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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261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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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 삼정산을 즐겨 찾는 이들은 대개 문수암 도봉(道峰) 스님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스님이 누구에게나 온화한 미소로 활짝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맞아주는 때문이다.
그 도봉 스님이 지난 여름 문수암을 떠났다.
스님은 새로 마련한 토굴(법당)로 거소를 옮긴 것이다.

해발 1,000미터, 까마득히 높은 곳에 자리한 문수암 토굴.
홀로 20여년을 오로지 수도정진 한길만 걸어온 스님이다.
문수암은 응달이고 곧잘 운무가 감싸고는 한다.
스님은 항상 정신을 맑게 가다듬고자 일부러 추운 곳에서 수행을 했던 것이다.

근년 들어 문득 스님이 그만 문수암을 떠났으면 한다는 뜻을 밝혔다.
춥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벗어날 나이가 되었다고 하였다.
사실 나이와 건강 문제를 생각지 않을 수는 없다.
스님은 그렇게 말했지만, 실제로는 문수암에서의 '공부'가 끝난 때문일 터이다.

스님이 새로 마련한 토굴은 지리산 남단의 칠성봉 기슭이다.
삼신봉에서 내원재로 흘러내린 능선이 가지를 벌려 악양벌을 사이에 두고 형제봉과 마주보며 서있는 산, 그 너머 한 골짜기이다.
경남 하동군 청암면 청암호수에서 심곡이라 불리는 마을을 거쳐 꼬불꼬불 산중으로 들어간 명당에 자리를 잡았다.

새 토굴 이름은 석계암이다. 그렇지만 판액도 없고, 안내표지도 없다. 그것도 스님의 뜻이다.
석계암은 몇 가구만 있는 작은 마을을 지척에 두고 있지만, 산자락이 병풍처럼 절묘하게 둘러쳐 속세와의 단절을 하고 있다.
세상의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 '적막강산'이 이런 곳에 숨겨져 있었다니...!

여름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7월25일, 석계암 부처님 점안식을 가졌다.
석계암이 사실상 문을 여는 날이었다.
도봉 스님은 일부러 점안식을 한다는 연락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100명을 훨씬 넘는 많은 불자들이 몰려와 성황(?)을 이루었다.

문수암을 떠나겠다고 한 스님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걱정과 고민이 앞섰었다.
오직 수행의 한길만 걸어온 '학승'이 무슨 수로 새 암자를 세울 수 있으랴!?
도봉스님의 불사를 도우는 것이 도리이겠으나 능력이 따르지 못하는 것이 민망하고 안타까운 노릇이었다.

그런데 스님의 새 토굴은 의외로 빠르게 추진이 됐다.
부처님이 도봉스님의 토굴을 위한 은덕과 자비를 베풀어준 것일까.
홀연히 스님 앞에 한 일꾼이 나타났다.
그이는 함께 입산했던 스님의 도반으로 나중에 환속하여 남해에서 식당을 하고 있던 박처사였다.

도봉 스님의 새 토굴 추진을 박처사가 앞장서서 맡았다.
스님은 문수암 토굴 공부를 끝내고 조금은 더 따뜻한 곳으로 하산(?)하려고 했고, 박처사는 속세에서 할 일을 모두 끝냈으므로 처사로 다시 입산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스님은 또 새 절터도 찾아냈는데, 그 과정이 아주 예사롭지가 않다.

도봉 스님은 박처사가 모는 차를 타고 청암호로 막 올라서는데, 한 할머니가 손을 들고 태워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차에 오른 할머니는 꼬불꼬불 산판도로를 가리키면서 점점 깊은 골짜기로 찾아들게 됐다.
"법당을 지을 만한 곳이 있을까요?"
"저쪽 골짜기에 가면 있을 거요!"

도봉스님은 이렇게 하여 그날 당장 일사천리로 절터를 찾아 계약까지 했다.
삼법화상이 쌍계사 전신 옥천사(玉泉寺)의 터를 잡은 연유를 떠올려준다.
스님이 당나라에서 육조 혜능의 정상을 봉안해 올 때 눈 위에 꽃이 핀 곳에 안치하라는 몽수를 받고 강주(진주)에 닿자 지리산 호랑이가 나타나 그를 인도해 따라가 보니 눈 덮인 산에 칡꽃이 만발한 곳이 있었다고 하지 않던가.

삼법화상은 칡꽃이 피는 곳에 절을 세워 옥천사라 했고, 눈 위에 꽃이 핀다고 하여 '화개(花開)동천'이란 이름이 붙게 됐다.
도봉 스님 앞에 나타난 그 할머니는 누구일까?
지리산을 몇 바퀴 돌아도 찾지 못한 토굴 자리, 그런데 그 할머니로 하여 단번에 석계암 명당터를 찾아냈으니, 문수보살의 화신은 아니었을까?
그 또한 도봉 스님이 수행정진한 결과인 듯하여 가슴 뭉클한 감동을 갖게 한다.
  • ?
    솔메 2004.10.28 11:05
    年前,
    초파일 寺庵답사때 뵈었던 도봉스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高度의 한겨울을 20여 성상이나 견디며 정진하시고
    이제는 박處士를 만나고
    한 노인의 가리키는 곳을 따라 그리 수월하게 얻은 도량터가
    알고보니 더욱 오묘한 거처가 되신다하니
    삼법화상의 고사에 비견되는 축복입니다.
  • ?
    오 해 봉 2004.10.29 23:36
    문수암 석계암 도봉스님 참좋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여산선생님 고맙습니다.
  • ?
    전생 2004.10.31 20:47
    꿈만 같은 일이
    현실에 나타남은
    스님의 정진이겠지요
    소식 감사합니다
  • ?
    신후 2004.11.01 12:16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꼭 가보고 싶네요.

  • ?
    최호연 2004.11.02 12:21
    좋은글 잘읽었습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 ?
    길없는여행 2004.11.04 01:31
    좋은소식 감사드립니다.
    이미 마음이 석계암으로 향하고 있는걸 보게됩니다.

  • ?
    섬호정 2004.11.09 01:25
    오직 청정한 수행자에게 가피가 내린듯하여
    귀한 글을 읽으며
    헛되이 살지 않은 고귀한 스님의 삶을 존경합니다
    토굴에서 도봉스님 성불하시길 합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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