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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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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겨울은 유난히 길 듯하다.
올해는 윤년이다. 그것도 윤2월이 들어 있어 겨울이 길 수밖에 없다.
음력 2월은 영동할미가 바람을 몰고온다.
영동할미는 시기심이 많아 딸을 데리고 올 때는 바람을 불게 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올 때는 비를 내리게 한다.

요즘 이런 저런 일들이 겹쳐져 돌아가는 세상 꼴을 본다면, 봄이 쉽게 올 것 같지는 않다. 얼어붙은 동토에 찬바람만 매몰차게 불고 있지 않는가.
영동할미도 며느리가 아닌 딸을 데리고 올 모양이다.
비 한 방울 내린 것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한 느낌이다.
산길도 들길도 온통 먼지가 밀가루 쌓아놓은 듯하다.

대한(大寒)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 얼어죽는다는 말도 옛 이야기가 됐다.
올해는 '대한 추위'가 기승이더니, '입춘 추위'도 예사롭지가 않다.
경제난, 취업난, 물가고에 신용불량과 가계부도의 태산같은 그림자가 생활고에 찌든 서민들의 마음을 더 춥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햇살이 포근할 때도 있었다.
1월31일 토요일 화창한 날씨, 한낮의 쌍재.
한나절 방문으로 불쑥 그곳을 찾았다.
왕산~왕등재 사이 움푹 꺼진 쌍재는 온통 간지러운 햇살에 잠겨 있었다.
일시적이지만, 겨울 속의 봄을 미리 보여준다.

지리산 북동단, 해발 500미터의 산중.
겨우내 혹한에 동토가 되는 쌍재다.
하지만 1월31일은 겨울 속의 봄이었다.
양지바른 쌍재에 쏟아지는 햇살은 의외로 다른 곳보다 더 포근한 느낌이었다.

'공수' 석재규 부부는 겨울철에도 쉬지 않고 일한다.
염소와 닭을 돌보고, 새로 지은 집에 부엌을 만드는 공사도 벌이고 있다.
이 공사가 마무리되면 마침내 입식부엌이 생긴다.
'공수' 부인의 부엌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쌍재의 가족이 하나 더 늘었다.
삽살개 '왕산'이다.
'왕산'이는 이제 겨우 젖을 뗀 어린 강아지이다.
하지만 귀신을 쫓는다는 삽살개, 명견 혈통을 지킬 것이다.

이 삽살개는 부산 동아대 교수 신진 시인이 특별히 선물했다.
'왕산(王山)'이란 이름은 '공수'님 아들 성현이가 산이름을 따서 지었다.
왕산 쌍재의 새 보금자리로 옮긴 '왕산'이.
'왕산'이를 따라 부산에서 학교에 다니는 성현이도 쌍재로 와서 지낸다.
성현이는 방학이라 와 있지만, 앞으로는 아버지를 이어 쌍재에 살겠단다.

그래서 쌍재의 햇살이 유난히 포근한 듯하다.
겨울 속의 봄, 점차 뚜렷하게 그려지는 것이 있다.
쌍재의 진정한 봄날, 아름다운 그림이...!
그렇다, 썽재 여기저기서 새싹이 돋아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같기도 했다.
(2004년 2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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