52
    죽미리가 아니고,죽마리예요
    우리고장 산을 잘 설명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 활공장에서 비행지도를 하는 파일럿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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